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숙환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장남인 조원태 사장이 그룹 경영을 승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인해 구광모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게 된데 이어, 한진그룹까지 불가피하게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조 회장의 별세로 인해서 오너 3세 조원태 사장의 경영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지난 2003년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차장으로 그룹에 들어왔으며, 이듬해 대한항공 경영기획팀 부팀장으로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이후에는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상무), 경영전략본부장(전문), 부사장을 거친 뒤 지난 2017년 1월부터 대한항공 사장직을 맡아왔다.

대한항공 측은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조양호 회장이 큰 그림을 그리면, 조원태 사장은 이를 구체화하고 실천하는 역할을 맡았다”면서 “지난해에는 델타항공과의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2개 항공사가 공동으로 영업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조양호 회장 지분을 3남매에게 비슷한 비율로 상속한다고 하더라도, 조원태 사장에게 경영권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조현아, 조현민 자매의 경우 그룹의 물의를 일으키고 이미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기 때문에 복귀는 어려운 상황이다.

‘4인 사장단’ 중심으로 공동경영체제 유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조 회장의 별세에도 경영공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주요 상장 계열사들이 이끄는 전문경영인 4인은 조 회장의 복심이라는 점에서 조 사장의 경영 안정화를 적극적으로 도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진그룹은 사장단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한진칼의 경우 조 사장을 비롯해 석태수 이사장이 등기임원으로 올라있다. 대표이사는 조 회장과 석 사장이지만, 당분간은 석 사장 단독체제로 굴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석 사장의 경우 지난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경영기획실장, 미주지역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한진 대표이사, 한진칼 이사, 한진그룹 물류연구원장, 한진해운 사장,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 등 그룹내 주요 요직을 거쳤다.

특히 석 사장은 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전문가로 꼽히며, 그룹 전반에 대한 폭 넓은 이해와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석 사장은 조현아‧현민 자매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해 4월 대한항공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에 오르기도 했다. 이는 석 사장에 대한 조 회장의 신뢰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었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은 1987년 대한항공에 입사했으며, 2009년 최연소로 상무로 승진했다. 이후 미주지역본부장, 여객사업본부장, 경영전략본부 본부장 등을 거쳐 대한항공 대표이사로 재직 중에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3월 조 사장과 우 부사장 2인 대표이사 체제로 재편됐다. 우 부사장은 지난 2017년부터 대표이사직을 맡았는데, 조 사장이 대표이사로 승진한 바로 그 해다. 우 부사장은 조원태 사장 지원을 위해서 조 회장이 직접 발굴한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여객사업과 경영 전략에 경험이 많은 인물로 꼽힌다.

서용원 한진 대표이사 사장은, 별세한 조 회장과 동갑이다. 서울대 교육학과를 나와 조 회장이 입사했던 1974년 보다 3년 뒤인 1977년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이후 인재개발관리본부장, 그룹경영조정실장, 그룹경영지원실장 등을 거친 관리 전문가다. 인사와 법무, 대외 부문에 능통한 서 사장은 대한항공 수석부사장을 거쳐 한진 대표로 옮겨갔다.

한진은 택배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물류회사로서 항만하역, 해운, 화물보관 등의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한진칼, 대한항공과 함께 그룹 3대 핵심 계열사 중에 한 곳으로 꼽힌다. 서 사장은 한진으로 옮긴 이후 적자사업 정리 등 사업 구조조정으로 재무구조를 안정화 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영식 한국공항 사장도 핵심 전문경영인 4인 중 한명이다. 강 사장은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나와 지난 1972년 대한항공에 정비사로 입사했다. 정비 전문가인 강 사장은 대한항공 정비본부장을 거쳐 기술부문 총괄부사장을 역임했다. 또한 지난 2014년 신설법인으로 출범한 한진해운 사내이사에 새로 선임되며 조 회장과 당시 한진해운 대표이던 석 사장을 보좌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진그룹은 전문경영인 4인 체재로 당분간 공동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조 사장의 경영승계가 수월하게 이뤄지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언급된 4인 모두 조 회장의 최측근이면서 30년 이상 근무한 인물들인 만큼, 조 사장을 그룹 권력의 중심으로 세울 것으로 보인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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