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중앙은행 개입…ECB 총재까지 비판 “연준 독립성 지켜줘야”

김봉주 기자 / 기사승인 : 2019-04-15 14: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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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세계 각국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은행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대해 전문가들의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 와중에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논란에 가세했다고 밝혔다.

드라기 총재는 전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총회에 참석해 “중앙은행 독립성이 특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관할구역(Jurisdiction·미국)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
드라기 총재는 “중앙은행이 독립적이지 않다면 사람들은 통화정책 결정이 경제전망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보다 정치적 조언을 따른다고 생각할 것. 중앙은행은 (물가·고용 등) 자신들의 임무를 지키기 위한 최선책을 선택하는 데 자유로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비난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 수장들이 자신의 관할권 밖에 있는 국가의 경제에 대한 견해 발표를 꺼린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정부와 중앙은행의 긴장이 예사롭지 않은 수준에 도달했음을 설명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정책, 특히 기준금리 인상이나 보유자산 축소와 같은 긴축정책 때문에 국내총생산(GDP)이 떨어지고 주식가격이 하락할 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이 악화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금융가에서 연준이나 파월 의장에 대한 인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다르다.

로이터 통신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뉴욕 연방준비은행 설문조사 결과 월스트리트 기업들 3분의 2 정도는 연준의 효율성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월 의장에 대한 평점은 3.6으로 전 의장인 재닛 옐런, 벤 버냉키가 기록한 3.2점을 넘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해임하는 방안을 고심하다 법률적·정치적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자신을 강력히 지지하는 인물들을 통화정책을 결정할 연준 이사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중앙은행에 대한 행정부의 직접적 압박이나 개입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저금리를 중심으로 한 대중영합적인 통화정책을 펴기 위해 사실상 중앙은행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터키의 경기침체와 심한 인플레이션(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지속적 물가상승)으로 인해 불안정한 통화정책을 둘러싼 우려가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IMF 주만나 베르셋체 유럽담당 국장은 “터키가 직면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중앙은행이 완전히 독립해 여건 변화를 전망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측정해 정책을 다듬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인도에서는 집권정파를 정하는 의회 총선거를 앞두고 수개월간 집권당과 갈등을 빚던 중앙은행 총재가 갑자기 사임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작년 정치 압박으로 사임한 인도중앙은행 우르지트 파텔 총재

 

 

인도중앙은행(RBI) 우르지트 파텔 총재는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로부터 완화적인 금융·통화정책을 펼치라는 압박을 받다가 지난해 12월 사임했고, 정부 정책에 옹호적인 인사가 그 자리를 꿰찼다.


인도중앙은행 총재 교체는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중앙은행에 대한 독립성 침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글로벌 경기둔화가 본격화하면서 중앙은행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더욱더 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가 호조일 때 재정적자를 축소시키지 못한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재정정책에 한계를 느끼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본격적으로 힘을 얻은 것은 1990년대부터인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앙은행이 독립적일 때 인플레이션을 더 효과적으로 통제한다는 래리 서머스와 알베르토 알레시나의 1993년 논문을 그 기점으로 소개하면서, 1990년대 이후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물가상승 목표치라는 개념이 규범 또는 최소한 공통의 염원으로 세계에 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재닛 옐런 전 미국 연준 의장 등은 중앙은행이 설립 취지에 기반을 두고 독립적으로 정책을 만들 수 있어야 경제가 더욱 잘 작동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seraxe@speconomy.com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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