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9월 정기 국회 개원에 맞춰 국회 정무위원회, 법사위원회에 정부의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경제계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외국계 투기세력에 악용되거나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거듭 신중한 검토를 요청했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의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도 신설 감사위원 분리선임 3% 의결권 제한규정 개편 등이 주요 내용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전속고발권 폐지 과징금 상한 상향 등을 담고 있다. 두 법 모두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다.

 

전경련은 이 같은 정부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고, 정부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한층 가중돼 우리 경제의 회복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중대표소송제도가 도입되면 모회사의 주주는 1%의 지분만 가지고도 자회사의 이사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된다. 자회사에 출자하지 않은 모회사의 주주 때문에 자회사가 소송에 휘말리는 등 소송리스크가 커지는 데다 자회사 주주의 권리도 상대적으로 침해될 소지가 있다.

 

또 감사위원 1인 이상을 이사 선출단계에서부터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서 선임할 경우 오히려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경제계의 지적이다. 현행은 인사를 먼저 선임하고, 선임된 이수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한다. 감사위원도 다른 이사들과 권리·의무가 동일한 이사이지만, 정당성이 부족한 분리선임 규제로 인해 주주의 재산권이 침해되고 대주주에 대한 의결권 제한으로 자본다수결 원칙도 훼손될 수 있다.

 

정부 개정안에 따라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가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해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하게 될 경우 헤지펀드와 같은 투기자본이 감사위원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선임하는 등 경영권이 흔들릴 우려도 있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포함한 감사위원의 수를 전체적으로 축소하거나 감사위원회제도를 상근감사제도로 전환하는 등 감사제도를 경직적으로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됐을 때 막대한 규제 순응비용도 문제다. 앞으로 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기존 지주회사가 자회사손자회사를 신규로 편입하는 경우 지금보다 자손자회사 지분을 더 많이 취득해야 한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6개 비지주회사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을 가정할 때 지주회사 체제 전환비용만 301000억원이 소요되고 이에 따른 일자리 손실은 2380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저해하고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다른 조항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일감몰아주기(사익 편취) 규제대상을 확대하면 경영상 필요에 의해 수직계열화한 계열사 간 거래가 위축돼 기업 경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만일 규제에 순응하기 위해 총수일가가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경우 시장은 이를 사업 축소·포기의 시그널로 인식하여 주가가 하락하고 그로 인해 소수주주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누구나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기업을 직접 고발할 수 있게 돼 경쟁사업자에 의한 무분별한 고발, 공정위·검찰의 중복조사 등 큰 혼란이 예상된다. 전경련은 대검창청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의 고소·고발 건수는 488954건인 반면, 인구가 우리의 2배가 넘는 일본의 고소·고발 건수는 연간 1만 건 수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과징금 외에도 형사고발, 시정조치, 과태료, 민사적인 손해배상 등 법 위반 행위에 대해 강한 제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정부안으로 과징금까지 높아질 경우 기업들은 신규투자, 신성장동력 발굴보다 사법리스크 관리에 자원을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다. 과징금 상한이 상향조정될 경우 최대 6000억원의 과징금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유환익 기업정책실장은 개정안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기업의 역량을 불필요한 규제에 순응하는데 소진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9월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경제계 의견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