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에 수백만원 광고비까지 챙겨…‘갑질로 소환’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물건 구매는 물론 택시 호출, 음식 배달, 숙소 예약까지 손가락 하나로 버튼만 클릭하면 가능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스마트폰은 뗄래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 됐다.


이런 시대에 흐름에 따라 어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중개플랫폼’ 시장도 크게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쿠팡·위메프·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야놀자 등 중개플랫폼은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 ‘유니콘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중개플랫폼이 크게 성장하면서 이들 기업들이 시장에서 가지는 영향력과 의존도도 역시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나 공급자 입장에서 모두 대부분의 서비스가 중개플랫폼을 통해 소비·공급되다 보니 중개플랫폼 없이는 일상생활이나 사업영위가 어려워지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부작용도 따라왔다.


객과 소상공인들을 이어주는 플랫폼의 순기능을 벗어나 시장지위를 악용한 ‘갑질’ 사례까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컴플레인에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관하는가 하면 소상공인들을 상대로는 고액의 광고비와 수수료를 올려 받으면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런 중개플랫폼의 ‘갑의 횡포’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러니 매년 10월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오면 살생부(국정감사 증인 출석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고 있다.


올해 국감 증인석을 채우게 된 ‘갑질’의 주인공은 숙박 중개플랫폼 ‘야놀자’ 이수진 대표다.


이 회사는 올해 충청 등 지방 제휴점을 상대로 광고비를 인상하려다 집단반발에 부딪혀 이를 철회한 정황이 포착됐다. 점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고 공문까지 돌리면서 서명운동에까지 나섰다.


야놀자가 기업가치 1조원의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에는 이들 점주들의 도움이나 노력이 필수적이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도움으로 숙박앱 ‘1위’자리에 오르게 된 야놀자가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과 상생 없이 시장지배자로서 영향력만 행사하려는 모습은 눈꼴시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매년 같은 이슈로 국정감사에 소환되면서도 문제가 해결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중개플랫폼 ‘야놀자’의 갑질 의혹에 대해 추적해봤다.
 

 

집단 행동 나선 숙박업자…청원 이어 서명운동까지
시장 영향력은 확대 But, 중간 관리자 역할은 ‘빵점’

이달 2일부터 21일까지 국정감사 일정에 예고되면서 전산업계가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양한 이슈들과 함께 기관장과 기업 총수는 물론 CEO까지 줄줄이 ‘살생부’라 불리는 국정감사 증인 출석 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다.


매년 그렇듯 올해 국감에서도 역시나 ‘갑질 논란’ 이슈는 빠지지 않고 다뤄진다.

 

과거 갑질은 가맹점이나 하청업체에 대한 본사의 횡포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중개플랫폼의 지위로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수수료 장사를 하는 형태 등으로 다양해졌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배달앱 업체들이 과도한 광고비와 수수료 문제로 난타당한 뒤 광고 낙찰가를 공개하고, 수수료를 줄이기로 했다.


그럼에도 여지없이 올해에도 같은 문제로 국감에 소환된 업체가 있다. 바로 국내 1위 숙박 중개플랫폼 기업인 ‘야놀자’다.


내달 8일 열리는 중소벤처기업부 국감 증인으로는 야놀자 이수진 대표이사 등이 채택됐다. 이날 국감에서는 이 대표를 향해 숙박앱 갑질(수수료 등)에 관한 질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야놀자가 ‘국감’에 소환​된 이유는?

이수진 대표가 국감으로 소환된 데에는 올해 야놀자의 가격 인상 움직임으로 인해 불거진 숙박업주들과의 갈등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6월 대전지역에서는 “다른 지역과 지부가 통합돼 광고 단가를 맞춰야 한다. 최고가 광고의 가격이 100만원 가량 오른다”는 야놀자 영업직원의 말에 점주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은 바 있다.


