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타계 후 첫 행보로 디자인 전략회의 택해
회의 주관 및 시제품 체험하며 ‘디자인 경영’ 의지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도전은 위기 속에서 더 빛납니다. 위기를 딛고 미래를 활짝 열어가도록 합시다.”

 

삼성의 1인자로 우뚝 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다시금 도전과 위기, 미래를 역설했다.

 

현재 2개의 재판을 반고 있는 이 부회장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장례가 끝나자마자 경영에 복귀할 정도로 녹록치 않은 상황. 그는 위기에 굴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하며 이건희 회장의 디자인 경영을 승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서울R&D 캠퍼스에서 디자인 전략회의를 열고 미래 디자인 비전과 추진 방향 등을 점검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 고동진 IM부문 대표이사, 한종희 VD사업부장, 노태문 무선사업부장, 최윤호 경영지원실장 등을 비롯한 세트 부문 경영진과 승현준 삼성리서치 연구소장, 이돈태 디자인경영센터장 등이 함께 자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부터 사업부별로 디자인 전략회의를 진행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전사 통합 디자인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의 발달로 기기 간 연결성이 확대되고 제품과 서비스의 융·복합화가 강화되는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디자인 역량이 중요하다는 게 이 부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직접 회의를 주관하며 디자인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를 위해 진 리드카 버지니아 대학 Darden경영대 부학장, 래리 라이퍼 스탠포드대학 디스쿨 창립자 등 글로벌 석학들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최신 디자인 트렌드와 혁신 사례를 공유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미래 디자인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제품을 둘러보고 체험하기도 했다. 그는 가정에서 운동·취침·식습관 등을 관리해주는 로봇과 서빙·배달·안내 등이 가능한 로봇, 개인 맞춤형 컨텐츠 사용 등이 가능한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등 차세대 디자인이 적용된 시제품을 직접 착용하고 특장점 등을 살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디자인에 혼을 담아내자. 다시 한 번 디자인 혁명을 이루자고 격려했다. 이어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자면서 도전은 위기 속에서 더 빛난다. 위기를 딛고 미래를 활짝 열어가자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2일 베트남 출장에서 돌아온 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타계로 현장 경영을 멈췄었다.

 

삼성을 이끌 차기 회장의 관심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타계 이후 첫 공식행보에 대한 관심이 쏠렸었다. 그룹의 핵심회사인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장을 돌아볼 수도 있었지만, 이 부회장은 디자인 전략회의를 택했다. 글로벌 기업의 기반을 다진 디자인 혁명의 의의를 되새기고 디자인 경영에 대한 의지를 부각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승계자 이재용을 공고히 할 수 있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제품의 성능만으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1996'디자인 혁명'을 선언했다. 이후 디자인경영센터 설립, 전세계 디자인 거점 확대, 디자인 학교(SADI) 설립을 통한 인재 발굴·양성을 추진해왔다. 현재 서울, 샌프란시스코, 런던, 뉴델리, 베이징, 도쿄, 상파울루 등에 위치한 글로벌 디자인연구소 7곳에서 디자이너 15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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