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AMD에 공급 허가…PC용 CPU 한정
중국판 블랙리스트 작성에 유화 제스처
삼성·SK하이닉스, 공급 허가 요청
추가로 허가품목·국가 확대될지 관심

▲ 게티이미지뱅크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미국이 중국 IT기업 화웨이에 대한 빗장을 풀 가능성이 점쳐진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인텔과 AMD에 화웨이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언론들도 지난 19일 도이체방크 기술 콘퍼런스에 참석했던 포레스트 노로드 AMD 데이터 센터·임베디드 솔루션 사업 부문 수석 부사장의 말을 인용해 “회웨이에 대한 제품 판매 허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15일 미국 상무부는 자국의 기술과 장비,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려면 사전에 승인받도록 했다. 반도체 제조·생산과정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화웨이로의 반도체 공급을 막은 셈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반도체 구매에 208억달러(약 24조 6800억원)를 썼다. 애플(361억달러)과 삼성전자(334억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반도체를 많이 구입하는 ‘큰 손’인 것이다. 이에 따라 강도 높은 화웨이 제재에 따른 피해는 세계 반도체 업계의 몫이 됐다. 특히 화웨이 의존도가 높은 미국 반도체 업체의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됐다. 인텔은 PC와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 매출 중 화웨이의 비중이 높다. 서버용 CPU는 무려 40%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인 AMD도 화웨이에 PC용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납품한다. 

 

미국정부가 화웨이 빗장을 풀기로 한 배경에는 인텔과 같은 자국기업에 ‘자충수’가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정부의 강경한 맞대응도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상무부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개인’ 리스트를 작성 중이다. 대상은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해치는 외국 기업과 개인’으로 중국정부는 관련 규정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한 상태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조만간 1차 명단이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리스트는 대미 블랙리스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통신장비업체 시스코가 포함됐다. 시스코는 화웨이의 최대 경쟁자로 꼽힌다. 더욱이 시스코는 이미 장기간 납품했던 중국의 국영 통신업체들과의 계약이 끊겼다. 중국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위약금을 물더라도 시스코와의 계약을 파기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고려할 때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이나 개인에 대해 입국 제한과 거래 금지 등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기업을 향한 보복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정부가 화웨이 제재의 수위를 높인 이후 처음으로 공급 허가를 내주면서 유화 제스처를 취함에 따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세계 반도체 업계의 격랑도 잦아들지 주목된다. 

 

특히 국내 반도체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이번 허가 품목은 노트북용 CPU에 한정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면 금지에서 일부 허가로 바뀐 만큼 향후 다른 품목이나 업체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주로 공급하는데, 이미 미국정부에 거래 허가를 요청한 상태다. 

 

다만 미국정부의 허가가 자국 기업에 한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나 강력한 동맹국에 허가를 제한적으로 내줘 한국과 대만업체를 견제하는 도구를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반도체 업계는 화웨이 제재로 인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10조원 이상을 구매했던 화웨이를 대체할 수요처 화보에 고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 빗장이 풀린다면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대체할 고객사를 확보하고, 동시에 미국정부의 승인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아직까지 (미국정부의 기류가) 크게 바뀐 것 같지는 않다. 일단 예의주시는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노트북에 들어가는 반도체에 허가를 내 준 거라서 스마트폰에 들어간 메모리반도체를 납품하는 국내 반도체 업체 상황과 조금 다르다.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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