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한진칼에 8000억 투입..아시아나 인수 지원
소비자들 독점 폐해 지적..KGCI도 '반대'
대한항공, "구조조정 없을 것..항공업계 도약 계기"

▲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선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오수진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공식화됐다. 두 항공사가 한가족이 되면 32년간의 국적 항공사 경쟁 체제는 종지부를 찍게 된다.

16일 금융 및 산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위해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산은이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 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3000억원은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날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산경장)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식을 논의하고,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번 인수로 인해 대형항공사(FSC)의 독점체제 문제가 수면위에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항공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등장 이전까진 대한항공 독점체제였다. 당시 항공료 인상 등 항공업 독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곤 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관광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대한항공의 독점체제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여론이 다수였다.

1980년대 말 아시아나항공이 등장하면서 대한항공과 차별화된 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항공운수산업의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국내 유일한 대형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되면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초대형 국적 항공사를 보유하게 되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반기는 모양새는 아니다.

시장독점은 어느 분야든 문제가 돼 오히려 경쟁체제를 도입하려 하지만 항공업계는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자가 없어지면 가격이 오르고,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게 뻔하다.  

이를 의식해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항공료 인상 등 ‘독과점 폐해’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 유일한 대형항공사가 된 대한항공이 가격 설정 적 공급자가 돼 이런 우려를 떨칠 순 없을 것이다.

대체제가 없어진 네티즌들은 “대한항공 하는 짓이 싫어서 아시아나 선택하곤 했는데...”, “비행기 표 값이 오를 게 분명하다”, “독과점형태가 소비자에게 좋을 수 없는 것은 다 알고있지 않나” 등 의견을 표출했다.

국민 혈세로 하는 인수 방식에 대한 불만도 많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주도로 인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다.

한진칼은 산은으로 인해 많은 비용을 들지 않고도 인수가 가능해졌다. 또한, 한진칼 지분의 경우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주주연합’의 지분율이 더 높은 상황이지만 이번 인수로 인해 조원태 회장이 유리한 측면에 서게 됐다.

이에 KCGI는 산은의 한진칼 3자 배정증자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 뜻을 밝히며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3자배정 보다는 기존 대주주인 우리 주주연합이 책임경영의 차원에서 우선 참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공업계가 보는 항공업 전망은 ‘맑음’
업계가 전망하는 항공업계의 전망은 밝다. 산은은 이번 거래를 통해 탄생할 통합 국적항공사는 글로벌 항공산업 TOP 10위 수준의 위상과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과 화물 운송실적 기준으로 대한항공이 19위, 아시아나항공이 29위로, 양사 운송량을 단순 합산하면 세계 7위권으로 상승한다.

또, 한진칼은 유상증자 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 투자 직후 8000억원 전액을 대한항공에 대여한다.

대한항공은 이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전환사채 3000억원을 인수하고, 신주인수대금 1조5000억원에 대한 계약금 3000억원에 충당할 예정이라, 아시아나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이는 상황이다. 영구채 3000억원으로는 자본을 추가 확충해 재무구조 개선도 가능케 한다.

업계에서는 운항스케쥴 및 연결편 개선, 노선 확대, 마일리지 통합 등 국내 항공 소비자의 편익 향상 효과도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양사 정비물량 확보로 해외 외주정비의 내수 전환을 통한 국부유출 방지와 MRO산업(정비, 부품수주, 훈련 등)의 체계적인 육성 등 연관 산업 발전 및 국내 항공업 전반의 안전역량 제고 효과 등도 기대했다.

산은은 “한진그룹과 함께 단일 국적항공사가 지니게 될 국가 경제 및 국민 편익·안전 측면에서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겠다”며 “양사 통합작업이 원활히 이행될 수 있도록 경영평가위원회, 윤리경영위원회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주로서, 한진그룹은 책임경영을, 산업은행은 건전경영 감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인적구조조정은 전혀 없을 것이고 이번을 기회로 다시한번 항공업계가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질적인 조직이 새로 만나 발생할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극복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화 기간을 2년 정도 보고있는데 준비를 잘해 지장이 없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스페셜경제 / 오수진 기자 s22ino@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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