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말라는 건지...” 검찰 재소환에 한숨쉬는 재계

변윤재 / 기사승인 : 2020-05-29 13: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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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사흘만에 검찰 재소환
오너 리더십 타격으로 경영 차질 우려

▲서울 삼성 서초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스폐셜경제=변윤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9일 검찰에 재소환됨에 따라 삼성의 한숨소리도 깊어지고 있다. 16개월을 끌어온 조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사흘 만에 다시 검찰에 소환되자 향후 경영활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오로오직스 회계 변경에 관여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3.5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합병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이후 자연스럽게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고의로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인 반면, 삼성물산의 가치는 낮췄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다가 2015년 합병이 이뤄진 이후 부채로 처리해 장부상 이익을 올렸다. 삼성물산은 합병 이후 서울에 1994가구를 공급할 예정임을 알린 데 이어 2조원의 규모인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기초공사 수주 사실을 공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일모직의 핵심 자회사였던 만큼, 결과적으로 제일모직에 유리한 비율로 합병 조건이 결의돼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사전에 합병에 대한 보고를 받았는지 등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회계의 적법성을 가리는 문제가 승계권으로 비화되면서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끌어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사의 단초가 된 회계 변경 건은 기업의 재량권을 폭 넓게 인정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K-IFRS) 기준으로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이미 금융감독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가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법원 역시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법리적으로 종결된 수사를 끌고 가는 건 법치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는데, 검찰이 행위의 불법성보다 의도를 처벌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삼성은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지만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이 부회장은 앞선 조사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강력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검찰이 재차 이 부회장을 소환하며 수사의 고삐를 조인 까닭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기가 침체되고 미중 무역갈등이 반도체 패권다툼으로 번지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오너 리더십이 타격을 입어 경영 활동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은 2018년 집행유예 석방 이후 2년여간 국내외 현장을 넘나들며 그룹을 이끌어왔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경영 불확실성 해소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지난 13일에는 충남 천안 삼성SDI사업장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만나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관련 논의를 한 데 이어, 17일부터 19일까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인 중국 산시성 시안 사업장을 방문하고 지방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재계에서는 수사와 재판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릴 경우, 또다시 삼성의 경영활동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 교역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미래 비전 전략과 관련된 중요한 의사결정이 미뤄질 경우,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권이 바뀌자 전 정권와 연관되는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하는 듯한 모양새는 오너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5년 전 일을 끄집어 낸 것도 모자라 수사를 이렇게 끌면 기업이 어떻게 일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환경이 악화돼 위기 극복을 총력을 쏟아야 할 때인데, 결국 우리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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