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노스 보완 가능성...하반기 출격 노트20에 탑재 전망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 투자...경영권 공백 위험요인

 

[스페셜경제=최문정 인턴기자]삼성전자는 지난 2월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0’을 출시했다. 3가지 사이즈로 출시된 갤럭시S20은 ‘스페이스 줌’ 등 카메라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갤럭시S 시리즈 중 최초로 5G이동통신을 장착한 휴대폰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 출시 갤럭시S20에는 자체 개발한 통합칩셋 ‘엑시노스’만 쏙 빠졌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한국 내수용 갤럭시S20에 엑시노스를 탑재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견해다. 엑시노스는 지난 2011년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에 성공한 통합칩셋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부터 한국판 갤럭시S 시리즈에 엑시노스를 탑재해 왔다.

통상 스마트폰 등의 기기엔 크게 2가지 종류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사진‧동영상‧연락처 등의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이러한 정보를 읽고, 처리하고, 계산하는 기능을 하는 게 시스템 반도체다.

메모리 반도체에 여러 종류가 있듯 시스템 반도체도 종류가 다양하다. 이 중 가장 기술 집약적이고 많은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통합칩셋(SoC, System on Chip)이다.

통합칩셋은 말 그대로 여러 반도체의 기능을 하나의 칩으로 대신하는 반도체다. 한 개의 칩이 여러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기기를 설계할 때 공간을 적게 차지해 설계 시 큰 장점이 된다.

이 중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통합칩셋은 AP다. AP는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약어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의 연산과 멀티미디어와 같은 핵심 기능을 처리한다. 말하자면 AP는 스마트폰의 두뇌다. 머리가 좋으면 훨씬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듯 AP의 성능이 좋으면 스마트폰의 성능도 좋아진다.

따라서 스마트폰 제조업계는 자체 AP 개발에 공을 들인다. 자사의 반도체를 사용해 만들기 때문에 원하는 방향으로 기능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사와는 차별화된 보안 등의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다. 또한 타사 부품의존도를 낮추고 가격 협상 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11년 모바일용 AP인 엑시노스를 개발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엑시노스는 “깨어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다. 삼성전자는 2011년 이후 엑시노스를 꾸준히 출시해 현재 3‧5‧7‧8‧9 시리즈까지 출시됐다. 지난해엔 5G이동통신 모뎀과 AP를 통합한 ‘엑시노스980’을 생산하기도 했다.
 

▲ 삼성전자 자체개발 칩셋 '엑시노스980'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특히 엑시노스980은 올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비보’에 납품됐다. 이와 관련 반도체업계와 스마트폰 제조 업계 등에선 삼성전자의 통합칩셋 생산 능력이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자체 AP를 갖춘 기업은 많지 않다. 현재 자체 AP가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 샤오미, 애플, 화웨이, 그리고 퀄컴 정도다. 퀄컴은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은 아니지만 가장 강력한 통합칩셋 생산 기업이다. AP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등의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모뎀칩 점유율도 업계 1위다.

스마트폰 업계와 반도체 업계 등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체 AP인 엑시노스 시리즈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탈 퀄컴’을 하기 위해서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퀄컴이 지난 1993년 자사의 통신기술인 CDMA가 미국 통신산업회의 기술 표준 인정을 받은 이후 전 세계 이동통신업계의 표준이 됐기 때문이다. 퀄컴은 기술력과 특허를 바탕으로 막대한 로열티를 부과한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각각 스마트폰 한 대당의 로열티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전체 스마트폰 판매 수익의 약 5%가 퀄컴에게 지불되는 셈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그동안 자사의 AP인 엑시노스 시리즈에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 5G 칩셋 개발 당시 퀄컴을 미세하게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정작 자사의 스마트폰인 갤럭시S20엔 장착하지 않아 업계에 의문을 던졌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시리즈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 고동진 삼성전자 IM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삼성전자 제51회 주주총회에서 “무선 부분에서 엑시노스를 자사 제품이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쟁 논리를 바탕으로 칩셋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내부에서 엑시노스의 보완이 필요하단 결정을 내렸다고 추측하고 있다. 엑시노스 시리즈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고사양 스마트폰에 장착하기엔 시기상조였다는 평가도 있다.

스마트폰 관련 업계는 삼성전자가 하반기에 출시할 새로운 플래그십 제품인 '갤럭시노트20'에 개선된 엑시노스 시리즈를 AP로 채택할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가 ‘살을 내주고 뼈를 취했다’는 관점도 있다. 영국 로이터 등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퀄컴의 AP인 ‘스냅드래곤X60’의 위탁생산(파운드리) 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에서 보다 많은 물량을 수주받기 위해 갤럭시S20에 퀄컴의 AP를 탑재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에 적극적인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시스템 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시장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반도체비전2030’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1위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1위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1만5천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감당해야 하는 검찰 수사 및 재판은 반도체사업에 있어서도 위험 요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선두로 일어설 수 있었던 요인엔 당시 결정권이 있던 이건희 회장의 의지와 결정이 컸다”며 “시스템 반도체를 위한 신규 투자와 파운드리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리더십이 부재하면 신규 투자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밝혔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스페셜경제 / 최문정 인턴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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