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직장상사로부터 지속적 성희롱·성폭력"
"회사측으로 인사조치 불이익까지 받아"
고용부 뒤늦게 진상조사 나서

▲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항공 내 성폭력, 따돌림, 괴롭힘 관련 전수 실태조사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오수진 기자] 대한항공이 직장 내에서 벌어진 성폭력(강간 미수) 사건을 지속적으로 은폐·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을 제기한 노조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책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는 30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항공 내에서 벌어진 상사의 직속 부하직원 성폭력 조 회장이 직접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대한항공 내에서 벌어진 상사의 직속 부하직원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며 회사 내 성폭력과 따돌림, 괴롭힘 관련 전수 실태조사와 함께 조직문화 혁신을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A씨는 대한항공에 정규직으로 입사해 본사에서 근무하던 중 소속 부서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동료가 신고하면서 회사측도 A씨의 성희롱 피해 사실을 알게됐다. 

 

하지만, A씨는 회사측으로부터 사과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했다. 회사측이 가해자 대신 A씨를 업무 부적응 등의 이유를 들어 다른 부서로 발령하는 불이익을 가한 것이다. A씨는 주변 동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등 2차 피해까지 받았으며, 결국 건강이 악화돼 휴직을 해야 했다. 

가해자는 A씨가 복귀한 후에도 강간을 시도하다 미수에 그쳤지만, A씨는 불이익이 반복되는 것이 두려워 신고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 회사측은 ‘강간 미수 사건과 주변인들의 괴롭힘, 부당 인사조치를 엄중히 조치해달라’는 A씨의 요청이 있을 후에야 직속상사를 징계 없이 사직 처리했다. 

 

A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과 인사조치에 대해서는 "동료들과 참고인들이 제대로 기억을 못 하고 있어 통상적인 인사명령이었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이에 A씨는 직장상사와 회사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청구하는 한편, 회사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성비위 사건 대응에 책임을 묻기 위해 지난 9월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처에 진정을 제기했다. 현재 강간미수 건은 민사소송이 조정중이다.

 

A씨는 “대한항공 내 성폭력, 성희롱 전수 실태조사를 약속한다면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회사측은 “우리에게 결정할 권한이 없다. 실태조사는 조정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씨는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입장문을 통해 “조 회장은 대한항공 대표자로서 책임이 있다”며 “대한항공과 같은 거대 기업이 피해자 개인 직원과 계속 소송을 해 다투는 게 유리적 처사인지 조 회장이 살펴봐 달라”고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대한항공은 이번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데 대해 피해자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노조와 대화에 나서라”며 “지금이라도 조 회장은 사업주로부터 자신의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대한항공 성폭행 사건에 대해 지난 13일 조사에 나섰다.

 

스페셜경제 / 오수진 기자 s22ino@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