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서버-모바일 수요 하락 예상
반도체 ‘큰 손’ 화웨이 제재로 매출 감소 우려
주력 메모리 반도체 D램 가격 하락세로 돌아서
파운드리에선도 대만 TSMC와 격차 더 벌어질 듯

 

평택 캠퍼스 항공사진 (사진=삼성전자)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모두에서 세계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의 질주에 빨간 불이 켜졌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0을 비롯해 하반기에는 LG전자와 애플, 샤오미 등의 플래그십(전략)부터 중저가 스마트폰까지 다양한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있어 하반기 반도체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다시 재유행될 조짐을 보이면서 스마트폰 수요가 생각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점쳐지는데다 세계 3위 반도체 큰 손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9월 이후 미국 기술을 사용한 모든 반도체 구매가 불가능해지면서 반도체 수요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상반기에 재고를 구축한 세계 IT 기업들의 주문이 줄어들면서 언택트 특수도 누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2분기 들어 세계 IT 기업들은 서버 증설을 위한 데이터센터 투자를 줄이고 있다. 하나투자증권에 따르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2분기 시설투자에 1분기보다 10.2% 줄어든 539000만달러를 썼다. 페이스북도 시설투자비용을 8.5% 줄였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급 차질을 우려한 IT 기업들이 미리 반도체를 대량으로 사들였지만, 충분한 물량을 확보한 만큼 재고를 소진하며 코로나19 장기화를 대비해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력 메모리 반도체인 D램 가격은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다. D램은 통상 소규모 거래에 쓰이는 현물가격의 등락이 기업간 거래에 쓰이는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데, 현물가격이 4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1일 기준으로 PC용으로 사용되는 DDR4 8GB 현물 가격은 2.5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33.64달러를 기록한 이후 현물가격은 꾸준히 하락하더니 이달 들어서는 4월과 비교해 무려 30% 떨어지며 올해 들어 가장 낮은 가격을 보였다.

 

D램 고정거래 가격도 완연한 하락세다. 지난달 서버용 DDDR4 32GB 고정 거래 가격은 전월보다 6.39% 떨어진 134달러로, PCDDDR4 8GB5.44% 하락한 3.13달러였다.

 

문제는 이같은 하락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IT 업체들의 수요보다 D램 제조업체들의 공급이 더 많아질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상반기 적졍량보다 D램을 더 많이 사들였던 IT 기업들의 재고량은 현재 6~8주분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평균 5주 수준이었던 1분기보다 재고가 늘어난 만큼, 추가 주문은 더디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19 장기화도 D램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해 IT 기업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도 스마트폰 구매를 보류하며 지갑을 닫으면서 서버와 모바일 등 D램의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들어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이에 증권업계는 내년 1분기 들어서야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경기 전망이 악화되고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서버업체들도 증설을 보류할 가능성이 크다“3분기 서버 출하량이 2분기에 비해 4.9% 감소하면서 D램 출하량과 가격이 정체될 것으로 보이는데, 서버용 D램 가격 하락은 다른 D램 품목 가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거래처인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한층 강화된 것도 삼성전자에겐 곤혹스런 일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8일 미국 기술을 사용해 반도체를 생산한 업체가 화웨이에 공급하려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미국의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모든 반도체 업체에 화웨이와 거래하지 말라고 선포한 셈이다. 화웨이는 국내 반도체 업체에게 큰 손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액은 208억달러(246800억원)로 애플(361억달러)과 삼성전자(334억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반도체를 많이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국내 기업으로부터 사들인 부품은 13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역시 화웨이가 주요 5개 거래처 중 하나로, 전체 매출의 3.2%를 차지한다.

 

삼성전자가 힘주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삼성전자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을 앞세워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도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한 이후 삼성전자는 초미세 공정 기술 개발의 속도를 높여왔다. 5나노 공정은 이미 2분기 양산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할 채비를 갖췄다. 4나노 1·2세대 공정 양산 및 개발도 차질없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GAA(Gate-All-Around) 공정을 적용한 3나노 웨이퍼를 공개하며 TSMC를 추월할 채비를 마쳤다. IBM의 차세대 서버용 CPU‘POWER(파워) 10’을 위탁 생산하기로 하면서 기술 경쟁력도 인정받았다.

 

이같은 초격차 전략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2분기 18.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인 TSMC와의 격차를 좁혀나갔다.

 

그러나 3분기에는 격차가 다시 벌어질 것으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25일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대만의 TSMC이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21% 늘어난 1135000만달러(134800억원)의 매출을 올려 53.9%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366500만달러(43500억원)의 매출로 점유율 17.4%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갤럭시 S20 판매가 부진해 이에 들어가는 엑시노스모바일AP 물량이 줄어들어서다.

 

특히 트렌드포스는 TSMC 3분기에 각각 21%의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성장률이 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