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두 회사 합계 R&D 18조5252억원, 설비투자 28조1446억원
삼성전자, 반도체 시설투자에만 21.3조‥인력도 3200여명 늘어
SK하이닉스, 연간 R&D 3조 돌파할 듯‥기간제 줄이고 정규직 늘려

▲ 이미지 = 게티이미지뱅크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전세계 경기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하는 가운데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채용을 늘린 것은 물론, 생산설비 확충과 연구개발(R&D)에도 예년보다 더 집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강자로 손꼽힌다. 삼성전자는 2003년 이후 D램과 낸드플래시 1위를 석권하며 메모리반도체 1인자로 우뚝 섰고, SK하이닉스는 최근 인텔의 낸드 사업부 인수로 D램에 이어 낸드에서도 2위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내년을 기점으로 본격 호황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IT 기업들의 재고 소진, 서버·PC용 반도체 수요 지속,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 등 호재가 잇따르는 와중에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 생산이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쟁사들의 기술 초격차도 숨가쁘게 진행되는 상황.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 9일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에 들어가며 한국 반도체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코로나19에도 투자를 늘리며 기술 격차 벌이기에 나섰다.

 

1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R&D185252억원, 설비투자에는 281446억원을 투입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3분기까지 R&D158971억원을 집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52877억원)보다 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상반기까지 R&D(105851억원)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연말까지는 최소 20조 이상의 금액이 들어갈 전망이다. 이는 2017168,000억원, 2018186620억원, 지난해 202076억원 등 최근 3년 간 역대 최대치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도 지난해 같은 기간 9.0%에서 9.1%로 소폭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IT업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공격적 투자를 통해 경쟁사를 기술로 압도하는 초격차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특허와 같은 지적 재산권 확보부터 EUV(극자외선)처럼 초미세 첨단 기술력 강화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3분기까지 확보한 특허는 국내 4974, 미국 6321건이었다. 전년 대비 각각 103.35%, 31.11% 증가했다.

 

시설 투자 증가세도 가파랐다. 특히 핵심사업인 반도체 분야에서의 첨단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한 투자가 두드러졌다. 전체 투자액은 255000억원, 이 가운데 반도체에만 212706억원을 쏟아부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8000억원 중 14214억원을 반도체 시설 투자에 투입한 것과 비교하면 51.70%나 늘어났다.

 

인력 채용 역시 활발했다. 3분기 직원 수는 10899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5767명보다 3231명 늘었다.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도 6700만원에서 7200만원으로 증액됐다.

 

메모리반도체 전 분야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SK하이닉스도 투자액을 차근히 늘렸다.

 

2017(24870억원)2018(28950억원), 지난해(31885억원)까지 SK하이닉스는 지속적으로 R&D 투자액을 증액했는데 올해는 보다 적극적이었다.

 

3분기까지 집행된 R&D 비용은 26281억원으로 전년(23281억원) 대비 12.89% 늘었다. 상반기까지 SK하이닉스는 17100억원을 R&D에 투입했는데, 이대로라면 올해 연간 R&D 비용은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3년 간 가장 많은 금액이다.

 

다만 시설 투자는 조금 주춤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96080억원에서 68740억원으로 감소했다. 시황의 영향을 받는 D램 비중이 높은 만큼, 가격 하락과 재고 조절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각 기업들이 인력 규모를 줄였지만 SK하이닉스는 다소 늘렸다. 직원 수는 지난해보다 627명 늘어난 28894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기간제 근로자가 소폭 감소한 대신 정규직 근로자 수가 상당수 늘어났다. 다만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96012000원에서 69619000원으로 줄었다. 전체 인원수 증가, D램 가격 하락, 최저임금 상승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2017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를 설립했다.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을 생산하는 전문회사로 다양한 고객군 확보에 중점을 두고 운영되고 있다.

 

중국 우시 합작법인과 현지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최근 충북 청주 공장의 반도체 장비 전량을 매각하고 이전을 진행 중이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가 제재 대상에 오르면서 중국 업체들의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지자, 중국 파운드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SK하이닉스의 대중국 강화 전략은 통했다. 지난해 48887100만원이었던 매출액은 올해 52813200만원으로 상승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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