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지난해 증권사가 연루된 소송 금액 규모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에너지기업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과 관련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가 국내 증권사간 소송전으로 번진 영향도 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작년 말 현재 증권사 56곳 가운데 소송이 진행되는 증권사는 33곳이라고 2일 밝혔다. 소송 건수는 총 334건, 소송금액은 3조384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증권사당 평균 10.1건, 921억원 규모의 소송이 진행되는 수준이다.

증권사가 원고 입장으로서 제기한 소송은 109건·5천89억원이고 피고로 법정에 서는 소송은 225건·2조5천295억원으로 나타났다.

증권사가 연루된 소송 건수는 1년 전보다 5건 늘어난 것에 불과하지만 소송금액은 9천238억원(43.7%)이나 늘었다.

소송이 가장 많은 곳은 한국투자증권 39건이고 이어 유안타증권(33건), 미래에셋대우(32건), 메리츠종금증권(28건), NH투자증권(27건) 등 순이다.

소송금액은 유안타증권(1조7천267억원)이 압도적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안타증권이 지난 2013년 동양증권 당시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로 피해당한 투자자들이 제기한 소송 때문이다.

소송액은 다음으로 NH투자증권(2천77억원), 미래에셋대우(1천952억원), 한화투자증권(1천340억원), 한국투자증권(1천251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1천125억원), 현대차증권(1천38억원) 등 순이다.

특히 최근 1년 사이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의 소송금액이 급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107년 말 소송 건수 7건에서 지난해 말 14건으로 증가했고 소송금액은 125억원 수준에서 1천34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017년 말까지는 연루된 소송이 없다가 작년 6건의 소송을 당했고 소송액은 1천억원을 넘겼다.

2017년 말 167억원에 불과했던 현대차증권의 소송액도 작년 말에는 1천38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모두 작년 중국 CERCG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국내 발행 1천650억 규모의 ABCP 부도 사태와 연관되어 있는 증권사다.

ABCP는 작년 5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특수목적회사(SPC)인 금정제12차를 통해 발행했고 9개 금융회사(현대차증권(500억원), BNK투자증권(200억원), KB증권(200억원), 유안타증권(150억원), 신영증권(100억원)) 등이 매입했다.

ABCP 부도 사태가 벌어지자 ABCP를 가장 많이 매입한 현대차증권은 한화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을 상대로 500억원 규모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안타증권·신영증권은 ABCP를 되사겠다고 약속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현대차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금융회사들 사이에 소송전이 벌어졌다.

BNK투자증권은 소송액이 2017년 말 16억원에서 작년 말 217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KB증권은 142억원에서 442억원으로, 신영증권은 4억원에서 125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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