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한화’라는 대기업도 ‘못 버티겠다’ 백기를 들고 면세사업을 철수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내면세점을 새로 허용키로 하면서 면세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기존 면세점도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면세점이 들어오면 면세점 간 과열경쟁은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이미 시내면세점이 포화상태에 이른 서울에만 3곳이 추가로 허용되면서 이같은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15일 정부와 면세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보세판매장(면세점) 제도운영 위원회’를 열어 소비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5개 더 추가하기로 했다.

서울 3개, 인천 1개, 광주1개이며, 시내면세점이 없는 충남에는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특허 1개가 나온다.

기재부는 위원회 심의 결과를 관세청에 통보하고, 관세청은 5월 이후 지역별 특허 신청 공고를 낸 후, 신청 기업에 대한 특허심사위원회 심사를 통해 오는 11월 최종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미 정부가 올 초 공고한 대로 신규 특허 발급은 예상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최근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이 시장 이탈을 한 상황에서 신규 특허가 이렇게까지 많이 늘어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호황을 누렸던 면세업은 치열한 시장 경쟁과 불확실한 국제 상황으로 인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면세시장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빅3’ 업체에 국한된 결과일 뿐 중소·중견 면세점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산의 두타면세점은 3년 누적적자가 600억원에 달하고, 지난해 말 처음으로 문을 연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경우에도 오픈 반년만에 650억원의 적자를 냈다.

게다가 국내 면세사업의 경우 기형적인 구조로 여행사에 막대한 송객수수료를 지불하고 따이궁(중국 보따리상)을 유치하기 위한 출혈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2015년 5630억원에 불과했던 송객 수수료는 2017년 1조1481억원을 기록해 처음 1조원을 돌파했고, 2018년 1조3181억원을 기록했다.

서울 지역 시내 면세점의 경우, 2015년 6곳에서 현재 13곳으로 두 배 이상 경쟁자가 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여기에 또다시 3개가 올해 말 추가로 늘어나면 서울 시내면세점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되는 것이다.

‘계륵’ 신규 면허 두고 업계는 눈치게임

신규 면허 발급을 두고 면세업체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일단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후발주자들은 사업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빅3 업체 입장에서도 시장 점유율에서 밀리면 입점 브랜드 업체에 대한 바잉파워(구매 협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입찰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따이궁 중심의 기형적인 시장 수익구조에서는 충분한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업체 입장에서는 ‘계륵’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특허로 경쟁이 격화되면 자연스럽게 일부 업체는 도태되면서 향후 시장 판도도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신규 특허 수를 과도하게 늘리면 경쟁이 과열돼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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