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 금융권 부담 덜어주기 본격화
정부, 자금공급 여력 최대 394조원 증가 기대
“정부가 위기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정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각종 금융 규제를 완화했다. 이번 규제 완화로 금융권의 자금공급 여력이 최대 394조원 증가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물경제에 원활히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금융규제 유연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정부는 금융권 중심으로 100조원+@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여기에 참여하는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자본·유동성규제 등 금융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았다.

이번 규제 완화는 ▲자본 적정성 규제 ▲유동성 규제 ▲자산 건전성 규제 ▲면책 등 크게 4가지 방면에서 이뤄진다.  

 


증안펀드 출자 자본부담 경감
우선 자본 적정성 규제 완화로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에 참여하는 금융회사의 자본적립 부담을 줄여준다. 은행의 경우 특정 경제분야 지원 목적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일반적인 주식 보유 대비 3분의 1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해 현행 300%에서 100%로 낮추기로 했다.

보험·증권사 경우는 증안펀드가 일반적인 ETF(상장지수펀드) 투자에 비해 손실발생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해 출자액에 적용되는 위험값을 일반 ETF 투자 대비 하향 조정된다.

이에 따라 보험은 기존 8~12%에서 6%로, 증권은 9~12%에서 4.5~6%로 낮춘다.

정부는 ‘바젤Ⅲ 최종안’ 중 신용리스크 산출방법 개편안을 이행기간을 앞당겨 2분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앞서 바젤위원회는 은행 BIS(자기자본비율)비율 산출시 적용하는 신용리스크 산출 방법 등을 개편하는 바젤Ⅲ 최종안을 오는 2023년까지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신용리스크 산출방법이 개편되면 기업대출에 대한 자본규제 준수부담이 경감해 은행의 자금공급 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스템적 중요은행(D-SIB) 선정대상에서 소규모 지방은행은 제외된다.

현재는 시스템적 중요 은행지주회사 소속 자은행을 규모와 상관없이 D-SIB로 선정해 추가 자본적립의무(1%p)를 부과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지주 소속 자은행에 대한 시스템적 중요도를 별도 평가해 중요도가 낮은 자은행에는 자본적립의무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은행의 ‘거액 익스포져 한도 규제’도 내년 이후로 연기된다. 앞서 바젤위원회는 거액여신에 ᄄᆞ른 편중위험 완화를 위해 2019년부터 거액익스포져 한도 규제를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연계된 거래상대방별 익스포저를 기본자본의 25%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우리나라는 지난해 3월부터 행정지도를 실시하고 규제화 시기를 검토 중이었다.

이에 은행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한도에 근접한 기업에 대한 여신 축소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시행시기 연기를 요청했고, 금융당국이 이를 받아들였따.

증권사의 기업 대출채권에 대한 순자본비율(NCR) 규제도 완화된다. 정부는 9월말까지 신규 최급한 기업 대출채권에 대해 만기(최대 2년)까지 위험값 산정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이에 따라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9월말까지 신규 취급한 기업대출금 위험값은 현행 0~32%에서 0~16%로 내렸다. 증권사의 대출채권은 영업용 순자본에서 차감(위험값 100%)하는 대신, 종금사와 같이 거래상대방별 신용위험값(0~32%)을 적용한다.

특히 일반 증권사 자기자본의 50% 이내의 중소·벤처기업 대출채권에 대해서는 영구적으로 위험값을 100%에서 0~32%로 내리기로 했다.

지주회사 자회사간 신용공여 한도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현행 금융지주 회사법령은 지주회사의 자회사간 신용공여 한도를 원칙적으로 자기자본의 10%로 제안하고 있지만, 이를 20%까지 확대한다. 또 자회사의 다른 자회사에 대한 신용공여 합계를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한다.

유동성 커버리지비율·예대율 규제 한시적 완화
정부는 유동성 규제 완화를 위해 은행의 유동성커러리지비율(LCR)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은행은 보유 중인 고유동성자산을 위기대응 과정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LCR 규제비율을 한시적으로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금융위는 외화 LCR을 9월말까지 80%에서 70%로 인하하고, 통합 LCR은 100%에서 85%로 인하하기로 했다.

은행들의 예대율 규제 적용은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개인사업자대출 가중치는 하향 조정된다.

은행의 신규대출 및 기존대출 만기연장 등 실물경제 지원과정에서 대출규모가 증가할 경우 예대율 준수가 어려울 가능성이 제기되서다. 특히 소상공인 대출의 경우 중소기업 등 법인대출에 비해 높은 가중치가 적용돼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제약할 우려가 크다.

금융당국은 내년 6월 말까지 5%p 이내의 예대율 위반에 대해서는 제재 등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조치의견서 및 법령해석을 발급한다. 아울러, 금년 중 취급한 개인사업자대출에 대해서는 가중치를 100%에서 85%로 하향 조정한다.

산업은행의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도 한시적으로 적용을 유예한다.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 중인 산은의 특수성을 고려해 내년 6월말까지 10%p 이내 위반에 대해서는 제재 등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이밖에 채권시장안정펀드, 증안펀드 출자자금 조달을 위한 보험사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가 허용된다. 경영실태평가 중 유동성 평가기준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자산건전성 분류기준 유지·개선
자산 건전성 규제 완화 측면에서 전 금융권은 코로나19 피해 중기·소상공인의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에 대해 기존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을 유지하도록 했다.

폐업 중인 개인사업자 대출 관련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도 개선한다.

정부는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에서 업무처리에 대한 금융회사 임직원의 면책을 강화해주기로 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영공시·업무보고서 제출 기한 지켜지지 않아도 제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코로나19 피해기업 대출 만기연장 등의 영향으로 카드사의 신용판매 등 정상 영업에 애로가 발생하고 있어 카드사의 레버리지 한도를 현행 6배에서 8배로 확대한다.

보험사가 보험 계약 시 계약자와 최소 1회 이상 대면하도록 하는 규정을 비대면 녹취방식 등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완화한다.

또 정부는 정책금융기관에 대해 코로나19 위기 대응과 관련해 예산집행 시 업무증가에 따른 초과근무 수당 등으로 예산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경영평가에서 공급실적을 최우선 평가하기로 했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자본부담 경감, 예대율 한시적 완화 등으로 금융업권의 자금공급 여력이 206~394조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는 규제를 준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금융업권이 최대로 공급할 수 있는 규모를 산출한 것으로, 실제로 금융회사의 공급액은 이와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비조치의견서, 법령해석 등 법규 개정 없이 추진 가능한 사항은 즉시 이행하고 법규 개정 필요사항은 최대한 신속히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LCR, 예대율 등 기한부 조치들에 대해서는 기한 도래 전 연장·보완 필요성 등을 재검토하고 이해관계자들에게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는 이번 규제 완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금융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규제 완화가 논의되는 것 자체가 반가운 소식이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동성, 예대율 완화 조치로 대출 자산확대 유도와 함께 부실자산에 대한 감독 완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대면채널 모집 시 대면해서 설명하도록 하는 규정을 완화한 것에 주목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설계사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의 상황을 정부가 위기로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금융위원회)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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