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 4개 개인회사 도매업체 운영…“일감 몰아주기인 듯 아닌 듯”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현재 한국에서는 특수관계인을 혈족 6촌·인척 4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주식거래시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을 비롯해 상법·공정거래법·자본시장법 등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법률에 적용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현행 특수관계인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므로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경동제약의 특수관계인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경동제약의 특수관계자로 분류되는 친인척은 현재 의약품 도매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특별할 것 없는 제약회사와 의약품 도매업체 간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이들 오너일가 친인척이 운영하는 도매업체가 4개에 달한다는 것이다.


제약사 오너 일가가 4개 개인회사 도매업체를 운영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특이한 경우다.


특히 이들 도매업체는 매출과 매입등 주요한 영업활동을 특수관계인에게 의존하고 있다. 심지어는 도매업체끼리 거래하는 ‘도도매’ 영업도 이뤄진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동제약을 중심으로 상호 간에 친인척기업 밀어주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오너 일가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경동제약의 특수관계자 거래 관계에 대해 자세히 짚어봤다.


지분 관계 없지만…4곳 모두 오너 일가가 경영권 행사
특수관계자 거래 의존한 경영…친인척기업 밀어주기?

제약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경동제약은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경동제약이라는 사명보다 진통제 ‘그날엔’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게보린·타이레놀 등이 장악한 국내 진통제 시장에서 그날엔의 모델로 3년 연속 ‘아이유’를 기용하면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1976년 설립돼 1992년 코스닥 상장한 이 회사는 1대 오너인 류덕희 회장이 설립했다.

 

때문에 경동제약의 주식의 상당수는 류 회장과 그의 아들인 류기성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이들 부자의 지분은 모두 44.06%다.


이외 다수의 특수관계자로 분류되는 친인척이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송청재단(류 회장 출연) 5% ▲이성자(며느리) 4.56% ▲류찬희(동생) 4.01% ▲류기연(자녀) 2.34% ▲류연경(자녀) 1.92% ▲정상욱(매제) 1.35% ▲류효남(자녀) 0.99% ▲신승훈(사위) 0.72% 등 일가족이 특수관계인으로 포함돼 있다.

한 제약사 오너일가가 도매업체 4곳 운영

경동제약이 친인척기업 밀어주기 의혹의 중심에 선 까닭은 이들 특수관계자들이 각각 의약품 도매업체를 운영하면서 경동제약과 거래 관계 속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여기에 관련된 도매업체로는 ▲제이씨헬스케어 ▲대일양행 ▲알피에이치코리아 ▲케이에스팜 등이 있다.


이들 도매업체는 경동제약의 특수관계자로 분류되면서 모두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업체는 류덕희 회장과 형제인 류찬희·관희·영희 씨의 자녀·손자·사위까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2005년 설립돼 정상욱·정은균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제이씨헬스케어는 류덕희 회장의 조카인 정원희 씨(44.9%)와 사위인 정상욱 대표(28.8%), 동생인 류영희 씨(17.5%) 등 친인척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상욱 대표는 경동제약의 지분 1.35%를 보유하고 있는 동시에 경동제약 감사를 맡고 있다.

 

류 회장의 조카인 정원희 씨와 동생 류영희 씨도 각각 경동제약의 지분 0.02%, 0.30%를 갖고 있다.


제이씨헬스케어는 경동제약의 계열사가 아닌 특수관계자로 분류된다. 그러면서 경동제약은 이 도매업체와 거래를 통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24억원, 28억원, 2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일양행도 류 회장의 형제인 류찬희 대일양행 회장(29%)과 류관희 씨(11%)를 비롯해 이들의 자녀, 손자 등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류기만·류찬희 대표가 맡고 있다. 류기만 대표는 류 회장의 조카인 동시에 경동제약 제분 0.18%를 보유하고 있다.

 

류 회장의 동생인 류찬희 대표는 4.01%의 경동제약 지분을 갖고 있다. 대일양행의 등기이사인 류기정 씨도 0.17%의 경동제약 지분이 있다.


경동제약은 제이씨헬스케어와 마찬가지로 대일양행과 거래를 진행하면서 같은 기간 5억원, 8억원, 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알피에이치코리아는 류덕희 회장의 장녀인 류기연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차녀 류연경 씨는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사실상 류 회장의 자녀가 운영하는 회사로 오너 일가 개인회사로 볼 수 있다. 두 딸은 각각 경동제약의 지분 2.38%, 2.07%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앞에 언급한 업체들이 경동제약의 매출을 올려준 것과 달리 경동제약과의 거래를 통해 매출을 냈다.

 

알피에이치코리아는 지난 2016~2018년 경동제약으로부터 판관비 명목으로 1억5400만원을 받았다.


다만 올해 3분기에는 경동제약이 알피에이치코리아로부터 25억원의 매출을 창출하는 등 다소 변화가 있었다.


경동제약 오너 일가가 운영하는 도매업체 중 가장 특이한 곳은 케이에스팜이다.

 

이 회사는 류덕희 회장의 조카인 류기정 케이에스팜 대표이사(52%), 류기만 사내이사(32%)를 비롯해 친인척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3개 업체가 경동제약과 직접 거래를 하는 것과 달리 케이에스팜은 대일양행과 거래를 유지하는 ‘도도매’영업을 하고 있다.

