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삼성그룹이 준법감시위원회의 첫 발을 뗐다. 앞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삼성그룹과 이재용 부회장에게 기업 범죄 재발 방지 대책을 주문했고, 삼성그룹은 재판부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 발 빠르게 움직였다.

물론 재판부는 “재판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범죄 재발 방지 대책을 주문했다는 것과 삼성그룹이 발맞춰 움직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결과와 무관하기 어렵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또, 삼성그룹 안팎에서도 집행유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준범감시위원회에 대해서 공개했다. 위원들은 대법관 출신의 김지형 변호사를 비롯한 시민단체를 비롯한 범조, 학계 등 총 7명의 인사들로 이뤄졌으며, 대부분 재벌개혁에 적극적인 의견을 표명해온 진보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변호사는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준법감시위원회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생명으로 삼성의 준법 감시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내정된 경위와 관련해 “처음 요청을 받고 완곡히 거절했지만 거듭되는 요청 끝에 결국 제안을 받아들이게 됐다”면서 “삼성의 진의에 대해서 많은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삼성이 먼저 변화의 문을 열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은 그동안 여러 변화와 요구를 받아왔지만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면서 “변화는 벽을 허무는 데서 시작해야 하고, 그래야 대화도, 소통도, 화해도 가능하다. 무엇이 계기가 되었든, 삼성이 먼저 벽문(壁門)을 열었다는 사실 자체가 변화를 향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결국 '양형'으로 향하는 길?


다만, 일각에서는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에게 기업 범죄 재발 방지 대책을 주문한 것을 두고 이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삼성이 재판부의 주문을 수용함에 따라서 양형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은 오너공백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면하기 위해서 어느때보다 재판부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행보를 보였다. 준법감시제도를 도입하는 것 외에도 스웨덴 최대 재벌 발렌베리 그룹의 마르쿠스 벨렌베리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때문에 준법감시위원회 설립이 파기환송심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한 독립적인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감시위원회인 만큼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한 재계 관계자는 “준법감시위원회에게 삼성이 얼마 정보를 오픈할 것인지도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없다”면서 “또 삼성이 자체적으로 만든 감시기구이긴 하지만 어쨌든 외부인사들로 이뤄진 조직인데 핵심 계열사들의 영업비밀이나 내부 정보 등을 전부 위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역할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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