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양재동 가이드라인 철폐·윤 부회장 퇴진 요구
정의선 회장 노조 달래기 나서…20년만에 노조 회동

▲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2008년 현대차 노무총괄 부회장으로 승진 후 현재까지 그룹 내 계열사 노무현안을 총괄중이다. (출처=뉴시스) 

[스페셜경제=김민주 기자]연말 현대자동차그룹 임원인사를 앞두고 윤여철 부회장의 거취가 불분명해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노무담당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의 이번 연임은 노조 손에 달렸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대차 및 계열사 노동조합들은 ‘양재동 가이드라인’의 철폐와 그 중추역할을 맡아온 윤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 중이다. 양재동 가이드라인은 윤 부회장 체제 속 암묵적으로 행해온 노조서열화를 노조가 명명한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례적으로 노조와 직접 만남을 갖는 등 소통경영을 강화하고 있고, 올해 완성차업계가 노조리스크 직격탄을 맞은 만큼 이번 임원인사엔 노조의 입김이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 및 계열사 노동조합에 따르면, 그룹은 현대차 임단협을 기준으로 현대제철 90%, 현대로템과 다이모스 80%, 나머지 계열사는 70% 수준으로 합의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윤여철 부회장 주도로 관철해왔다. 현대차 노조를 가장 상위단계에 올리고,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 및 하위 계열사 순으로 차등 대우해왔다는 것이다.

현대제철 노동조합원은 “현대차그룹은 계열사를 수직 서열화하고 서열에 따라 임금인상률을 정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통제하고 있다”며 “하위 계열사는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그룹이 정한 서열에서 밀리면 낮은 임금인상률을 강요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재동 가이드라인 문제는 현대제철뿐 아니라 모든 계열사와 하청업체의 문제다. 노조는 끝장 투쟁을 해서라도 반드시 윤여철을 심판하고 가이드라인을 박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금속노조 현대·기아차그룹사 지부와 지회들이 지난해 8월 28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현대·기아차 임단협 가이드라인 분쇄, 그룹사 자율교섭 쟁취, 임금체계 개악 저지, 윤여철 부회장 OUT 금속노조 현대기아차그룹사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 (출처=금속노조 공식홈페이지)


현대차·기아차·계열사 노조의 양재동 가이드라인 철폐 요구는 매년 반복돼왔지만 특히 올해는 현대차노조의 기본급 동결 서명으로 더욱 거세졌다.

올해 현대차 노사는 임금 협상에서 11년 만에 기본급을 동결하는데 합의했다. 윤 부회장은 매년 임금 협상 과정에서 반복됐던 파업 한번없이 2년 연속 무분규 합의를 이끌어 냈다는 평을 받았지만, 노조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노조서열화 속 최상위단계에 있는 현대차 노조의 기본급이 동결됨으로써 자연히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및 하위 계열사 노조의 임금협상은 불리해졌다는게 노조의 주장이다. 실제로 맏형 현대차가 올해 임단협 무분규 타결을 성공한 것을 제외하면 둘째형 격인 기아차를 포함한 대부분 계열사의 임단협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 및 계열사 노조들은 이를 고발 및 규탄하고자 지난달 23일 공동성명을 냈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계열사 노조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케피코, 현대로템, 현대모비스, 현대비앤지스틸, 현대위아, 현대IHL, 현대엠시트, 현대제철, 현대제철당진하이스코, 현대트랜시스, 현대종합특수강 등이다.

노조는 성명에서 “총수의 교체가 회장의 이름만 바뀌는 게 아니라 그룹의 고질적인 관행과 노사관계의 경직이 바뀌는 계기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로 인한 경영악화 속 연쇄 파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현대차 그룹은 노무전략수정이 필요해졌다. 노무전략수정은 곧 그간 현대차의 노무현안을 총괄해온 담당자의 교체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연말 현대차그룹 임원인사를 앞두고 노무담당자 윤여철 부회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정의선의 노조 달래기…양재동 가이드라인 사라지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30일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울산공장에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과 오찬 및 면담자리를 가졌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2001년에 이헌구 당시 현대차 노조위원장과 만난 후 현대차그룹 회장이 노조와 회동한 것은 약 20년만이다.

업계 안팎에선 소통경영을 강조해 온 정 회장이 노사 문제의 해법을 직접 찾고 본격적인 노조 달래기에 나선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정 회장은 오찬자리에서 “노사관계 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직원들의 만족이 회사발전과 일치될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찾아가자”고 말했다.

한편 기아차 노조는 이날 4차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투쟁방안을 결정했다. 기아차 노조는 오는 7일 본교섭 및 정상근무를 실시한다. 본교섭에서 협상이 결렬될 경우 오는 8일부터 근무조별로 2시간 단축 근무로 부분 파업을 재개한다. 5차 쟁대위는 오는 11일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도 파업을 준비 중이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2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92%의 찬성으로 파업권을 확보했고, 현대위아도 지난달 3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0%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스페셜경제 / 김민주 기자 minjuu090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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