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롯데그룹이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인적 쇄신을 단행하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경영에 복귀한 신동빈 회장이 과감한 변화를 통해서 사실상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그룹의 재출발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19일 롯데그룹은 이사회를 열고 정기 임원 인사를 확정 발표했으며, 전체 임원 700여명 중 계열사 대표 22명을 포함한 약 20~25%(140~175명)의 임원이 대거 물갈이됐다. 이는 최근 2~3년간 퇴임 임원 대비 2배 수준이다.

특히 실적부진에 빠져있는 유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용퇴했다. 유통 사업부문(BU)장 이원준(63) 부회장 후임으로는 롯데쇼핑 강희태(60) 대표이사 사장이 선임됐다. 호텔‧서비스 사업부문(BU)장 송용덕(65) 부회장에 이어 이봉철(61) 롯데지주 재무혁신 실장(사장)이 새 BU장으로 선임됐다. 송 부회장은 지주의 공동 대표로 자리를 이동했다.

롯데지주는 그동안 두 명의 대표이사가 각각의 업무 권한을 갖는 두톱 체제로 조직을 개편하기로 했다. 신 회장은 황각규 부회장에게 그룹의 전체 전략과 기업 인수합병(M&A)‧커뮤니케이션 등 대외 업무를 신임 대표인 송 부회장에게는 노무‧감사‧인사 등 내부 업무를 맡기기로 했다.

지난 1979년 롯데호텔에 입사한 송 부회장은 뉴욕사무소장, 부산롯데호텔 대표를 거쳐서 2012년 호텔롯데 대표로 선임됐다. 송 부회장은 그룹이 경영권 분쟁과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위기에 빠졌을 때 그룹 쇄신안을 마련하는 등 주요 역할을 하면서 신 회장의 신임을 얻었다.

새 유통 수장인 강 부회장은 대표적인 현장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1987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여성패션MD와 잠실점장, 본점장, 상품본부장 등을 거쳤으며, 중국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던 2017년 롯데백화점 대표(사장)로 임명됐다.

최근 영국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더콘란샵’의 강남점 입점을 주도했다. 롯데는 BU장이 롯데쇼핑 대표직을 겸임해 유통 계열사 전반을 총괄할 수 있도록 강 부회장의 권한을 강화했다. 백화점 사업부장에는 롯데홈쇼핑의 황범석 전무, 슈퍼 사업부장에는 롯데마트 남창희 전무가 선임됐다.

그룹 재무통인 이봉철 사장을 호텔‧서비스 BU장으로 발탁한 것은 호텔롯데 상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사장은 지난 2012년 롯데손해보험 대표 이사를 거쳐 2014년부터 재무혁신실장으로 일하면서 롯데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올해 실적이 좋았던 롯데홈쇼핑은 인사 태풍을 피해갈 수 있었다. 이완신(59) 대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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