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산업은행 홈페이지]

[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자회사 격인 KDB생명보험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인센티브를 내걸어 금융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됐다. 부실한 회사를 빠르게 매각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과하다는 의견이 높다.

지난 15일 금융권은 KDB생명이 이달 초 이사회를 열어 회사 매각 성공 시 현직 사장과 부사장에게 최대 45억원의 성과 보수를 지급한다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전했다. 이에 매각 가격에 따라 정재욱 사장은 5억~30억원을, 수석부사장은 2억5000만~15억원을 인센티브로 받게 된다. 수석부사장 자리는 현재 공석이지만 백인균 산은 부행장이 내정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앞서 지난해 1월 이사회에서는 동일 목적으로 매각 성공 보수를 결정했던 바 있지만 이번에 크게 상향된 수준을 보이고 있다. KDB생명 매각을 시작한 지 1년 반이 지나도록 성과가 없자 경영진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강화한 것이다. 이는 반드시 매각에 성공하겠다는 산은 이동걸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연내 KDB생명 매각을 성공하겠다는 포부를 꾸준히 밝혀온 바 있다. 이 같은 이 회장의 행보는 지난해 KDB생명이 64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한발 다가서자 매각 적기라고 판단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이 회장의 결정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 경영진에 과도한 성과보수를 내 건 것을 두고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인수되는 회사의 기존 경영진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주는 것은 통상 매수하려는 기업의 인수 비용을 높여서 경영권을 지키려는 방어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KDB생명 경영진에게 파격적인 금액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은 일종의 ‘황금 낙하산’으로, 이번 매각 과정에서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수되는 회사의 경영진 등이 기업 인수로 인해 임기 전 퇴직하게 될 경우 거액의 퇴직금이나 보너스, 스톡옵션(주식 매입권) 등을 지급하기로 미리 계약을 맺는 것을 일명 ‘황금 낙하산’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통상적으로 적대적인 인수·합병을 막기 위한 경영권 방어 장치의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보험업계 성장 둔화나 회계 기준 변경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 등으로 가뜩이나 보험사 인수를 꺼리는 상황에서 이 같은 ‘황금 낙하산’은 KDB생명의 매각 가능성을 오히려 낮추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업계 전문가는 “기존 경영진이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회사 매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매각 인센티브 제공으로 바꿔보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공적 자금이 들어간 회사라는 점에서 금액의 적절성은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페셜경제 / 이인애 기자 abcd2ina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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