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법률검토보고서 “청소, 경비 등을 위한 용역자회사 설립은 수은법 위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불법인줄 알면서도 자회사 설립 승인해줘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이 청소, 경비 등 용역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자회사인 수은플러스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수은의 자회사 설립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전검토에도 불구하고 이를 승인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국정감사를 위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재부로부터 확보한 ‘수은의 용역자회사 출자 관련 검토’ 자료(2019년 5월)를 통해 밝혀졌다.

수은은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올해 6월 자회사인 수은플러스를 신설하고 100명에 달하는 미화, 경비, 시설관리 용역직 근로자를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이에 앞서 수은은 5월 기재부에 자회사 설립 관련 승인을 요청했고, 기재부는 수은의 용역자회사에 대한 출자가 가능한지 리우 법무법인을 통해 법적 해석을 요청했다.

현행 수은법 제20조에서는 “수출입은행은 기획재정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대한민국 법인이나 외국법인에 출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리우 법무법인은 5월 검토보고서를 통해 “수은법 제20조에 따르면 법인에 대한 출자는 수은업무와 관련된 조사ㆍ연구 및 자금조달업무 등을 지원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가능하며 ‘미화, 경비, 시설관리’ 업무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서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즉, 수은은 수출입과 해외투자 및 해외자원개발에 필요한 금융을 제공하는 것이 본연의 업무인데 은행 내 경비, 시설관리, 미화 근로자의 정규직 채용은 제18조에 따른 수은 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리우측은 보고서 결론부에서 “신설 자회사가 수행할 경비, 시설관리, 미화 등 용역업무 및 채용·인력관리 업무는 수은법 제20조의2 제1항 제1호의 ‘업무와 관련된 조사·연구 및 자금조달업무 등을 지원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수은의 용역자회사에 대한 출자는 수은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라고 회신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러한 법률검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은의 불법적인 자회사 설립을 승인해 줬고, 수은은 자회사인 수은플러스를 6월 신설해 용역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심재철 의원은 “현행 수은법에서는 수은업무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조사, 연구지원에 한해서만 출자가 가능하도록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위해 기재부가 수은의 용역 자회사 설립이 불법인 것임을 알고도 이를 승인해 준 것에 대한 법적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제공=심재철 의원실

 

스페셜경제 / 신교근 기자 liberty1123@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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