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2.11.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여야가 512.3조 원 규모의 예산안을 처리하며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협의체는 조준점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옮기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13일께 패스트트랙 법안과 정기국회에서 미처 처리하지 못한 민생 법안 및 예산안을 마저 상정할 방침이다.

당초 11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해당 법안들을 처리할 방침이었지만 민주당은 야당과의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본회의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안의 경우 내년 총선 예비후보등록일인 17일 이전까지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선거법을 우선 상정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검찰개혁법에 이어 유치원3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유아교육법) 순서로 처리할 계획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2월 임시국회가 다시 시작된다. 본격적으로 검찰개혁과 선거제 개혁에 나서겠다”며 “본회의가 열리는대로 선거법, 검찰개혁법을 비롯한 개혁법안들, 어제 처리 못한 민생법안과 예산부수법안을 일괄 상정할 것”이라 밝혔다.

여야 4+1협의체는 공조를 유지하며 패스트트랙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야당이 한국당 책임을 강조하며 대화무용론을 외치는 가운데 민주당은 여당으로서의 책임의식으로 일단 협상의 문은 열어놓는 모습이다.

본회의를 연기한 데에도 4+1협의체 내부의 이견 조정 문제도 있지만 논의 자체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한국당에 마지막까지 시간적 여유를 줬다는 명분을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한국당과 협상을 시도한 뒤 진전이 없으면 13일 본회의에 민생법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등을 일괄 상정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당이 또다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신청하며 법안처리를 지연시킬 것에 대비해 임시국회 회기를 3~4일로 정하고 단계별로 표결처리하는 전략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 대상이 된 법안은 다음 회기에 다시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수 없으며 즉시 표결절차에 돌입한다.

▲ 이인영(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최고위원,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4+1 원내대표급 회동을 하고 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잠깐 자리를 비웠다. 2019.12.10. (사진=뉴시스)

다만 민주당으로서는 최근 선거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조정 문제로 마찰음이 들려오고 있어 4+1협의체 내부의 이견 조율이 급선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비례대표를 각각 225석-75석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 경우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경기 지역에서 10석의 감소가 있을 수 있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며 일부 지역구 의원들이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획정위 시뮬레이션 결과, 지역구가 6석 감소되는 호남계 야당 의원들의 반발도 작용했다.

게다가 농산어촌 지역구가 통폐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거구 획정을 위한 인구 기준을 선거일 전 ‘3년 평균으로 설정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10일 알려지기도 했다. 이는 당초 선거구획정위의 시뮬레이션이 올 1월 말 행정안전부에 등록된 인구를 기준으로 나온 결과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농어촌지역이 통폐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뜻이다.

 

그러나 지역구를 현행(253) 대비 3석 줄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데다가 특정 지역의석을 보장해주려는 것으로 비칠 소지가 있어 대표성과 비례성 강화라는 선거법 개정의 명분마저 흔들릴 위험이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달 25일 “비례대표 3석 늘리자고 동물국회가 되고 일 년 이상 대립한거냐”는 의견을 민주당 측에 전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바른미래당 강신업 대변인도 11일 4+1협의체에서 ‘250대 50’안이 논의되는 것을 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실상 무늬만 남고 실질은 모두 사라진다”며 “(비례대표)50석에 (연동률)50%안을 채택하면서 원안의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는 유지할 경우 선거법 개혁은 말 뿐이고 그 실질은 비례대표 47석의 종전 선거법보다 후퇴하는 개악이 된다”고 꼬집었다.

한국당은 현재 총력저지 방침을 세우면서도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른 보수야당 세력을 모두 끌어 모아도 법안 통과를 저지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점이 한국당으로서는 고민거리다.

필리버스터는 민주당이 짧은 회기의 임시국회를 열어가며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할 경우 막기 힘든 일회성 수단에 그친다. 궁극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당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민주당과 협의를 진행하자는 말도 나온다. 이는 우리공화당 홍문종 공동대표가 지난 7월 지적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한국당으로서는 막을 방안이 없는 만큼 맞서기 보다는 헤쳐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의원직 총사퇴 카드까지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회의원 정수는 200인 이상으로 한다는 헌법 규정에 따라 한국당 의원들이 총사퇴해 20대 국회를 200인 미만으로 만들어 조기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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