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12‧16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서울 강남 아파트 청약 과열 양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청약 경쟁률이 최고 수백 대 1에 달하고, 당첨가점도 만점(84점)에 가까울 정도로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내 1순위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가점제를 대상으로 시행하면서 당첨 확률이 낮아졌지만, 강남권 신규 분양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시세 차익이 수억원에 이르면서 로또 청약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강남권 재건축 단지로는 처음 분양한 강남구 개포동 개포프레지던스자이 아파트 청약 당첨가점은 최고 79점을 기록했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개포프레지던스자이의 전용면적 59㎡B·114㎡B에서 최고 당첨가점 79점이 나왔다.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부양가족이 6명 이상(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이어야 나오는 만점(84점)과 불과 5점 차이인 셈이다.

앞서 공공택지 아파트로 분양한 위례신도시 ‘호반써밋송파’ 1·2차와 지난해 분양한 ▲래미안라클래시 ▲르엘신반포센트럴의 최고 당첨가점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대출 강화로 수요자가 몰리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강남 지역 청약시장에도 예비 청약자들이 대거 몰렸고, 당첨 가점도 치솟은 것이다. 결국 정부의 규제에도 강남 신규 분양 아파트는 여전히 투자가치가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특히 개포프레지던스자이는 12‧16 부동산대책 이후 첫 강남권 분양인 만큼 청약결과에 따라 정부 고강도 규제 정책 효과와 향후 강남권 분양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바로미터였다.
아직까지는 규제 효과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내 시가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정부 정책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일부분은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규제로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은데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발표 이후 신규 주택 공급 축소 우려와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맞물리면서 강남 지역 청약 열기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아울러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현금 보유 고가점 청약 대기자들이 비교적 안전 자산이자 수요가 많은 강남 아파트 청약 시장에 몰렸다.

때문에 주택시장에서는 강남 청약 시장이 현금부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 현금부자만 아니면 청약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서 아파트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오는 4월 이후 시세차익이 높은 강남지역 청약 열풍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함께 당첨 가점을 갖추고 있는 현금부자들이 강남권 주요 신규 분양 단지 청약을 독점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