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봉주 기자]국내 금융회사가 정부의 신남방진출 지원에 발맞춰 해외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신남방정책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수준을 높여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5대 금융지주회사는 동남아시아를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타겟으로 보고 금융산업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지만 금융서비스는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현지 소비자의 니즈가 높은 지역이다. 아울러 정부의 신남방정책 기조에 따라 금융감독원도 금융회사의 신남방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5대 금융지주 경영 전략 화두 ‘글로벌’

5대 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경영 전략 화두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제시했다. 리딩금융그룹을 위해 5개 금융지주 회장들은 신년사에서 해외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한금융지주는 그룹 차원의 매트릭스 체제를 넓히고 해외사업 부문을 수익처로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은 이번해 ‘2020년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을 선언하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 진출의 보폭을 넓힌다.

조 회장은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 성공사례로 꼽히는 신한베트남은행은 동남아 국가의 거점으로 삼고 베트남에서 비은행 부문까지 망라하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신한베트남은행은 금년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8% 오른 586억원을 기록했다. 베트남 국민 영웅으로 불리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박항서 감독과 르엉쑤언쯔엉 선수를 모델로 삼고 총 대출 잔액, 고객 수 등에서 현지 외국계 은행 1위로 등극했다.

신한카드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침으로 푸르덴셜베트남소비자금융(PVFC)을 인수하고 베트남에서 소액대출과 카드사업을 확장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현지영업을 벌인 결과 20개국에 188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동남아 진출국가를 늘리고 질적성장도 함께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KB금융지주도 동남아시아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KB금융은 다년간 캄보디아와 라오스, 미얀마 등의 지역에서 디지털뱅킹과 오토파이낸스, 소액대출법인(MFI) 등으로 진출해 노하우를 쌓아 왔다.

KB국민은행은 작년 7월 인도네시아 자산 기준 14위 소매금융전문은행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매입해 2대 주주가 됐다. 앞으로 주택금융을 포함한 소매금융, 디지털뱅킹과 리스크관리 부문 등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아울러 올 1월에는 베트남 법인 KBSV의 사이공지점을 개설해 호치민 지역에 두번째 지점 문을 열면서 700억원을 증자했다. 국민은행은 KB증권 본사와 협업해 투자은행(IB) 등에 역량을 제고할 계획이다.

작년 문재인 대통령과 인도 방문길에 함께 오른 KB금융 윤종규 회장은 인도 국영 바로다은행과 업무 협약하고 구르가온 지점의 본인가를 획득했다.

윤종규 회장은 “인도는 세계 2위 인구를 보유한 시장이고 지속적으로 7%대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루며 한국과 교역량도 급증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필두로 한 글로벌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KEB하나·우리·NH농협도 동남아행 비행기로

하나금융 글로벌 전략의 핵심은 현지 은행과의 적극적인 제휴로, 현지 우량금융기관에 대한 지분 투자를 한 뒤 제휴를 맺어 진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진출 초에는 시스템 구축 등으로 대규모 자본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특히 하나금융은 인토네시아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2014년 하나·외환은행 통합 이후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내세웠다. 외국은행 진출이 어렵고 금융 인프라가 취약한 미얀마 등과 같은 지역에도 마이크로 파이낸스 등 비은행 형태로 해외진출을 추진한다.

KEB하나은행은 글로벌 부문에서만 285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이는 1년 전 대비 467억원(19.5%)증가한 수준이다.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은 금년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 필리핀, 인도, 미얀마 등 주력 국가를 중심으로 동남아 지역을 공략할 방침이다.

해외 네트워크 441개를 보유한 우리금융도 동남아시아 진출에 앞장선다.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은 대통령의 캄보디아 방문을 수행하며 현지점포와 협력을 강화했다. 우리금융은 2014년 7월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를 개점하고 현지인들에게 필요한 소액대출을 판매하고 있으며, 캄보디아에선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가 가장 오랜 업력을 보여주고 있다.

캄보디아 금융시장에 보폭을 넓히고 있는 우리금융은 전월 차량 공유업체 ‘그랩 캄보디아’와 운전자 전용 금융상품 제공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캄보디아를 비롯해 동남아시장의 성장이 유망한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글로벌 영업기반을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H농협금융의 목표는 금년 동북아와 동남아, 서남아시아를 잇는 ‘아시아 트라이앵글 클러스트’구축이다. 농협금융 김광수 회장은 ‘사무실에 앉아 서류만 보지 않겠다’는 소통-현장 중심 경영철학에 따라 올해 초부터 베트남과 캄보디아, 미얀마 출장길에 올랐다.

NH농협금융은 이번해 아시아 금융허브 거점 확보에 집중하며 홍콩지점 설립을 준비하고 인도네시아 진출을 검토할 예정이다. 해외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기 위해 유럽연합(EU)과 미주 지역 탐색도 이어간다. 인도의 은행사무소는 지점으로 전환하고 아울러 캐피탈 현지기업의 지분을 투자해 농기계 담보대출 서비스에도 나선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글로벌시장과 진출국가의 시장여건을 감안해 해외점포를 합작하거나 지분투자, 범농협 공동사업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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