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혈세로 경영권 방어…조원태 회장 외 모두가 피해자”
참여연대 “윤리경영위 의문...고용안정·독과점 방지책 필요”

▲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산업은행이 항공업계 재편을 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반대여론이 거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KCGI가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도 국민 혈세 낭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 중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17일 논평을 통해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추진 중인 산업은행을 비판했다.

KCGI는 “산업은행의 자금 선집행이라는 유례 없는 지원은 조원태 회장으로 하여금 한진칼의 경영권 방어는 물론, 돈 한푼 내지 않고 무자본으로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해 세계 7대 항공그룹의 회장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조원태 회장 외 모두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산은은 전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에 8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산은이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자금을 투입하면, 대한항공이 이 자금을 바탕으로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가 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KCGI는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 지분 단 6%만을 가지고 단 1원의 출자도 없이, 산업은행을 통한 막대한 혈세투입과 KCGI 주주연합 등 한진칼의 다른 주주들의 희생하에 자신의 경영권을 공고히 지키게 되는 것”이라며 “산은 경영진은 조원태의 우호지분으로 적극 나서는 대가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라 말했다.

특히 KCGI는 굳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교환사채 인수라는 방식을 택한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진그룹이 보유한 빌딩 한두 채만 매각하거나 기존 주주의 증자로도 충분히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것이 KCGI 측 주장이다.

산은의 이번 자금 지원이 특혜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KCGI는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신고 등 절차가 개시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산업은행이 먼저 자금을 투입하는 선례는 찾아볼 수 없다”며 “산업은행이 2019년 3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통합조차도 아직 산업은행의 출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KCGI 등 3자 연합은 법무법인을 통해 신주 발행 무효 소송,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포함한 법률 검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가 소송을 제기하면 기업 경영상 부득이한 경우 예외로 작용할 수 있으나 아시아나 인수 과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그룹과 이해관계가 얽힌 KCGI 뿐 아니라 시민단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재별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에서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와 산은은 이미 3조3000억원 규모의 차입금에 더해 2조4000억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아시아나에 투입한 바 있다”며 “이번 결정은 여기에 더해 한진칼을 통해 8000억원의 공적 자금을 들이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제개혁연대도 같은날 성명에서 “정부와 산업은행의 이번 딜 구조가 막대한 외부 자본 유입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에 대한 한진칼의 지배력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한진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권 안정시킨다”며 “향후 항공산업 재편으로 인한 독점적 지위까지 추가적으로 보장해주는 ‘재벌 특혜’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날 산은은 이와 관련해 “윤리경영위원회를 통해 매년 평가해 등급이 낮으면 경영진 교체·해임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현 경영진에)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산은의 해명에도 재벌 특혜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참여연대는 “산은이 말한 경영진 교체·해임 계획, 윤리경영위도 설치 등이 제대로 실시될지 미지수”라며 “이제라도 산은은 한진칼 경영에 대한 적극적 의결권 행사 방침을 내야 한다. 고용안정, 독과점 방지책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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