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협력사부터 직원·고객까지…구설수로 이미지 추락 우려

[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여행업계 ‘수난시대’다. 최근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로 여행상품 취소 문의가 이어지면서 국내 여행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패키지여행의 안전 이슈가 채 해결하기도 전에 이번에는 여행업계 ‘1위’ 기업인 ‘하나투어’ 발(發) 악재가 겹쳤다.


최근 하나투어는 협력 관계에 있는 해외 현지 여행사에게 고소를 당했다. 당연히 줘야 할 여행상품 지상비 7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여행업계에서는 말 그대로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업계 내에서 지상비 미지급 사례는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대형 여행사의 ‘갑질’인 셈이다.


오랜 기간 굳어진 ‘악행’ 같은 갑질 관행 피해는 결국 여행객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지상비를 받지 못한 현지 여행사들은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선택 관광과 쇼핑을 강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하나투어 피소 사건으로 밝혀진 여행업계의 ‘민낯’은 패키지여행 전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야기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에만 여러 차례 불거진 하나투어의 갑질 의혹은 여행업계 전체의 이미지 추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1등 여행사’라는 슬로건을 내건 하나투어가 여행업계 전체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여행업계 ‘1위’라는 영광 속에 숨겨진 하나투어의 숨겨진 갑질 민낯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여행업계의 고질적 관행?…현지 여행사에 지상비 ‘7억원’ 미지급
“회사 관리 소홀은 인정하지만 이중장부는 절대 없다” 논란 일축

국내 여행 업계 1위 업체인 하나투어가 현지 여행사(랜드사)에게 거래 금액의 일부만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미지급하거나 탕감해버렸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하나투어는 홍콩 현지 여행사에 7억원이 넘는 지상비를 지급하지 않아 피소당했다.  

 

일반적으로 지상비는 숙박비·식비·교통비·입장료 등 현지에서 발생하는 여행 경비를 뜻한다. 이 비용은 패키지 여행객을 모집한 하나투어가 본사를 대신해 여행프로그램을 진행해주는 현지 여행사에 지급해야하는 대가다.  

 

<SBS>는 지난 11일 하나투어가 2010년 홍콩 현지여행사와 계약을 맺은 이후 지난해까지 7억6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지상비를 받지 못해 미수금이 계속 누적되는 상황에서 하나투어는 지상비를 깎아달라는 요구까지 했다.  

 

현지 여행사가 이를 거부하자 하나투어가 여행객 수를 점차 줄이고 지난해 말 결국 협력사 계약을 해지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대형 여행 업체가 자신들의 영향력을 이용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은 또 다른 형태의 ‘갑질’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 하나투어가 본사의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해 현지 여행사에 지급해야 할 금액 중 일부만 지급하는 관행이 ‘비일비재’하다는 추가 폭로 보도도 이어졌다.  

 

하나투어는 매년 12월 이듬해 사업계획서를 수립하면서 내년 목표치를 ‘올해 매출 성장액의 ○○% 달성’으로 설정한다. 이때 목표치에 비해 실적이 좋지 않으면 여행사에 지상비를 덜 준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하나투어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동남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수백건의 지상비를 미지급했다.  

 

그럼에도 실적관리를 위해 미수금을 따로 기록하는 이중장부를 별도로 관리하면서 세무조사에서는 전체 규모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지상비 ‘갑질’…하나투어는 무엇이 억울한가?

이번 논란에 대해 하나투어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금껏 지상비 미지급 사례는 없었으나 이번 건의 경우 본사 차원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다.  

 

하나투어는 이번 건에 한해 지상비 미지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회사 차원의 이중장부 의혹에 대해선 강력히 부인했다. 

 

앞서 4월 이중장부를 통한 분식회계로 실적을 조작했다는 내용으로 금융감독원에 진정서가 접수됐다는 의혹에 휩싸였을 때에도 하나투어는 ‘법적 대응’까지 거론하며 강력하게 반박한 바 있다.  

 

‘미수금 갑질’ 논란 보도 직후 하나투어는 입장문을 통해 “회사는 여행상품 지상비의 일부를 청구기간 내 청구하지 않고, 미청구 금액을 나중에 다른 여행상품 지상비에 추가해서 청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홍콩의 한 현지 여행사인 W사의 경우 이런 거래가 일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이것이 회사차원의 이중장부를 관리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한 조직적 행위는 아니었다”며 “회사에서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금지하고 있고 발견 시 직원들을 중징계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또 지상비 미지급 금액 부분에도 현지 여행사가 주장하는 부분과 하나투어가 확인한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현지 여행사에서는 지급받지 못한 지상비가 7억6000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하지만, 하나투어가 조사한 결과 미지급된 지상비는 2억7000만원 가량이라는 것이다.  

