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형태·업무 범위·외부자금 조달 비율·투자처 제한
전경련 “실효성 반감‥외국처럼 규제없이 자율성 보장해야”

▲전세계 벤처캐피탈 투자건수 중 CVC 참여 비중 (자료=전경련)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국내 일반지주회사의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 보유를 허용하고 설립과 운용에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는 공정거래법을 연내 개정해서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일반지주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완전 자회사 형태로만 설립해야 하고, CVC의 업무 범위와 외부자금 조달 비율, 투자처를 제한해 벤처투자 활성화 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CVC는 회사법인이 대주주인 벤처투자전문회사다. 통상 동일그룹 내 계열사, 그룹 외부출자자의 펀딩을 받아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CVC는 금융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SK, LG와 같은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는 불가능하다.

 

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벤처투자에서 CVC의 역할이 커지는 세계적 흐름에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벤처시장에서 CVC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벤처캐피탈 투자에서 CVC가 참여한 비중(투자건수 기준)201419%에서 201925%6%포인트 상승했다. 매년 새롭게 설립되는 CVC2019259개로 201496개 대비 170% 증가했다.

 

CVC가 주목받는 이유는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어서다. 대기업은 벤처기업과의 협업으로 혁신의 기회를 얻고, 벤처기업은 대기업에게 경영 노하우, 인적 네트워크 등을 지원받을 수 있어서다.

 

특히 해외에서는 일반지주회사의 CVC에 대한 규제가 없어 각 기업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CVC를 설립, 운용하고 있다.

 

자회사의 형태를 취하면서 내부자금으로 펀드는 운용한 사례로 구글벤처스와 베르텔스만 아시아 인베스트먼트가 꼽힌다.

 

 

▲구글벤처스의 설립형태 및 펀드구조 (GV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재구성)

 

2009년부터 지금까지 벤처기업 25개를 주식시장에 공개하고, 125개사의 인수합병(M&A)에 성공한 구글벤처스는 지주회사인 알파벳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45억달러 규모의 벤처 투자 펀드도 알파벳이 단독으로 출자하고 있다.

 

베르텔스만 아시아 인베스트먼트는 독일 베르텔스만 그룹이 아시아 지역의 벤처투자를 위해 설립한 CVC. 베르텔스만 유럽주식합자회사(지주회사)의 손자회사로, 설립 당시 베르텔스만 그룹에서 펀드에 전액을 투자했다. 현재 이 회사 지분은 지주회사의 자회사인 베르텔스만 인베스트먼트가 100% 보유하고 있다.

 

반면 중국 레전트캐피탈은 레전드홀딩스가 지분을 100% 보유한 자회사로, 외부 자금이 펀드에 출자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레전드캐피탈은 총 23, 76억달러(9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중 레전드홀딩스와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6.6%(20억 달러) 정도다.

 

 

▲미쓰비시UFJ캐피탈의 설립형태 (미쓰비시UFJ캐피탈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재구성) 

 

미쓰비시UFJ캐피탈(CVC)은 일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일 뿐 아니라 최소 12개사가 이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사가 운용하는 '도호쿠 6차 산업화 지원 펀드'에는 계열사인 미쓰비시UFJ은행 외에도 농림어업성장산업화지원기구, 도호쿠 지방 4개 은행 등 외부자금이 참여하고 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최근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CVC의 설립과 운용에 제한을 두기로 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반감시킬 수 있다“CVC를 통한 기업 투자 유도와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외국과 같이 CVC 설립과 운용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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