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한유총 고문변호사 황교안 자체가 국민에 고문…집 나간 정신 바로잡고 생각 좀 하라”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자유한국당이 29일 본회의에 상정된 안건 전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했다.

이날은 유치원3법, 민식이법, 데이터3법(일부) 등 200여 건의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여야가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날인만큼, 민생을 볼모로 잡는다는 비난여론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회 관계자는 “오늘 모든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국회 의사과에 신청됐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헌정사상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은 2016년 2월 23일부터 3월 2일까지 총 192시간 넘게 진행된 테러방지법 통과 저지를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필리버스터다. 단일 기록으로도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던 이종걸 의원이 진행한 12시간 31분 동안의 연속발언이 최장기록으로 남아있다.


▲ 필리버스터 마지막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수정을 요구하는 무제한 토론 중 허리가 아픈 듯 손으로 짚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7시 2분께 토론을 시작해 오후 7시 32분 발언대를 나섰다. 2016.03.02.

실제로 한국당이 이대로 필리버스터를 강행·지속할 경우 이날 본회의에 상정되는 안건의 처리가 얼마나 가능할지 짐작하기 어렵다. 내달 2일을 기한으로 하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또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번 필리버스터 신청은 지난 27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던 법안 중 하나인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고 내달 3일 검찰개혁안마저 부의 예정인 가운데 전초전의 성격으로 나온 궁여지책으로 해석된다.

부의란 의제에 부친다는 뜻으로, 언제든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본회의 표결절차는 재적의원(295석) 과반수의 출석(148석)과 출석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이뤄지지만 한국당 현 의석수는 108석으로, 보수성향의 야당 의원들을 모두 끌어 모아도 148석에 턱없이 못 미친다.

정치권에서는 검찰개혁안이 본회의에 부의되는 12월 3일부터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10일까지의 일주일이 여야가 본격 대립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으로는 유치원3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유아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와 함께 처음부터 반대 입장을 견지해 온 한국당이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12년 한유총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던 전력과 함께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 중 사학재단 집안이 많아 유치원3법에 극구 반대한다는 것이다.

유치원3법 발의를 주도했던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에서 “(한국당 원내대표가)나경원 의원으로 교체되면서 (유치원3법)논의가 급격히 봉쇄됐다”며 “한국당이 유치원3법 반대입장을 고수하는 데는 한유총 고문변호사로 활동한 황 대표의 영향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당 내부적으로는 의원직 총사퇴, 총선 불출마, 필리버스터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됐지만 결과적으로 어떤 것도 실효성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신청한 필리버스터 역시 고작 ‘시간끌기’에 그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표결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회기 종료 시점을 종결 선포 시점으로 간주한다.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에 지체 없이 표결에 들어간다. 즉 정기국회 종료까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간다 해도 다음 임시국회가 소집되면 곧바로 찬반 표결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여영국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사립유치원 고문변호사 황교안과 그가 대표하는 한국당 자체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고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며 “한국당이 다음 총선 룰 결정에 참여할 마지막 기회다. 집나간 정신 바로 잡고 생각이라는 걸 좀 하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내부에서조차 민생법안에 필리버스터를 하는 것이 맞느냐는 일부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강경파 쪽에서는 의원 1인당 4시간씩 돌아가며 순번을 정해서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필리버스터를 하기로 했다. 의총에서 반론 없이 다 찬성했다”고 밝혔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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