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대표단-주요당직자확대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1.15.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을 중심으로 보수통합 논의가 전개되는 가운데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은 15일 “새 집을 지으면 당연히 주인도 새 사람이 되는 것”이라 밝혔다. 사실상 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유 의원은 이날 당대표단·주요 당직자 확대연석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며 “한국당 중심으로 통합하고 거기에 우리 숫자 몇 개 붙인 걸 국민이 새 집을 지었다고 생각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앞서 유 의원은 황 대표의 보수통합 제안에 ▲새 집을 지을 것 ▲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보수의 길로 나갈 것 등의 조건을 내건 바 있다.

지난 9일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는 새보수당이 요구하는 조건의 ‘새 집’이 총선 전 ‘신당 창당’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날 발언은 이에 대한 부연이다.

유 의원은 “총선에서 진정한 승리를 위해서는 보수 전체가 대오각성해야 한다”며 “각자 모든 걸 내려놓고 보수 승리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할 준비가 돼 있을 때 국민이 ‘저 사람들이 변화할 의지가 있구나’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도 말했다.

한편 황 대표가 한국당·새보수당 통합 이후 우리공화당 등을 포괄하는 ‘단계적 통합’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유 의원은 “상식적으로 우리공화당까지 통합하면 정말 탄핵의 강을 건너고 탄핵을 극복하는 통합이 되겠느냐”고 일축했다.

이날 유 의원이 전제조건을 분명히 하면서 한국당과의 통합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친박(親朴) 의원들을 중심으로 “유승민 만큼은 절대 받을 수 없다”며 강행 시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한국당 지도부는 탄핵 문제를 ‘묻어두고 가자’는 입장을 밝혔지만 새보수당과 친박 의원들의 반발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지난 8일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표현 자체를 쓸 필요가 없다. 티읕(ㅌ) 자를 꺼내면 서로 갈등만 커진다. 티읕(ㅌ) 자를 꺼내지 말자”고 말했다.

그러나 강성 친박 성향의 우리공화당은 “우리는 탄핵 문제를 묻어두고 가자는 사람들을 묻어버리자는 입장”이라 밝혔고, 친박계 좌장으로 분류되는 무소속 서청원 의원도 최근 황 대표와 만나 “탄핵 책임자들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는 최근 “닥치고 통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한국당 김무성 의원의 주장과도 대비된다. 김 의원은 지난 13일 “개인적 감정이나 이해관계는 사소한 문제”라며 “진짜 중대사는 보수가 통합해 대한민국이 사는 길을 찾는 것이다. 단언컨대 ‘닥치고 통합’만이 보수가 사는 길이고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라 강조했다. 그는 비박계 대표격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우리공화당 조원진 공동대표가 “탄핵 5적(한국당 김무성·권성동·김성태·홍준표, 새보수당 유승민)을 정리해야 통합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보수통합 논의는 현재로서는 요원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유 의원이 통합 신당 창당 후 새 지도부 선출을 “당연한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한국당의 고심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황 대표는 전날(14일)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헌법 가치에 충실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 모이도록 손을 크게 벌려야 한다. (상대 계파가)문재인 정권보다 미운가. 우리의 상대는 정말 나쁜 이 정권”이라며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유 의원은 이날 발언 말미에 “어려울 때일수록 중심을 놓치지 말고 새보수당 존재 의미가 뭔지 더 깊이 생각해달라”며 “홍수가 나 떠내려 갈 때 지푸라기를 잡는 사람은 익사한다. 뗏목이나 큰 타이어를 잡는 사람만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