 

류기정 대표와 류기만 이사는 대일양행의 등기이사와 대표이기도 하다. 동일한 임원진들이 두 회사에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케이에스팜의 특수관계자와 거래 비중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대부분의 수익을 대일양행으로부터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2018년 케이에스팜의 매출은 218억원이었는데, 이중 절반인 105억원은 대일양행과의 거래로부터 나왔다.  

 

막 오른 ‘2세 경영’…류기성 대표, 실권 잡은 후 평가는?
‘철옹성’ 가족 경영…여전한 중소형사 ‘대물림’ 지적 나와

막 오른 2세 경영

일반적으로 제약사 오너 일가가 4개 도매업체를 운영하는 것은 보기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각 회사의 임원들도 친인척으로 연관돼 있다 보니 경동제약을 중심으로 이들 회사가 서로서로 일감 밀어주고 끌어주고 있다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들 도매업체들과 경동제약 간의 거래가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각에 따라서는 오너일가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일각에서도 이들 회사의 몸집을 키워 오너일가의 캐시카우(수익창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경동제약 관계자는 <본지>와의 취재에서 “이들 도매업체들은 당사자들의 자체적인 판단과 비즈니스 목적에 따라 설립·운영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더욱이 해당 도매상의 매출액 중 경동제약의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경동제약의 매출에서 해당 도매상의 매출은 더욱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양사간의 거래는 제3자와의 거래관계와 비교할 때 하등의 차이가 없는 100% 비즈니스 측면에서의 판단에 따라 발생되는 거래”라고 말했다.


특히 오너 일가 친인척 밀어주기 의혹에 대해서는 “자체 법무팀에서 검토하고 외부 자문 확인 결과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친인척 특수관계라는 이유로 특혜를 주거나 정해진 기준에서 벗어나는 거래를 하는 경우는 없다”며 “금액으로 따져도 전채 도매 거래가의 0.5~1% 미만을 차지하므로 이정도 규모로는 친인척 관계 일감 몰아주기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회사 측의 해명에도 최근 경동제약은 대주주 변경을 통해 승계 작업을 일단락하고 2세 경영을 시작하면서 ‘부의 대물림’이라는 지적과 맞물려 부정적인 이슈가 불거질 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국내 제약사들은 전문성과 상관없이 경영권을 대물림하면서 폐쇄적인 족벌경영이라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경동제약 내부적으로 특별관계자 지분변동이 생기면서 최대주주가 오너 1세에서 2세로 변경됐다.


창업주인 류덕희 회장은 지난해 9월 회사 주식 190만주를 막내아들인 류 부회장에게 물려줬다.

 

이에 따라 류 회장의 지분은 기존 10.1%에서 2.95%로 감소했다. 반면 류 부회장의 지분은 6.78%에서 13.94%로 증가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창업 1세인 류덕희 회장이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막내 아들인 류기성 부회장을 중심으로 2세 경영 시대의 막이 오른 것이다.


재벌의 세습경영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온 바 있다.

 
사업의 지속성 측면에서는 기대할 만하지만 전문성과 상관없이 창업주의 핏줄이라는 이유로 경영권을 대물림한다는 것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때문에 매출액 상위 10대 제약사들의 대다수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소형제약사에서는 경동제약의 사례처럼 지분 승계를 통한 대물림 경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익성 악화에도 이어지는 ‘고배당’ 기조

류덕희 회장의 뒤를 이어 경영 일선에 나선 류덕희 부회장은 ‘수익성’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경동제약은 지난 2018년부터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경동제약의 매출액은 2012년 1227억원에서 2017년 1755억원까지 꾸준히 늘어나다가 2018년 1752억원으로 성장세가 꺾였다.

 

지난해에도 1296억원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1305억원 보다 소폭 낮아졌다.


매출액의 하락세가 이어지자 자연스럽게 수익성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영업이익은 영업이익도 2017년 312억원에서 2018년 249억원으로 줄어든 후 지난해 3분기에도 전년 동기(304억원)보다 낮은 217억원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경동제약 매출 부진은 오너 2세 류기성 부회장 대표이사가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시기와도 다소 맞물린다.


그럼에도 경동제약은 최근 4년 동안 평균배당성향이 70%를 넘어서는 고배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창업 2세의 경영권 확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팍스넷뉴스>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경동제약의 최근 4년간 평균배당성향(현금배당금/당기순이익)은 70.7%에 달한다.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성향이 20% 안팎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2018년에도 경동제약은 당기순이익보다 133% 많은 규모의 고배당을 실시했다. 지난해 실적부진과 일회성 세금징수 여파로 순이익이 급감했지만 여전히 고배당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창업 1세인 류덕희 회장과 2세인 류기성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챙겨간 배당금은 300억원을 상회한다.


경동제약이 순이익의 절반에 가까운 현금을 배당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쌓아온 이익잉여금 덕분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기준 순현금과 투자부동산 자산·자기주식 가치 등 경동제약의 활용 가능한 자산가치는 약 1270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경동제약이 순이익의 절반에 가까운 현금을 배당한 데에는 창업주 부자를 비롯해 오너 일가가 높은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도 한 몫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제공=경동제약 홈페이지 갈무리]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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