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배당 과다하다” 일침에도 멈추지 않는 먹튀 징후

네이버 거리뷰 캡처화면.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외국계 시중은행 SC제일은행의 먹튀 논란이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다. 순이익이 20%가까이 줄어든 상황에서 사실상 외국계 본사가 독식하는 고배당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고액자문료까지 배정하며 또다시 국고유출 논란을 야기했다. 여기에 중고기업 대출 비중을 줄이는 등 정부가 소외된 금융계층을 끌어안겠다는 취지로 추진하고 있는 포용적 금융에도 비협조적이다.

이는 대다수 국내 시중은행들의 방침과도 역행한다. 마치 은행권에서 모난 돌처럼 비죽 튀어나와있는 셈인데, 최근에는 금감원에서도 이와 관련해 “조금 과하긴 했다. 시장 불안정성과 불안감을 조금 초래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스페셜경제>는 제일은행의 먹튀논란과 국고유출 의혹 등에 대해 조명해봤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순이익 19% 줄었는데…배당률은 최고
나홀로 ‘포용적 금융 역행’ 중기대출↓

우선 100% 외국인 주주로 구성 된 SC제일은행의 고배당·고액자문료·중기대출역행 등이 먹튀 논란으로 연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제일은행의 최근 실적이 매우 좋지 않다는 데 있다.

제일은행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작년 SC제일은행의 총 당기순이익은 221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736억원)에 비해 19.12% 감소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제일은행은 작년 1120억원의 결산배당을 결정했고, 올해들어선 50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도 결정했다.

아울러 제일은행의 작년 용역비는 165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198억원)에 비해 38.48% 증가했다. 이는 제일은행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있는 스탠다드 차타드 그룹에 대한 자문료와 로열티 개념이다.

국내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고배당과 고액자문료를 실현하면서 해외 본사에 막대한 금액을 보내는 가운데,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포용적 금융 정책과 관련해서도 청개구리처럼 말을 듣지 않는 것은 국내에서 발을 빼기 위한 준비가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던 셈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제일은행 고배당, 금감원장도 “과 했다”

이같은 지적은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나온 바 있다. 지난 3월 27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출석한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외국인이 100% 주주인 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적자 상태에서 배당을 해 논란이 됐다”며 “한국을 떠나는 사전 수순이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적하신 한국씨티나 SC제일은행은 조금 과다하긴 했다”며 “시장 불안정성과 불안감을 조금 초래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정부 ‘포용적 금융 정책’에도 역행

이같은 평가를 뒷받침해주는 또 다른 정황들도 포착되고 있다. 제일은행이 정부가 포용적 금융 정책의 일환으로 유도한 중소기업 대출 비중 증가에 비협조적이고 사회적 기부에도 소홀히 하는 등 국내 시장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

앞서 금융 당국은 가계대출 억제를 목표로 오는 2020년부터 은행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 위험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대출은 15% 하향 조정하는 규제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다수의 시중은행 등은 예수금과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예대율을 관리해 이에 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은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제일은행의 작년 중소기업 원화대출금 잔액은 3조6284억원이다. 이는 전년도 4조2626억원 대비 15%(6342억 원) 감소한 수치다. 대조적으로 제일은행의 작년 대기업 원화대출금 잔액은 3조8907억원이다. 전년 3조2885억원대비 18%나 늘어난 액수다. 정부가 유도한 방향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는 국내 시중은행들의 행보와 비교해보면 좀더 명확해진다. 신한은행의 작년 말 중소기업 원화대출금 잔액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84조9723억원이며, KB국민은행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97조7937억원이다, KEB하나은행은 76조9762억원으로 9% 증가했고, 신한은행은 84조9723억원으로 8%, 우리은행은 76조5780억원으로 6% 확대했다. NH농협은행도 76조8796억원으로 7% 늘렸으며 IBK기업은행은 7% 증가했다.

제일은행은 사회 환원 측면에서도 인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인 예대마진을 통해 1조5439억 원의 이자수익을 냈지만 사회공헌 비용으로 지출하는 기부금은 이자 수익의 0.6%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은행이 먹튀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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