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대한항공이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 종로구 송현동 호텔 부지와 자회사인 왕산레저개발 매각을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결정이 KCGI가 꾸준히 걸고넘어졌던 유후부지를 없애는 것은 물론,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흔적지우기라고 보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1999년 회사 경영에 참여했을 때부터 2014년 땅콩회항 사건으로 물러나기 전까지 호텔과 레저 사업 부문에서 일을 했기 때문이다. 또 KCGI는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을 문제 삼으면서 송현동 부지 및 수익성 낮은 사업에 대한 매각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번 결정에 따라서 조 회장은 KCGI의 공격을 약화시킴과 동시에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루트로 완전히 차단한 셈이다.

이날 대한항공 이사회는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소유 토지(3만6642㎡) 및 건물(605㎡) 매각을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대한항공이 경북공이 내려다보이는 7성급 호텔을 짓기 위해 이 부지를 지난 2008년 삼성생명에 2900억원에 매입했지만, 서울시‧교육청‧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인해서 사업이 무산됐다.

17년째 공터로 남아있는 해당 부지의 공시지자는 지난해 7월 기준으로 3130억원, 시가는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09~2014년 칼 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 일했던 조 전 부사장은 해당 부지 개발 사업에 애착이 컸다. 조 전 부사장과 반(反) 조원태 연합을 구성한 반도건설 역시도 한진그룹의 부동산을 활용한 개발 사업에 많은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서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이번 결정으로 조 전 부사장 측에 타격을 줌과 함께 주주들이 요구하는 재무구조 개선에 부응한다는 명분도 취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반조원태 연합인 행동주의 펀드 KCGI는 지난해 2월에도 주주제안을 통해서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송현동 호텔 부지 매각을 요구한 바 있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자회사 왕산레저개발도 연내 매각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2016년 인천에 준공도니 해양레저시설 용유왕산마리나 운영사다. 역시 조 전 부사장이 설립 시점인 2011년부터 땅콩 회황 사건으로 퇴직한 2014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던 곳이다. 용유왕산마리나는 요트 및 레저보트 300척을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시설이지만 제대로 운영이 안 돼 누적 적자액이 70억원이 넘어선 곳이다. 대한항공은 이 회사에 1300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한 업꼐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반조원태 연합을 결성하면서 ‘경영권을 가져오면 왕산레저개발을 내가 갖겠다’는 식으로 이면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이번 이사회 결정으로 이런 약속이 있었다고 해도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7일 열리는 지주회사 한진칼 이사회에서 호텔 사업을 완전히 정리하는 방안까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진칼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는 국내에 호텔 4개를 보유하고 있는데, 2015년 이후 매년 적자를 보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정리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대한항공 이사회의 결정과 관련해 KCGI 측은 “한진그룹 경영진은 뒤늦게 새로운 경영 개선 방안을 내고 주주들과 논의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면서도 “주주들을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 아닌 거추장스러운 ‘외부 세력’으로 보는 시각을 유지하는 경영진이 내는 방안에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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