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원 규모 ‘메가딜’, 상반기 최대 악재 등극

▲ 미래에셋그룹 본사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국내 자본시장의 독보적인 1위인 미래에셋그룹이 최근 대형 악재를 만났다. 최대 강점으로 꼽혔던 해외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소송전에 휘말려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당초 중국 안방보험에게서 7조원 규모의 미국 고급 호텔을 인수하기로 했지만, 거래 과정에서 중대한 문제가 발견돼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호텔업이 크게 타격 받은 점도 계약해지를 결정한 배경으로 꼽힌다.

미래에셋의 변심에 안방보험은 계약을 이행하라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인수 발표 당시만 해도 해외 대체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주목을 받았던 ‘메가딜’이 미래에셋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미래에셋-안방보험 소송전 본격화
7조원 규모 ‘메가딜’, 상반기 최대 악재 등극

7조원 규모의 미국 고급 호텔 매매 계약불발을 놓고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중국 안방보험의 소송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안방보험이 미래에셋에 계약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한 데 이어서 미래에셋도 국제분쟁 전문 로펌을 선임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오는 8월 미국서 첫 재판
1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델라웨어 형평법원이 최근 안방보험 측의 신속절차 신청을 허가하면서 미래에셋과 안방보험 간 계약 이행을 두고 오는 8월 24일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당초 미래에셋은 관련 소송의 사실관계가 복잡하다며 미국 법원에 내년 이후 심리 개최를 열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법원이 안방보험 측의 신속 절차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소송절차가 앞당겨 졌다.

안방보험 측은 “담당판사는 시간이 지체될 경우 본 사건으로 인한 손해가 회복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올해 8월 말에 재판을 열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재판은 오는 8월 24일 첫 재판을 시작으로 최소 3차례 열리게 된다. 안방보험은 “미래에셋 측이 문제 삼고 있는 허위 계약 문서 등은 사기범들의 소행일 확률이 높고 그에 관한 광범위한 증거 개시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은 안방보험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응소 및 반소를 진행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은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분쟁 전문 로펌 ‘피터앤김’과 미국 최대 소송 전문 로펌 ‘퀸 엠마뉴엘’을 선임했다. 또한 매매계약 협상 시 매수인 측을 자문했던 로펌인 미국 ‘그린버그 트라우릭’과 한국 법무법인 ‘율촌’도 소송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안방보험 측의 계약 위반으로 매매계약이 해지된 만큼 오히려 안방보험이 계약금 5억8천만 달러(약 7000억원)를 반환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양측 입장이 팽배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미래에셋-안방보험 소송 전말
미래에셋과 안방보험의 소송전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래에셋은 안방보험이 소유한 미국 내 15개 호텔을 58억 달러(약 7조원)에 사들이기로 하고 계약금 5억8천만 달러를 납부했다. 전체 인수대금 가운데 16억 달러는 거래 종료 시점에 출자금 형태로 지급하고, 나머지 36억 달러는 외부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 미래에셋이 인수하기로 한 미국 내 15개 호텔 (사진제공=미래에셋)


이들 호텔은 안방보험이 지난 2016년 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블랙스톤으로 부터 사들인 스트래티직 호텔앤리조트 자산들이다. 뉴욕 JW 메리어트 에식스 하우스 호텔을 비롯해 로우스 산타모니카 비치 호텔, 와이오밍 잭슨홀의 포시즌스 호텔, 샌프란시스코의 웨스틴 세인트 프란시스 호텔 등 미국 각지의 고급 호텔이 목록에 포함됐다.

