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CEO 신년사를 통해 알아본 2020년 트렌드는?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지난해 악재가 잇따르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유독 힘겨운 한해를 보냈다.


‘K-바이오’ 위기론까지 대두됐고 국내 신약 개발에 대한 비관론은 빠르게 확산됐다.


희대의 인보사 사태를 겪으면서 국내 제약산업의 불신은 깊어졌고, 여기에 신약개발 마지막 단계임 임상 3상 통과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신약마저 줄줄이 임상 실패와 중단을 겪으면서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안타깝게 올해에도 글로벌 경기부진, 환율·금리·국제유가의 불확실성, 내수침체 등 나라 안팎으로 위기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국내 제약사들은 연초부터 각자의 생존전략을 펼치며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국내 주요 제약사 수장들이 신년사를 통해 던진 화두를 통해 2020년 제약·바이오업계 행간을 파악해봤다.

 

대세는 글로벌…올해도 기술수출 신기록 달성할까?
과감한 투자로 재도약의 해…제약강국으로 거듭나자

매년 그렇듯 제약·바이오산업과 ‘혁신’ 그리고 ‘신약’은 빼놓을 수 없는 관계다.


지난해 ‘차세대 신(新) 성장동력’으로써 각광받던 제약·바이오산업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올해 다시 재도약을 기대하게 하는 것도 역시 ‘신약’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 굴지의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신약과 동시에 ‘글로벌’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동안 복제약 위주의 영업으로 매출을 올렸던 국내 제약업계의 트렌드가 최근 몇 년 사이 혁신 신약개발을 통한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유한양행 이정희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생존을 넘어 도약과 성장을 향한 최선의 기회를 끊임없이 만들고 이를 적극적으로 시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2020년은 미래를 향한 행보를 더욱 가속화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술수출 반환이라는 아픔을 겪었던 한미약품이지만 신약개발의 선두주자답게 올해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거듭나는데 자신감을 피력했다.


한미약품 우종수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미약품은 제약산업의 미래이고, 제약산업은 대한민국의 미래”라며 “2020년 한미약품의 새로운 도전으로 제약강국의 시대를 활짝 열자”고 화두를 던졌다.


올해 경영슬로건을 ‘제약강국을 위한 한미의 새로운 도전 2020’이라고 선포한 한미약품은 다시 힘찬 비상을 다짐했다.


우 사장은 “많은 성과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이런 경험들은 한미약품이 제약강국을 이끌고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게 한 소중한 자산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여년간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내실을 다져왔다”며 “2020년부터 펼쳐질 앞으로의 10년은 지금까지 쌓아온 내실을 기반으로 반드시 괄목할만한 성과를 창출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툴리눔톡신 ‘나보타’를 중심으로 세계 진출을 노리는 대웅제약의 키워드는 역시 ‘글로벌’이었다.


대웅제약 전승호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글로벌 2025 비전 달성 목표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원년”이라며 “글로벌 사업확대와 미래성장동력 육성을 통해 원대한 비전을 향해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지난해 나보타를 성공적으로 해외 국가에 선보인 대웅제약은 올해 40조원에 육박하는 전세계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 시장진출을 위해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는 펙수프라잔을 필두로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전 사장은 “올해는 그동안 갈고 닦은 대웅제약 신약 개발의 성과를 본격적으로 창출해 나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답은 ‘혁신’에 있다…파이프라인 확대 중요성
회장님의 직원 사랑…“임직원 중심의 내실강화”

‘미래성장동력’의 중요성

국내 제약사들이 모두 글로벌을 강조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국내 의약품 시장은 전문의약품수요 정체, 리베이트 근절, 약가인하 등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인한 성장의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R&D를 통한 혁신적인 신약개발과 글로벌 시장 공략만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해결책인 상황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저마다 미래성장동력을 찾는 것에 주력해야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환경을 반영하듯 제약사들은 저마다 수익성 향상을 위한 미래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 한미약품

과감한 투자 약속…수익성 향상 목표

3세 경영의 시동을 건 보령제약의 올해 경영 키워드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다.


보령제약 안재현 대표는 신년사에서 “미래의 신수종 사업 발굴과 품질경영 강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보령제약은 2020년 경영방침을 ▲수익중심 경영 강화 ▲세계최고 수준의 제조경쟁력 구축 ▲미래성장동력 장착으로 정했다.


안 대표는 “보령의 더 큰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개발 인력 증원을 비롯해, 신약과 개량신약, 제네릭 개발을 위한 연구와 임상 투자 그리고 제2·3의 바이젠셀의 발굴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미래의 신수종 사업 발굴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진행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동제약은 올해 경영지표를 ‘혁신적인 성과창출을 통한 재도약’으로 정했다. 3대 경영방침은 ▲품질 최우선 ▲신속한 실행 ▲수익성 향상을 내걸었다.


대내외 여건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성과 및 이익 중심의 효율적 경영을 통해 목표 달성은 물론, 신약 개발 등 중장기 성장 동력 마련에도 힘을 아끼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지주사인 일동홀딩스 이정치 회장은 “돌이켜 볼 때 우리는 어려울수록 더욱 힘을 발휘하고 해법을 찾아내는 저력이 있었다”며 “지금의 일동은 그 때의 일동보다 훨씬 더 강한 만큼 자신감을 갖고 맡은 바 업무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앞서 언급한 대웅제약 전승호 회장도 글로벌을 강조한 동시에 “전략적 오픈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신약개발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고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미래 가치를 창출해 나가야 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 대웅제약

회사의 주인은 ‘직원’…기업의 의무·정신 강조

그런가 하면 회사의 발전을 위해 직원들의 역량을 강조한 제약사도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한종현 사장은 시무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자신의 분야에서 리더가 되어 도전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 사장은 “자신의 분야에서 리더가 되어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전할 줄 알아야 한다”며 “진정한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해결하고 도전하는 것과 더불어 힘든 사람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워 주면서 남도 잘되게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지켜야 할 의무인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동아쏘시오그룹 임직원 모두가 사회·경제·환경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정도를 지키는 일에 다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스스로 일에 대한 열정의 불씨를 찾아서 타오르게 만드는 것은 여러분의 생각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GC녹십자는 더 나아가 ‘기업정신’을 강조했다. 인류의 건강한 삶을 가치로 삼는 제약사의 본연의 임무를 강조한 것이다.


GC녹십자 허은철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GC녹십자가 추구하는 기업정신의 본질과 목적을 명확히 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며 “우리는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해 작지만 중요한 목적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에도 인격이 있다”며 “높은 인격을 갖춘 기업으로서 기업 성공이 구성원·사회 풍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든 임직원이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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