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한진그룹의 주주총회가 내달 25일 예정된 가운데, 경영권을 둘러싼 공방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경영권을 지키려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쟁취하려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중심의 반(反) 조원태 연합군 간 신경전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격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칼의 지분 4.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누구 편을 들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만큼 30% 소액주주의 표심을 이끄는 밴드왜건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칼호텔네트워크 소유의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 사업들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맡았던 사업으로, 만년 적자였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흔적을 지우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앞서 대한항공이 소유하고 있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의 매각을 의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한진칼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조 전 부사장‧사모펀드 KCGI‧반도건설로 구성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은 입장문을 내고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문제의식 없이 단지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의 표를 얻기 위한 급조한 대책”이라고 날서게 비판했다. 주주연합은 오는 14일까지 새로운 주주 제안을 내놓으며 조 회장 측을 압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양측의 지분 차이는 1.47%로 아주 미세하다. 조 전 부사장 주축으로 한 주주연합은 31.98%고, 조 회장 측은 33.45%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4.11%)를 비롯한 소액주주 30.46%가 부동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 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며 사실상 KCGI의 편에 섰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KCGI보다는 조 회장의 편을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연금 측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주최로 열린 책임투자 포럼에서 배포한 자료집을 통해 “국민연금은 기금 장기 수익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장기투자자”라면서 “단기 시세차익만 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와 투자철학과 방향 등에서 원천적으로 다르다”고 명시한 바 있다.

또 최근 조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교민을 실어나르는 전세기에 탑승하는 등 정부의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고, 땅콩 회장, 물컵 갑질로 악화된 여론을 돌리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국민연금이 사모펀드와 짝을 이룬 조 전 부사장 측 보다는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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