호텔신라 3분기 연속 영업적자·한옥호텔 공사 중단
계열분리도 당분간 어려울 듯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제공=호텔신라)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타계하면서 큰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미래가 주목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큰 누나이기도 한 이 사장은 코로나19로 호텔과 면세점 사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삼성과의 계열분리도 이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호텔신라, 3분기 연속 적자...한옥호텔도 스톱
호텔신라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 668억원을 내며 사상 처음으로 적자 전환한 데 이어 2분기에도 634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3분기에는 영업손실 규모를 198억원으로 줄였지만, 흑자전환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주력 사업인 면세 사업을 운영하는 TR 부문과 호텔·레저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TR 부문의 영업손실 규모는 1분기 490억원, 2분기 474억원, 3분기 142억원 등 1000억원이 넘는다. 호텔·레저 부문도 코로나19 여파 지속에 따른 투숙률 감소로 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 178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2분기와 3분기에도 160억원, 10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실적부진은 투자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호텔신라는 이부진 사장의 야심작인 전통 한옥 호텔 공사를 내년 8월까지 10개월간 중단하기로 했다. 한옥호텔은 2010년 이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직후부터 추진해 온 숙원사업이다. 지난 7월 서울 중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고 착공에 들어갔다. 총 2318억원의 투자비를 들여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정문과 면세점 부지에 지하 3층~지상 2층 높이의 전통호텔, 지하 4층~지상 2층 높이 면세점 등 부대시설, 지하 8층 부설주차장으로 조성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공사 대금 등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기간을 보류했다.

호텔신라 계열분리 시나리오는
지난달 2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하면서 호텔신라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 제기됐다. 앞서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 타계 후 삼성이 CJ, 신세계, 한솔 등으로 분리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이부진 사장의 계열 분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건희 회장 보유 지분에 대한 상속세 대부분은 삼성전자 보유 지분 상속에서 발생할 것이다. 이에 따라 상속받은 삼성전자 일부 지분에 대한 매각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부진 사장의 경우 상속받은 삼성전자 지분을 다 매각하고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계열 분리 수준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최대 주주는 삼성생명으로 보유 지분은 7.3%다. 이어 삼성전자 5.1%, 삼성증권 3.1%, 삼성카드 1.3%, 삼성SDI 0.1% 순으로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17%다. 국민연금공단은 10.10%를 보유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이 갖고 있는 호텔신라 주식은 단 1주도 없다. 다만 현재 이 사장은 삼성물산 지분 1045만6450주(5.55%), 삼성SDS 지분 301만8859주(3.9%)를 보유하고 있다.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이 사장이 호텔신라 지분을 매입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등의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호텔신라 지분을 확보해야한다.

일각에서는 계열분리가 당장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 지분을 단 1주도 갖고 있지 않고, 상속세 신고 등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계열 분리가 당장 이뤄지긴 어려워 보인다. 우선 상속세 신고가 진행된 후에 정확하게 어떻게 배분되는지 등을 봐야 계열 분리가 될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법적 상속 비율로 따졌을 때 1조 가량 받으면 계열 분리할 자금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면세사업으로 경영능력 인정...호텔로 사업 확장
이부진 사장은 1970년생으로 대원외국어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아동학 학사를 졸업한 뒤 1995년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으로 입사했다. 이후 2001년 호텔신라로 자리를 옮겨 기획부 부장을 맡았다. 2005년 경영전략담당 상무, 2009년 전무를 거쳐 2010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이부진 사장은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글로벌 진출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2013년 1월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한국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로 첫 해외 매장을 오픈했다. 2014년 11월 마카오공항 면세점 운영, 2015년 2월에는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화장품· 향수 전 매장을 그랜드 오픈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해외 시내 면세점도 확보했다. 2016년 6월에는 태국 푸껫 시내에 해외 시내면세점으로는 첫 문을 열었다. 이후 2017년 12월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에 화장품·향수 매장을 오픈하면서 아시아 3대 공항(인천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동시에 운영하는 ‘글로벌 트로이카’를 완성했다.

면세점 사업을 공격적으로 글로벌화 한 덕분에 2018년 기준, 국내 면세업체 최초로 해외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호텔신라는 내년 미국 세너제이 등 동남아시아, 중국, 미국 등 10개 해외 호텔을 오픈할 예정이다.

 

스페셜경제 / 문수미 기자 tnal976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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