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가 목록) 배제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강경화(왼쪽) 장관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1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에 도착, 센터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한-미얀마 양자회담에서 생각에 잠겨있고. 같은 날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 방콕의 숙소에 도착하고 있다. 강 장관은 1일 방콕에서 고노 다로( 河野太) 일본 외무상과 만나 수출규제 철회를 재차 촉구할 방침이다. 2019.07.31.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의 논의를 위해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서로간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돌아섰다.

일본 측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양국의 간극이 전혀 좁혀지지 않아 일본이 오는 2일 각의에서 실제로 화이트리스트 배제조치 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1일 오전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외무상과의 회담을 가졌지만 일본의 반응에서 큰 변화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존 수출규제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특히 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를 보류·중단해줄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경우 관계가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측 이야기와 달리 수출규제 문제가 강제징용 판결문제와 연계된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그런 점에서 화이트리스트 제외 절차가 진행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강 장관도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외교 당국 간에는 어차피 대화를 계속 해야 하고, 문제해결을 위해서라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주지시켰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이 한일 갈등의 중재를 시사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ARF에서 한미일 외교장관을 함께 만날 것이라 밝힌 점으로 미뤄 강 장관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발언은 미국의 중재가 있기까지 양국이 ‘휴전’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강 장관은 “각의 결정이 나온다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대응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면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안보상 이유로 취해진 것이었는데 우리도 여러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사실상 GSOMIA의 폐기를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GSOMIA는 2016년 체결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으로 사실상 양국이 가장 경계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정보의 공유를 목적으로 한다.

일본이 지난달 1일 수출규제에 이어 화이트리스트 제외 카드를 꺼내자 국회에서는 정의당을 필두로 GSOMIA 연장 재검토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일본이 ‘안보’를 명목으로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한다면 한국 또한 ‘안보’를 명목으로 GSOMIA를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GSOMIA는 1년 단위 협정으로, 기한 만료 90일 전까지 양국이 협정 종료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자동 갱신된다. 최종기한은 이달 24일이다.

하지만 일본 측은 한국의 GSOMIA 폐기론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달 23일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GSOMIA 폐기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일본)는 그럴 생각이 없다”며 “안전보장 면에서 일·미, 일·한, 일·미·한 연대는 매우 중요하다. ‘연대한다’는 과제에 대해 확고히 생각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의 양자회담은 이날 오전 8시45분(현지시간·한국시간 오전 10시45분)부터 약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