 

회사 측은 “분기마다 현지 협력사와 본사 직원이 미과수 내역을 확인하기 때문에 8년 동안 7억원의 미수금이 쌓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지상비를 깎는 과정과 관련해 현지 여행사의 물량이 줄어든 부분은 최근 홍콩 여행수요가 줄면서, 현지의 다른 여행사들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했다는 것이 하나투어 측의 해명이다.  

 

하나투어는 “해당 현지 여행사의 지상비가 다른 홍콩 여행사에 비해 높아서 수차례 인하를 요청했으나 시정이 되지 않아 일부 조정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하나투어 측의 해명을 종합해 보자면 회사가 관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지시한 적 없는 ‘팀 내부적인 일탈’로 볼 수 있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만연한 ‘악행’?

본사 차원의 조직적 행위가 아니라는 하나투어 측의 해명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다소 회의적이다. 업계 내에서 지상비 미지급 사례는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논란은 비단 하나투어 하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것은 공공연한 사실인데 회사 차원의 지시는 아니었다는 하나투어 측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하나투어와 거래하는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취재에서 “소형 여행사 입장에서는 손님 한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대형 여행사의 갑질을 견딜 수밖에 없다”며 “한 팀 보내고 절반의 지상비를 지급하고 그 다음 팀을 보내면서 그 전 팀의 돈을 조금 더 지불하는 식의 미지급 갑질은 만연하다”고 호소했다.  

 

대다수의 여행사는 고객에게 받은 금액 가운데 지상비를 현지 여행사에 지급할 때 보름 단위나 월 단위로 결산을 해서 주기로 계약한다.  

 

그러나 여행사간 가격 경쟁이 초저가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에 대한 손해를 줄이기 위해 현지 여행사에 지급해야 할 비용을 깎거나 결산일을 지속해서 미루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라는 지적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상비 미지급은 회사차원에서 금기하고 있다”며 “정기적으로 확인했을 때도 이런 미지급건은 없었으나 뒤늦게 드러난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이 사건이 유일한 사례냐는 질문에는 “확답을 주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다만, 현재 외부 전문 조사인을 선임해 조사 단계에 있으며, 향후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런 문제가 관행적으로 행해졌는지 확인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나투어 측은 향후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상비 갑질은 업계 전반의 성장을 위해서도 꼭 사라져야 할 부분이지만 변화를 주도해야 할 업계 1위 기업에서도 만연하게 행해지고 있는 것은 여행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하나투어는 여행업계 최초 코스닥 상장사로서, ‘지상비 미지급’ 등의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 등에 힘써야 함에도 오히려 이를 답습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대형 여행사인 하나투어부터 이 같은 관행을 없애는데 나선다면 다른 여행사들도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죄책감 없는 ‘부당 거래’…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간다
“가이드 나 몰라라 떠났다”…관광객 해외 방치 ‘책임공방’ 파문

‘패키지 불신’…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로

이번 하나투어의 지상비 갑질로 드러나 여행업계의 민낯은 패키지여행 전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1등 여행사’라는 슬로건을 내건 하나투어의 피소는 고객 입장에서 더욱 충격적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이와 같은 갑질의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온다는 점에서 하나투어를 향한 비난이 거세다.  

 

현지 여행사는 하나투어로부터 제대로 된 지상비를 받지 못하면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옵션관광 혹은 팁, 쇼핑 관광 등을 소비자에게 강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나투어 현지가이드의 자질 논란과 선택 관광 강요로 인한 여행객들의 불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 후 선택 관광을 무리하게 강요하는 방식 역시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문제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 제대로 된 패키지 여행을 즐기려면 기존 계획보다 더 큰 지출을 할 수밖에 없다.  

 

올해 초 논란이 됐던 하나투어 ‘관광객 해외 방치’ 파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패키지 여행사의 구조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  

 

지난 2월 하나투어 패키지여행을 떠난 12명의 여행객들이 밴쿠버를 경유해 목적지인 옐로나이프로 향하던 중 기상악화로 비행기가 회항하자 현지 가이드가 여행객들을 사비로 자유여행하라며 방치한 일로 비난을 산 바 있다.

 

이후 여행객들은 밴쿠버에서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여행을 망쳤다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는 “천재지변 등을 이유로 일정이 변경될 수 있고 당시 현지 조건에 맞춰 최선의 옵션을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에 대해 업계에서는 애초 사건의 발단은 천재지변이었으나 대형 여행사라는 하나투어의 대응도 전문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현지 여행사가 대형 여행사로부터 충분한 마진을 보장받지 못하면서도 고객을 위한 책임감만을 강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어느 손님이라도 온전히 내 손님이라고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현지 여행사가 대형 여행사로부터 충분한 마진을 보장받았고 친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느냐에 따라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계속해서 터지는 가이드와 현지 여행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대형 여행사의 ‘갑질’에서 비롯됐고 볼 수 있다.

 

때문에 하나투어가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하나투어’의 브랜드를 믿고 여행을 선택한 소비자들의 비난의 화살은 하나투어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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