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으로 속 끓이는 LG화학

변윤재 기자 / 기사승인 : 2020-10-16 13: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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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역대 영업익은 9021억‥LG전자와 맞먹어
배터리 분사 추진력 얻었지만 안팎으로 ‘여진’
성난 주주에 주가 요동‥강경한 노조 ‘파업 불사’
연이은 전기차 화재로 ‘안전성’ 논란‥설상가상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LG화학이 호사다마로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역대급 실적으로 분사 추진력을 얻었지만 배터리 안전성 논란이. 안으로는 주주와 노조의 저항에 부딪혔다.

 

25년 뚝심 투자 끝 역대급 실적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반도체 사업을 정리한 뒤 미래기술 변화에 조응할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배터리는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1990년대 초 영국 출장에서 충전식 2차전지 샘플을 가져오면서 시작된 배터리사업에 대해 그룹 내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5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가 나자 접어야 한다는 의견이 불거졌을 정도다. 회의론이 고개를 들 때마다 구 전 회장은 포기 말고 길게 보자. 여기 우리 미래가 있다고 다독이며 투자를 이어갔다.

 

덕분에 IMF 외환위기 속에서도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전지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한 달에 100만셀 리튬이온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청주공장을 완공시키는 등 과감한 투자가 지속될 수 있었다.

 

2000년대 들어 배터리사업은 탄력받았다. 미국에 연구법인 LGCPI를 설립한 뒤 본격적으로 전기차·소형 배터리 등으로 외연을 넓히며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2001년 노트북용 2200mAh 원통형 리튬이온전지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고 2004LEV(Light Electric Vehicle)용 전지를 최초로 생산했다. 2007년에는 노트북용 2600mAh 원통형 리튬이온전지를 처음 출시한 데 이어 같은 해 세계 최초로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양산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타이틀을 연거푸 거머쥐며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LG화학의 배터리사업은 시장 지배력을 키워갔다. 2007년 현대 HEV(아반떼), 2009GM볼트용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은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올 상반기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24.6%로 중국 CATL(23.5%)와 일본 파나소닉(20.4%)를 제쳤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의 우월한 경쟁력은 LG화학의 깜짝 실적으로 이어졌다. 3분기 잠정실적 발표에 의하면, 연결기준 매출액은 75073억원, 영업이익은 9021억원이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8.2%, 영업이익은 57.8%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매출은 8.8%, 영업이익은 무려 158.7%나 뛰었다.

 

역대 최대 규모의 분기 실적을 갈아치우며 LG화학은 배터리사업 분사 추진력을 얻었다. 오는 121일 신설될 ‘LG에너지솔루션준비도 착착 진행 중이다. LG그룹 본사 근처인 여의도 파크원 타워 등을 최종 후보지에 올려놓고 이에 맞춰 공간 및 조직 구성을 짜고 있다.

 

하지만 이달 말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배터리사업을 둘러싼 다양한 사안이 불거지면서 LG화학은 진통을 앓고 있다.

 

배터리 분사에 주가 하락하고 노조는 파업 예고

 

배터리사업 분사가 결정된 이후 LG화학 주가는 하락세였다. 분사계획을 공식화한 지난달 17일 종가는 645000원으로 이틀 전 726000원에서 11%나 급락했다. 깜짝 실적을 발표한 이후에도 주가는 계속 떨어졌다. 전날 692000원에서 672000원으로 떨어지더니 13일에는 644000원까지 내려갔다.

 

LG화학이 물적 분할을 통해 분사하기로 결정하면서 개인들이 주식 매도에 나선 탓이다. 배터리의 성장성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정작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신설법인의 주식을 다시 사들이지 않는 한 수혜를 보기 어려워진다.

 

LG화학은 요동치는 주가를 잡기 위해 주주들 달래기에 나섰다. 지난달 17일 컨퍼런스콜을 열어 분사의 당위성을 설명한 데 이어 14일에는 신학철 부회장이 주주들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서라도 분사가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같은 날 향후 3년 동안 보통주 1주당 최소 1만원 이상의 현금배당을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날 LG화학은 6370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간신히 주가 반등에 성공했지만 불안요소는 남아 았다. 지분가치 희석을 우려한 개인투자자 반발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 한 달여간 7565억원치를 판 개인들은 이날도 720억원을 매도했다.

 

노조의 저항 기류도 강해지는 분위기다. 지난달부터 서울과 충북 오창 사업장에서 천막농성을 벌여온 노조는 배신감을 드러냈다.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으로 배터리사업이 성장했는데 실질적으로 수익이 나는 시점에서 분사를 할 경우,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것을 물론 조직 개편에 따른 고용 불안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조는 분사 후 LG화학의 재무구조가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LG화학 부채는 20171287026억원에서 올 상반기 207339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분사 후 현금지불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이 LG화학은 104%인 데 반해 LG에너지솔루션은 235%2배 높게 나타난다.

 

노조는 일이 잘 풀리자 빚은 남기고 현금만 챙겨 집을 나가는 격이라며 분사 이후 부서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과의 협상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파업까지 불사한다는 강경 태세다.

 

코나에 볼트까지 연이은 화재안전성 도마 위에

 

배터리사업과 직결되는 안전성논란은 LG화학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대차 코나EV에 이어 GM 볼트EV 화재의 원인으로 배터리가 지목됐다. 두 전기차에는 LG화학의 NCM 622(니켈 60%·코발트 20%·망간 20%) 배터리 셀이 탑재된다.

 

앞서 현대차는 코나EV 화재 신고가 국내에서 9, 해외에서 4건 보고됨에 따라 20179월부터 지난 3월까지 생산된 코나EV 77000대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 8일 국토교통부는 코나EV 화재 원인이 배터리 셀 결함을 들었다. 제조 공정상 품질 불량으로 양극판과 음극판의 사이에 있는 분리막이 손상되면서 배터리 내부 합선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LG화학은 즉각 현대차와 공동으로 실시한 재연 실험에서도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다국토부가 화재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배터리 셀 결함으로 판명될 경우, LG화학은 배터리 교체 비용 뿐만 아니라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와 안전성 강화를 위한 후속 조치,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 손상에 따른 책임까지 떠안게 된다.

 

이 가운데 미국에서도 배터리 결합 논란이 제기돼 LG전자의 처지는 어렵게 됐다. 14(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GM이 생산한 쉐보레 볼트EV 화재사고 3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2017년에서 올해까지 생산된 볼트EV 77842대가 대상이다. NHTSA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볼트EV가 주차된 상태에서 뒷자리 아래에서 불이 났다는 점에 주목한 점을 고려하면 배터리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 경쟁자와의 격차도 1~3%로 크지 않은데 삼성SDI·SK이노베이션과 같은 추격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상황에서 안전성 논란은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LG화학은 “GM 볼트EV나 르노 조에EV에서는 화재가 보고된 적이 없다고 반박해왔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정부의 조사로 제품 신뢰성에 타격을 입게 된 마당에 GM마저 리콜을 결정할 경우, LG화학이 입을 내상은 치명적이다. LG화학의 배터리 셀을 탑재한 여타 전기차 모델의 리콜 사태까지 부를 수 있는데다, 완성차업계와 다져온 동맹도 흔들릴 수 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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