당시 야놀자 측은 “대전지역의 가격 인상 발언은 독단적인 행동”이라며 “가격인상에 대해서는 검토한 적이 없고 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광고비 인상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숙박 예약 어플리케이션의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를 둘러싼 소상공인과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같은달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한 업주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야놀자를 포함한 숙박앱 업체들의 갑질 횡포에 대한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해당 청원 글은 숙박앱이 과다출혈 경쟁을 일으켜 매달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광고를 하지 않으면 앱 상단에 노출되지 않아 장사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숙박앱 업체들은 앱 내 광고 위치에 따라 광고비를 별도로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점주들이 광고비와 별도로 지불하는 수수료 문제도 제기됐다.

 

숙박앱 업체들은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예약하면 10%의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점주들은 광고료와 수수료를 포함해 매달 450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있다.


숙박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이들 점주들은 대한숙박업중앙회를 중심으로 집단행동까지 불사했다.


숙박업중앙회는 지난 6월 19일 처음으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경기북부지회는 소속 회원들에게 ‘청와대 국민청원 적극 참여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경남 김해 지역에서도 30만원대의 광고만 쓰고 다 같이 동등하게 광고 노출 기회를 갖자는 취지의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광고 ‘강제’ 없다지만, 안 할 수도 없는 노릇

이 같은 숙박업주들의 주장에 대해 야놀자를 비롯한 숙박앱 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다.


숙박앱을 활용하면서 숙박업주들의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수수료와 광고비 문제만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광고비와 수수료를 점주들에게 강제하지 않았으며, 광고는 업소마다 자발적으로 선택해 지불한 것이라는 해명이다.


이들 업체들의 입장도 일리가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숙박업주들이 소상공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달 450만원을 지불해야하는 것이 과도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실제로 야놀자의 경우 10%의 예약 수수료와 최고 월 200만~300만원까지 광고비를 받고 있는데, 이는 일부 배달앱이나 다른 숙박 예약사이트에 비해 높은 편이다.


지난해 수수료 갑질로 국감에 소환됐던 배달의민족의 경우도 현재 주문 건당 수수료는 3%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현재 숙박업체 예약의 80%가 숙박앱을 통해 이뤄지는 상황에서 아예 앱을 이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광고를 하지 않으면 사실상 투숙객을 잡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A씨는 “숙박앱 업체들이 자사 앱 최상단에 광고를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점주들의 광고료 부담을 높인다”며 “고액 광고를 하지 않는 점주들은 광고 노출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매출 하락으로 존립 위기를 느낀다”고 주장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야놀자 ‘보상 기준’

야놀자의 갑질은 비단 숙박업주들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까지 일방적으로 계약 취소 및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다시 한 번 구설수에 휘말렸다.


지난달 23일자 <투데이신문> 단독보도에 따르면 야놀자는 체크인 당일 소비자에게 숙소 예약 취소를 통보하고, 현금 3000원에 해당하는 3000포인트를 최초 보상으로 제시했다.


40대 여성 B씨는 야놀자를 통해 2박에 15만원인 여수의 한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지로 향하던 중 야놀자 고객센터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9만원의 추가요금을 내지 않으면 숙소를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은 것이다.


B씨는 “야놀자 측은 숙소 사장이 가격 조정을 하려고 했는데 그 전에 예약해 버려서 그 가격으로는 예약을 받아줄 수가 없어 예약 취소를 해달라고 했다”며 “일방적 취소로 망쳐버린 우리 가족의 휴가는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야놀자 측은 B씨의 항의에 대해 해당 건에 대한 보상은 포인트 3000점 적립이 최선이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보상액 지급에서도 목소리가 큰 소비자에게는 더 많은 액수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돼 고객차별 논란까지 일었다.


이보다 앞선 같은 달 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B씨와 비슷한 사례가 올라왔다. 소비자 C씨는 ‘야놀자의 일방적 숙박 취소통보로 여행을 하루 날렸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C씨는 체크인 예정시간이였던 오후 6시 직전인 오후 4시 숙박업소 주인으로부터 예약을 취소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후 야놀자 고객센터는 C씨에게 ‘예약이 취소됐으며, 결제 금액은 전액 환불 예정’이라고 전달했다. 이에 C씨가 일방적인 예약취소에 대해 항의했지만, 야놀자 측은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놓을 뿐이었다.


