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2019년 매출 상위 100대 기업 연결재무제표 분석
전년 대비 상반기 영업익 28.7% 감소…투자액은 8.0% 늘어
반도체 투자 비중 40% 육박…IT 중심으로 예정대로 집행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주요 기업들이 예년 수준의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업종별로는 다소 차이가 있어, 전기전자와 통신 등은 투자가 활발한 반면 식·음료와 유통분야 투자는 줄어들었다. 

 

11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7% 감소한 33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투자는 지난해보다 8.0% 증가한 63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9.6%(25조원)로 나타나 반도체가 투자의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에는 우리 기업들이 IT 산업을 중심으로 예정된 투자를 정상적으로 집행했다는 게 한경연의 분석이다. 

 

불안정한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투자를 우선시했다. 올해 상반기 투자액 대비 영업이익은 0.54에 불과했다. 주요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동안 벌어들인 돈이 투자집행액의 절반가량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이는 5년 내 최저치. 한경연은 영업이익이 투자액을 크게 하회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기업 투자여력 약화, 산업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업종별로는 통신(19.6%), 자동차(11.1%), 전기전자(7.7%)가 지난해와 비교해 투자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이에 비해 식·음료(-48.9%), 유통(-56.7%) 등 내수업종의 투자는 급감했다. 기업들이 5G, 자율주행, 반도체 등 코로나19 이후 유망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어서다. 

 

한편, 최근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기업들은 현금성 자산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이후 200조원 중반대를 유지하던 100대 기업의 현금성자산은 올해 6월말 기준 312조6000억원으로 19.2%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순유입)이 77조원으로 투자활동 현금흐름(순유출) 57조3000억원보다 20조원가량 많았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순유입)이 32조6000억원 증가했다. 과거에는 영업활동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투자와 차입금 상환에 사용했다면 올해 상반기에는 오히려 차입을 통해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해졌다. 비록 상반기에는 기업 투자가 예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기업의 투자여력이 점차 낮아질 것”이라며 “투자가 위축되면 산업의 미래 경쟁력 훼손은 불가피한데, 기업이 확보해 둔 자금이 R&D 투자 등 생산적 부문에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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