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자유한국당이 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했던 김세연 의원을 ‘찍어내고’ 나경원 원내대표를 사실상 불신임 결정하는 등 친황(親黃) 체제를 굳혀가며 더불어민주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나 원내대표가 오는 10일로 임기를 끝마치며 후임 원내대표가 어떤 제안을 할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국당에 3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으면 한국당을 배제하고서라도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공조를 복원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였다.

당장 한국당에서는 강석호 의원과 유기준 의원이 원내대표 출사표를 던졌다. 강 의원과 유 의원이 당의 정치력 제고를 통해 협상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강대강 대치로 이어지던 협상과정이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제공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다음날인 4일 나경원 원내대표가 의총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오른쪽). 황교안 대표가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왼쪽). 황 대표는 나 원내대표에게 고생 많았다. 당 살리는 일에 함께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2019.12.04.


그러나 전날 한국당 최고위가 협상 대상이던 나 원내대표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나 원내대표 또한 이에 승복하면서 민주당은 물밑으로 공조를 복원하는 동시에 한국당과의 새로운 협상전략을 대비해야 할 형국이다.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일인 오는 17일 전까지 선거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힌 민주당은 일단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공조복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여기에는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철회 요구를 따르지 않은 만큼 더는 기다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본회의에 복귀하라는 제안에 한국당은 끝내 아무 답을 하지 않았다”며 “오늘 최고위에서 지도부 모두가 함께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단호한 대처를 해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 이인영(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2019.12.03.

이같은 결정에는 국민여론의 절반 이상이 이번 정기국회 파행의 책임을 한국당으로 보고 있는데다가 예비후보자 등록일(17일)과 나 원내대표의 임기 종료(10일) 등을 고려했을 때 마냥 기다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4일 리얼미터 발표에 따르면 이번 국회 마비 사태의 책임은 한국당에 있다는 응답이 53.5%로, 보수층과 한국당 지지층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과 계층에서 대다수이거나 다수로 나타났다. 대구·경북도 오차범위 내에서 한국당 탓이라는 응답이 높았다(조사일 12월 3일, 조사대상 501명,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다만 한국당이 적극적인 협상 의지를 밝힐 경우 협상의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는 언급도 있었다.

이해찬 대표는 “한국당이 이제라도 필리버스터를 완전 철회하고 정기국회 내 민생법안 무조건 처리와 정상적 국회운영을 약속한다면 다른 야당들과 함께 대화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는 협상을 통해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검찰개혁법·유치원3법의 세부적인 이견 조율과 본회의 상정 일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우리가 손해를 보는 일이 있어도 끝까지 개혁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