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도 혜택도 ‘발전 없음’…탄식의 해

▲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금융권이란 애초에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집단으로 깊이 각인된 바 있지만, 특히 올 한 해 2금융권은 한 치의 ‘진보’ 없이 오롯이 퇴보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금융당국이나 정부 규제 등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자체적인 판단으로만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 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보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행보를 많이 보여 왔다는 게 세간의 시선이다.

단적인 예로 한국은행이 두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예금금리를 따라 내리면서도 여전히 고금리 대출 장사는 멈추지 않는 모습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시중은행에 비하면 다소 높은 편인 예금금리 덕에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이 늘어, 해마다 출시하던 연말 고금리 특별판매 상품도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이런 혜택 축소는 저축은행업계뿐만 아니라 카드사나 보험사 등 전반적인 2금융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경기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많은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지만, 도덕성 부분에서의 퇴보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보험업계는 설계사 관련 문제가 여전히 끊이지 않았으며, 저축은행업계에서는 대표적으로 일명 조국펀드 관련해 상상인그룹 저축은행이 기업사냥꾼의 ‘쩐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신뢰를 급격히 잃었던 사건도 있었다. 아울러 저축은행업계는 고용에 있어서도 성차별 문제가 여전히 만연한 집단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특히 올 한 해 2금융권 도덕성 논란 하면 새마을금고가 빠질 수 없다. 새마을금고는 전부터 이사장 갑질 논란 등 제왕적 위치의 이사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올해는 과거 부하직원 대상 성범죄 전력이 있어 사퇴한 자를 다시 같은 지점 이사장으로 선출해 더 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같은 사건들이 지속됨에 따라 2금융권이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생각을 지닌 집단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 등의 분석이다.
 

‘줄이고 깎고’…그야말로 ‘축소전쟁’
횡령에 성희롱까지…도덕성 ‘무엇?’

올해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국내 금융기관들도 역대급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도 예금금리 내리기에 나섰고, 서민들은 목돈 굴려 이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 없다고 한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 혜택을 줄여서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는 현상이 2금융권을 장악했다. 카드사도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대표적 혜택으로 꼽히던 무이자할부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캐시백 등 소비자들이 유용하게 이용하던 혜택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은 올해는 어느 정도 실적방어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에도 정치권에서 민생 챙기기 수단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를 계속해서 추진한다면 업황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2금융권에서 줄이기에 나선 것은 이런 혜택들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자금 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부분이다. 먼저 카드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면서 올해 1000명 이상의 카드 모집인을 줄였다. 이렇게 절감한 마케팅 비용을 차라리 고객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무이자할부나 캐시백 같은 혜택도 줄인 가운데 그다지 믿음이 가진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보험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이 장기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무려 최대 48개월 치 월급을 주면서까지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이다. 이외에도 보험업계에는 긴축경영 바람이 세게 불고 있다. 현대해상은 영업이나 보상 등 현장부서를 제외하고는 파트제로 전환해 조직 슬림화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단순히 지점과 직원 수를 줄이고,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인다고 해서 2금융권이 퇴보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듯한 낡은 관념 등이 더해졌을 때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등의 의견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2금융권은 분명히 퇴보한 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성차별 문제도 여전히 만연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먼저 전체 79개 저축은행 중 무려 69곳에서 정규직 직원의 성비가 남성에 치우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중소형 저축은행에서 두드러졌는데, 대명저축은행은 모든 정규직 직원이 남성으로, 여성은 모두 고용 상태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9월 금감원의 상반기 반기보고서를 보면 10대 증권사에서 여성 임원의 비중은 고작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과 남성의 임금 수준의 격차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통상적으로 증권사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은 같은 직급의 남성 직원이 받는 월급의 60% 정도밖에 받지 못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이 같은 성차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희롱 사건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2금융권 중 유일하게 전국 모든 지자체에 지점을 두고 있는 상호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는 최근 치러진 이사장 선거에서, 성범죄로 과거 사퇴했던 이사장을 재 선출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현재 해당 이사장은 본인에게 당했던 피해자가 있는 지점의 이사장으로 출근을 하고 있어 지역민들까지 나서 이를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중앙회 측은 꿈쩍도 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성범죄 피해자와 가해자를 한 직장에서 근무하도록 방관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한 증권사 직원이 고객의 투자 이익금을 몰래 빼돌려 주식 매매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도덕성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스페셜경제 / 이인애 기자 abcd2ina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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