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최근 잇따른 허가 취소와 임상 실패 악재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큰 기대를 모았던 헬릭스미스의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유전자치료제인 ‘엔젠시스’마저 임상 3상에서 ‘약물 혼용’이라는 황당한 이유로 결론 도출에 실패하면서 또 다시 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24일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임상 3상 결과 설명회에서 “환자의 혈액 샘플에서 위약과 약물이 함께 검출되는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혼용 가능성으로 인해 임상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는 이번 임상은 사실상 실패나 다름없다.

전문기관 조사 결과, 최소 32명의 명백히 잘못된 환자가 발견되는 ‘반복적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플라시보군 환자의 혈액 샘플에서 엔젠시스가 검출됐고, 일부 엔젠시스 투여군 환자에서는 기대치보다 양이 매우 맞게 나와 혼용 가능성을 보였다.

미국 현지 전문가들은 약물 혼용의 명확한 증거가 있으며, 어떤 환자에서 뒤바뀌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신약의 유효성 해석을 불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헬릭스미스 김선영 대표는 “의사들이 약물에 대한 믿음이 강해 환자들에게 플라시보 효과를 만들지 않을지 우려했는데 오히려 혼용이라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문제가 된 피험자를 제외하면 좋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고 말했다.

다만 안전성에 대해서는 임상 피험자 전원에 걸쳐 이상반응 빈도가 매우 낮게 나왔고, 약물과 관련됐다고 판단할 만한 중대한 이상반응이 없었다는 것이 헬릭스미스 측의 설명이다.

헬릭스미스는 향후 6개월 안에 두 번째 임상 3상을 시작하고, 2022년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또 회사는 임상 대행 병원을 상대로 ‘약물 혼용’에 대한 소송을 준비중이다.

지금으로서는 임상사이트(병원)에서 주사를 잘 못 놓아다는 것이 제일 의심되는 상황인 만큼 두 달간 조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임상 사이트 4~6곳에서 (약을) 바꿔서 썼을 가능성이 높다”며 “추후 법적 조치 가능성을 고려해 명확한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비공개로 조사를 진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제약·바이오업계는 코오롱 티슈진의 인보사 허가취소, 신라젠관 엘이치엘비 등의 임상 실패 등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투자심리가 약해진 데에 헬릭스미스의 엔젠시스는 마지막 희망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다시금 부정적인 결과가 도출되면서 업계가 다시 침체될 위기해 처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선민정 연구원은 “기대했던 것과 달리 헬릭스미스의 상황이 실패로 귀결되는 것처럼 보여 섹터 내 다른 종목들도 투자심리가 악화될 것”이라며 “일부 주가 조정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헬릭스미스는 불확실성 해소라는 시장의 인식이 있어 신라젠이나 에이치엘비의 임상결과 공개 때와 달리 업종 내 다른 종목의 주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선 연구원은 “오히려 주가 낙폭이 과도했던 종목들의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내놨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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