여기에서도 야놀자 측은 C씨에게 보상으로 3000포인트 지급을 제안했다.

 

그러나 C씨가 각종 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리자, 야놀자 측에서는 당초 제시한 3000포인트가 아닌 50만포인트를 보상액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보상안보다 160배 더 높아진 것이다.


이를 두고 야놀자의 보상책 책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결국 목소리 큰 사람에게만 정당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다. 

 

기업가치 1조 ‘유니콘 기업’이면 뭐하나…‘현실은 적자’

소상공인의 눈물로 먹고 사는 중개 플랫폼의 한계인가

‘1조 기업’ 화려한 수식어의 야놀자, 현실은 ‘적자’

중개플랫폼인 야놀자는 소비자와 공급자인 숙박업주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2014년 20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18년 1609억원(연결 기준)으로 증가했다.


지난 6월 야놀자는 싱가포르 투자청과 부킹홀딩스로부터 총 1억8000만달러(한화 약 2122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국내에서 8번째로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야놀자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거듭난 데에는 소비자와 숙박업주들이 주효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개업자에게 소비자와 공급자는 필수적인 요소이고 이는 중개플랫폼인 야놀자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플랫폼 사업을 주로 하는 야놀자는 이들 소비자와 공급자와 상생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와 숙박업주를 등에 업고 성장한 야놀자의 최근 행보는 플랫폼의 순기능을 벗어나 시장지위를 악용해 성장에 도움을 줬던 이들을 오히려 쥐어짜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신하들과 백성들의 도움으로 왕좌에 오른 왕이 ‘절대권력’에 심취해 폭군으로 변한 것 같은 모양새다.


그 배경에는 ‘적자’라는 부진한 성적표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야놀자 뒤에는 숙박 앱 업계 1위, 유니콘 기업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니지만 현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야놀자는 매출액이 매년 늘고 있으나,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규모도 커지고 있다.


2018년 연결기준 야놀자의 영업손실은 167억원, 당기순손실 203억원이다. 이는 2017년 영업손실 116억원, 당기순손실 132억원 대비 적자 폭이 매우 커진 모습이다.

‘폭군’이 된 절대권력…그 피해는 어디로 가나?

이런 적자의 주된 원인으로는 야놀자의 2017년 영업비용 661억원이 2018년 1380억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런 비용증가에 대해 야놀자 측에서는 단순히 판관비 성격의 증가보다는 적극적인 M&A에서 비롯한 투자 성격의 비용지출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야놀자는 사업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야놀자가 지금까지 인수한 기업을 열거해 보면 호텔 타임커머스, 호텔나우, 레저 플랫폼 레저큐, 객실 관리 자동화 시스템 기업 가람, 씨리얼, 게스트하우스 플랫폼 지냄,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랜트립 등이다.


여기에 야놀자는 국내 최대 펜션 예약 서비스 우리펜션을 인수해 총 1만 개 이상 펜션 예약 서비스가 가능한 조건을 만들었다.


올해에도 국내 최대 숙박비품 유통기업 한국물자조달을 인수하면서, 이 기업이 운영하던 비품넷을 통해 전자제품, 생활용품, 식음료 등 숙박시설에서 필요한 비품들을 유통하기 시작했다.


이제 야놀자는 과거 단순 숙박 시설을 연결해주는 회사에서 건설·인테리어·비품 등 다양한 사업이 펼치는 기업이 됐다.


그러나 이런 문어발식 사업 확장의 결과는 종속기업들을 비롯한 지분법투자회사에 속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의 적자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그 피해는 야놀자와 제휴를 맺고 있는 전국의 숙박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몇 해 전부터 야놀자 행보는 중개플랫폼으로써의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과 상생이 아닌 사업확장에만 주력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현재 숙박업 시장에서 따라올 수 없는 시장지배자로 성장한 야놀자가 이후 독과점처럼 숙박업주들을 장악한다면 그 후의 피해는 소비자들의 몫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스페셜경제>는 야놀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 연결을 시도하고 질의서를 전달했으나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사진제공=뉴시스, 야놀자 홈페이지]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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