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드래곤875 위탁생산…1조원대 예상
퀄컴 차세대 주력 제품 수주는 처음
삼성전자 “고객사 관련 사항, 확인해줄 수 없어”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인 퀄컴의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칩을 전량 수주했다. 삼성전자가 퀄컴의 차세대 주력 제품 전량을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수주 금액이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IBM과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를 잇따라 확보하면서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과의 격차를 차근히 좁혀가는 모습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고객사와 관련된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퀄컴의 5G 스마트폰용 AP칩 스냅드래곤875(가칭) 전량 위탁 생산 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스냅드래곤875는 최근 경기 화성 파운드리 라인에서 극자외선(EUV) 5나노 공정에서 양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2월 출시 예정인 스냅드래곤875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스마트폰인 갤럭시S21(가칭)을 비롯해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제조사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도 들어갈 전망이다. 

AP칩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퀼컴은 스냅드래곤 865를 비롯해 프리미엄 제품은 대만 TSMC에 맡겨왔다. 삼성전자는 한 단계 낮은 제품을 위탁 생산을 해왔다. 올 초 퀄컴 5G 모뎀칩 X60 생산 계약에 이어 최근 중저가 스마트폰용 AP칩인 스냅드래곤4 시리즈 생산 계약을 따냈다. 이번에 삼성전자에 주력 제품을 맡긴 것은 파운드리 업체로서의 첨단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대형 고객사 확보에 힘을 받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IBM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파워10 위탁 생산을 수주했고, 이달 초에는 엔비디아의 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수주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올해 매출은 14~15조원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처럼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하는 종합반도체 기업 인텔은 최근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5니노 이하 미세공정이 가능한 곳은 TSMC와 삼성전자 두 곳 뿐이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의 추가 수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3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7.4%, TSMC(53.9%)에 이어 2위를 지킬 전망이다.  

다만 삼성이 스냅드래곤875 위탁 생산을 하더라도 TSMC에 일부 물량을 배분할 가능성도 있다. 대부분의 반도체 설계업체는 한 곳에 물량을 몰아주지 않는 투트랙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말을 아끼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사과 관련한 사항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함구하고 있는 까닭은 큄컴이 수주 계약을 공식화하기 전이기 때문이다. 퀄컴은 매년 12월 미국 하와이 테크 서밋에서 차세대 칩셋을 공개하고 위탁 생산을 맡긴 업체를 공개하고 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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