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불법 의약품 판매 지적
뒤늦게 '방지시스템 강화' 밝혀

▲ 지난 16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온 실제 게시글. 해당 게시글은 노출된지 8분 후 미노출 처리됐다. (출처=뉴시스)


[스페셜경제=김민주 기자] “36주된 아이 입양합니다. 20만원”

지난 16일 인기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온 게시글의 제목이다. 해당 게시글은 노출된지 8분만에 미노출 처리 됐지만, 당근마켓은 애초에 부적절한 게시글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플랫폼을 관리해야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순 없었다.  

21일 당근마켓 측은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선제적 방지 시스템’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먼저 당근마켓은 이상 패턴을 보이거나 정상 범주를 벗어나는 거래로 분석되는 게시글을 사전 필터링할 수 있도록 AI기술을 더욱 고도화한다. 당근마켓은 중장기적 투자를 감행, 기술을 보다 고성능화하는 등 기술적 보완을 진행한다.

당근마켓의 AI 필터링 기술은 거래가 법적으로 금지된 항목을 머신러닝에 학습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부적합 게시글들을 즉시 미노출 처리한다.

당근마켓이 AI 머신러닝에 학습시킨 판매금지품목은 술, 담배, 가품, 의약품, 생물 등이다. AI가 학습한 생물은 강아지, 고양이 등의 ‘동물’이기에 아기 판매 게시글은 AI가 잡아내지 못했다. 또 ‘아기’, ‘36주’ 등은 육아용품 거래에서 사용되는 인기 키워드로, 필터링 대상이 아니었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당근마켓의 AI 머신러닝엔 ‘사람’, ‘아기’ 등과 같은 데이터도 포함된다.

앞서 당근마켓은 ‘3중 모니터링’ 체제를 활용하고 있다. ▲이용자 신고 제도 ▲내부 전담 모니터링팀 운영 ▲AI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필터링 등이다.

이번 아기 판매 사건은 ‘이용자 신고 제도’를 통해 모니터링 요원이 대응한 경우다. 이용자 신고 제도는 이용자가 신고버튼을 눌러 게시글을 신고하는 이유를 선택 및 직접 기재해 접수하는 방식이다.

이용자들이 불쾌감을 느끼거나 부적합 거래로 판단해 신고접수한 경우 게시글 작성자에게 ‘해당 게시글은 불법 거래 혹은 타 이용객의 불편을 초래할 것으로 판단되오니 삭제해주세요’ 등과 같은 메시지를 우선적으로 고지, 삭제를 유도한다.

이번 건은 플랫폼 내 게시글이 노출된지 약 4분 경과 후, 이용자가 신고했고, 모니터링 요원은 신고 접수 후 긴급 사안으로 판단, 약 4분만에 본사 권한으로 일방적 미노출 처리했다.

현재 ‘신고 사유’ 선택지엔 반려동물, 주류, 담배, 가품, 의약품 등이 있다. 당근마켓은 선택지의 폭을 보다 세분화 및 다양화 하는 등 이용자 신고 제도와 관련한 정책도 보완할 방침이다.

이날 당근마켓 관계자는 “플랫폼 내 사람을 판매하는 글이 올라올 것이라곤 상식적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에 AI 머신러닝을 활용한 즉시 차단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완벽한 기술적 대응은 불가능한 영역에 가까우나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지속적인 보완 및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적절한 중고거래, 이뿐만이 아니다?
신생아 사건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지만, 중고거래 플랫폼 내 불법 거래는 이전부터 빈번했다.

현재 당근마켓은 ‘거래 금지 품목’에 포함되는 의약품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데이터 리스트를 공유받고 있다. 이를 데이터 베이스화해 AI 머신러닝에 학습시키고, 지난 9월부터 도입한 키워드 필터링 시스템에 활용한다.

그러나 국내외 유통되는 의약품과 관련한 모든 키워드를 파악하는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용자들이 다양하게 키워드를 바꿔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약사회가 국내 유통 금지 의약품의 키워드를 조사한 결과, 탈모약 핀페시아의 키워드는 ‘회춘약’, ‘사쿠라허브’, ‘12만원사쿠라허브’, ‘탈모직구’ 등 다양했다.

 

▲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근마켓에서 보좌진이 직접 구매한 디에타민을 들고 있는 모습 (출처=뉴시스)


이와같은 ‘의약품 무허가 거래’에 관한 질의를 받기 위해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좌진이 당근마켓에서 직접 구입한 비만약 ‘디에타민’을 들어보이며, 판매자가 30정 중 한 정만 사용하고 판매한 것을 중고로 구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약사가 아닌 사람이 온라인으로 개봉된 의약품을 거래하는 일이 당근마켓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져왔다”며 “이같은 의약품 판매행위는 약사법에 어긋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오남용과 변질 가능성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질책했다.

이에 김 대표는 “당근마켓 운영 초기부터 신고와 제재 기능을 통해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최근에 이용자수와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관리가 부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기술적 조치를 통해 거래를 원천 차단하는 등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약사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의약품 온라인 불법판매 모니터링 결과, 약 2개월간 확인된 불법 사례 건수는 1259건에 달했다.

국내 판매가 허가되지 않은 ▲미프진(낙태) ▲멜라토닌(수면유도) ▲피라세탐(집중력·기억력 장애) ▲펜벤다졸(동물용 구충제) ▲삭센다(비만치료) 등 오남용의 우려가 있는 의약품이 온라인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범석 약국위원회 이사는 “무분별한 해외 직구로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에 국한하지 않고 국내 허가되지 않은 전문의약품들까지 온라인에서 불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김민주 기자 minjuu090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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