앞서 미래에셋은 지난 2013년 호주 시드니와 한국의 포시즌스 호텔을 인수한 데 이어, 2015년과 2016년에도 각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페어몬트호텔과 하와이 소재 페어몬트 오키드호텔을 인수하는 등 호텔에 투자한 바 있다. 이번 인수도 평소 호텔 투자에 관심이 많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등 주요 경영진들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내 자산 운용업계의 해외 대체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의 ‘메가딜’로 주목 받았다. 딜 자체도 괜찮다는 평이었다. 이 호텔들은 안방보험이 불과 3년 전 55억 달러에 매입한 우량자산이었다. 이후 안방보험이 국유화 수순을 밟으며 재산 매각에 돌입했고, 15개 호텔도 패키지로 묶여 매물로 나왔다. 입찰 당시 블랙스톤, 브룩필드 자산운용, 싱가포르투자청(GIC), 호스트 호텔스 앤드 리조트 등 15개 글로벌 투자사가 참여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미래에셋은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세계적인 투자자들과 경쟁해 이룬 거래”라며 “미국의 금리 하락 기조는 우량 부동산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자평했다. 실제로 미국은 장기적인 경기 회복세 및 낮은 실업률로 관광객이 지속 증가하고 있어 호텔업의 경우 최근 10년간 연평균 6%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인수복병된 소유권 분쟁
그러나 거래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15개 호텔 중 가장 큰 웨스틴세인트프랜시스호텔을 비롯한 6개 호텔의 소유주가 안방보험 몰래 다른 회사로 바뀐 사실이 드러나서다. 안방보험이 국유화되면서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SHR그룹이라는 유령회사가 권리증서를 조작한 사건이었다. 미국은 등기가 전산화돼 있지 않아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인지한 안방보험은 지난해 9월 소유권 불법이전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미래에셋 측은 인수 당시 등기 문제에 대해서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등기 문제를 포함해서 소유권을 정상화하는 것을 전제로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방보험이 올해 초 소유권을 완전히 회복하면서 해당 논란은 불식됐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안방보험이 소유권과 관련해 델라웨어 법원에 피소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소송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밝힐 수 없다”면서도 “15개 호텔 소유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의 소송”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거래 종료 시점인 지난달 17일까지도 안방보험은 거래종결 선결조건인 권원보험를 확보하지 못했다. 권원보험은 부동산 관련 소유자의 권리를 보험사가 보장해주는 제도다. 이는 등기권만으로 소유권을 보장할 수 없는 미국 부동산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미래에셋은 “미국 최대 권원보험회사인 ‘피델리티 내셔널’을 비롯해 ‘퍼스트 아메리칸’, ‘올드 리퍼블릭’, ‘스튜어트’ 등 네 군데 보험사에서 모두 매도 대상인 호텔 15개에 대한 완전한 권원보험 발급을 거부했다”며 “매매계약서에 따라 안방의 권원보험 확보 실패 등을 이유로 안방에게 올해 4월 17일 채무불이행 통지를 보냈고, 안방이 15일 내에 계약위반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자 5월 3일 매매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이에 안방보험이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에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호텔 매매계약상 이행해야 할 의무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판단은 법원의 몫이 됐다.


“소유권 분쟁이 문제” vs “코로나19로 발뺌”
호텔 분쟁에 불확실성 커져…대형악재 되나

소유권 분쟁이냐 코로나19냐
이번 소송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소유권 관련 소송이 매매계약 파기 사유로 인정되느냐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안방은 애초에 이 소송(델라웨어 법원 소송)의 존재를 알리지 않다가, 올 2월에 미래에셋 측에서 이를 먼저 발견한 후 위 소송이 계류 중이라는 점을 인정했다”며 “안방 측은 호텔 가치를 손상시키는 다양한 부담 사항과 부채를 적시에 공개하지 않았고 면책하지 못했으며, 계약상 요구사항에 따른 정상적인 호텔 운영을 지속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안방보험은 보도자료를 통해 “안방보험이 15개 호텔 중 6개의 소유권을 양도한다는 증서를 누군가 허위로 작성한 것을 지난해 발견해 미국 법원에 소유권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 소유권이 안방보험에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미래에셋이 문제 삼는 소유권 관련 소송에 대해서는 “증서 사기를 저지른 이들이 델라웨어 법원에 사기 소송을 낸 사실을 작년 12월 알게 됐다”며 “델라웨어 법원이 올해 1월 15일에 사기 소송을 낸 이들에게 소유권 주장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판결을 내려 소유권에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은 권원보험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호텔 소유권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이번 계약 무산의 귀책사유가 안방보험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미래에셋은 거래 종료 시점인 지난달 17일부터 15일 이내에 권원보험을 확보하라고 기한을 부여했지만, 안방보험은 소명하는 대신 소송을 제기했다.

두 번째 쟁점은 코로나19 사태가 거래 미이행의 실제 사유인가 하는 부분이다. 안방보험은 미래에셋이 코로나19 사태로 호텔산업이 어려워지자 발을 빼려한다고 주장했다. 안방보험은 “전형적인 매수인의 변심”이라며 “미래에셋이 계약 종결 의무를 회피하고자 핑계를 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IB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미래에셋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미래에셋은 인수대금 중 36억 달러는 미국 현지에서 대출로 조달할 계획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낀 미래에셋이 제3자 소송을 이유로 계약 취소에 나선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관계자는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복수 금융기관들과 직전까지도 협상을 하고 있는 단계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계약을 파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코로나19 때문에 호텔업이 어려워져 계약을 파기하려고 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이야기다”라며 “코로나19 사태와 무관하게 결정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15개 호텔 메가딜, 득될까 실될까
소송 결과에 따라 미래에셋은 당초 계약에 따라 15개 호텔을 인수하거나, 계약을 없던 일로 하고 계약금도 돌려받게 된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소송에 지면 계약대로 인수하면 된다”며 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업계에서 보는 시각은 좀 다르다. 호텔 관련 분쟁이 미래에셋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납입한 계약금은 자기자본의 8%에 달한다”며 “그룹 전체의 유동성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래에셋이 당면한 문제가 호텔 인수 건 뿐만이 아니다. 먼저 지난해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한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도 차질을 빗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프랑스 마중가 타워 등 해외 부동산 재매각이 어려운 상황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차라리 호텔 인수 건이 불발되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계약금 반환 여부가 관건이지만, 해당 딜이 진행되는 경우보다 오히려 리스크는 작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이 경우 국내 자본시장의 독보적인 1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다.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