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 앞에는 비당권파인 지상욱 의원이 손학규 대표에게 당의 민주적인 운영을 요구하며 취재진석에 앉아 있다. 2019.09.20.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퇴진파의 대립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사실상 비당권파 대표급인 유승민 의원까지 전면에 나서며 또다시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야권이 반(反)조국 투쟁을 전개하는 와중에 불거진 이번 반목은 지난 18일 당 윤리위원회가 하태경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면서 불거졌다.

지난 5월 손 대표를 향한 하 최고위원의 ‘정신퇴락’ 발언에 대해 윤리위가 6개월의 직무정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하 최고위원은 비당권파로 분류된다.

유 의원은 19일 이번 윤리위의 결정에 대해 “정당민주주의를 파괴한 행위”라며 “손 대표가 정치를 이렇게 추하게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갈등은 지난 4·3보궐선거 이후부터 시작됐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보선 패배에 대해 ‘지도부 책임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유 의원은 간간히 손 대표 사퇴 등에 대한 우회적 메시지만 던질 뿐 직접적인 비판이나 전면에 나서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바른정당계 대표격으로 분류되는 유 의원이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자유한국당과의 합당설이 다시 제기되기도 했다. 조국 파동을 계기로 바른정당계와 한국당이 다시 합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유승민·안철수계로 구성된 비당권파 의원들은 하 최고위원 징계대책 논의를 위해 19일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의총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등 ‘새로운 지도체제 구성’까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바른미래당 의원은 박주현·박선숙·이상돈·장정숙 의원을 제외하면 24명이다. 이 중 비당권파는 15명으로, 수적으로 당권파를 압도하고 있어 독자적 행보가 가능한 상태다.

이들의 대립은 20일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회의 참석대상이 아닌 지상욱 의원이 최고위 회의장을 찾아 하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손 대표와 설전을 벌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지 의원은 “하 최고위원이 했던 말이 물의를 빚었다고 해서 네 번이나 사과했는데 몇 달이나 지난 뒤 징계를 결정하고, 윤리위원장에 대해 최고위원 5명이 불신임안을 내놨다”고 따졌다. 손 대표가 당헌·당규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 지 의원은 “이런 것을 해결하지 않고 어떻게 대표가 조국 퇴진을 요구하고 문재인 대통령한테 임명을 철회하라고 하겠느냐”며 “동료를 함부로 참수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손 대표는 “윤리위 결정을 당 대표가 철회할 수 없다”면서 “윤리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에 하 최고위원이 날인했는데 징계 대상자가 자기 재판관을 고를 수 없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라 반박했다.

이어 “위원장 불신임안은 최고위에 상정할 수 없고 과반으로 의결할 수 없다”며 “제가 의도를 갖고 배후 조종하는 것처럼 허위 주장하는 것은 개인에 대한 모독을 넘어 윤리위를 모독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의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발언에 품격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도자의 말은 적을 상대로 하더라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동안 일본 수출규제와 조국 파동으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바른미래당 갈등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점화될 조짐을 보인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분당 수순에 들어갔다’고 평가하지만 비당권파 의원들은 이에 대해 선을 그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분당·탈당은)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 당을 갈라선다는 것으로 해석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일축했다.

유승민 의원도 탈당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너무 앞서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권파 의원들은 냉소적이다. 비당권파에게 남은 길은 탈당 뿐이라는 것이다.

한 당권파 의원은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비당권파가 할 수 있는 것은 자기들끼리 떠드는 일밖에 없다”면서 “당을 자발적으로 나가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당권파 측에서는 비당권파의 행보가 결정되면 손 대표가 강조해오던 ‘제3의길’ 구축을 위한 대안세력을 끌어들여 당 개편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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