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동맹의 편에 서라’vs‘우리민족끼리’…난관봉착

▲(왼쪽)문재인 대통령 (사진제공=뉴시스), (오른쪽)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출처=노동신문)

 

[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그동안 ‘미·북 중재자’를 자임해 온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한다”고 일침을 가해 문 대통령의 중재자 타이틀이 난관에 봉착했다.

이날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온 문 대통령은 “동맹의 편에 서라”는 미국과 “우리민족끼리”를 요구하는 북한 사이에서 ‘미·북중재자’ 타이틀을 주도적으로 지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 2일차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남조선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북남관계개선의 분위기를 계속 살려나가자면 적대적인 내외 반통일, 반평화 세력들의 준동을 짓부셔버려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한 주장”이라며 “미국의 시대착오적인 오만과 적대시정책을 근원적으로 청산하지 않고서는 북남관계에서의 진전이나 평화번영의 그 어떤 결실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때늦기 전에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는 민족의 운명과 전도를 걸고 북남관계개선과 평화통일에로 향한 역사적 흐름에 도전해나서는 미국과 남조선보수세력의 책동을 단호히 저지파탄시켜야 한다”며 “남조선당국이 진실로 북남관계개선과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의향이라면 우리의 입장과 의지에 공감하고 보조를 맞추어야 하며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문 대통령에게 ‘회색지대’ 아닌 ‘양자택일’ 시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한 데 대해 “북한의 입장을 파악해 알려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굿 이너프 딜(충분히 만족할 거래)’ 중재안이 아닌 북한이 핵무기는 물론 대량살상무기를 전면 폐기하는 것과 대북제재완화를 교환하는 ‘일괄타결식 빅딜’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지를 알아봐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최근 미국이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또다시 생각하고 있으며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지만 새로운 조미관계수립의 근본방도인 적대시정책 철회를 여전히 외면하고 있으며 오히려 우리를 최대로 압박하면 굴복시킬 수 있다고 오판하고 있다”며 “우리도 물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중시하지만 일방적으로 자기의 요구만을 들이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흥미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 같이 김정은이 이른바 ‘트럼프식 대화법’에는 흥미가 없다고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미국에게 ‘중재자’ 역할을 부탁받은 문 대통령에겐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 달라”고 강도 높게 요구한 것은 문 대통령이 더 이상 미·북 사이에서 회색지대에 머무를 것이 아닌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는 모종의 압박인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그 동안 미국의 동맹국이면서도 북한의 눈치를 봐왔던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미북 회담 재개’의 사다리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였던 남북정상회담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김정은을 3차 미·북 회담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선물을 주려다가는 한·미 동맹의 훼손은 물론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두 나라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생각나면 아무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는 등의 애틋한 사이임을 드러냈다.  

 

스페셜경제 / 신교근 기자 liberty1123@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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