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 시 미국 정부 승인 받아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지난달 17일부터 신규 웨이퍼 투입 중단
매출 하락 우려‥비포 등 대체 사업자 등장으로 장기 영향 적을 듯

▲ 게티이미지벵크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우리나라 반도체도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의 영향을 받게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달 중순 이후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한다. 두 회사 모두 화웨이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만큼,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의 화웨이 추가 제재안이 15일부터 발효된다. 지난달 17(현지시간) 발표된 제재안에 따르면, 미국의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사용, 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려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화웨이가 설계한이라는 단서 조항을 빠지면서 1·2차 때보다 제재 수위를 높였다.

 

현재 반도체 제조·생산과정에서 미국 의존도는 매우 높다.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이 거의 없을 정도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세계 반도체 장비 상위 3곳이 미국 업체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17.27%)와 램리서치(13.4%), KLA-텐코(5.19%)의 점유율을 합치면 전체 반도체 장비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KLA의 장비를 사용 중이다.

 

시스템반도체 미세공정에서 중요한 EUV(극자외선) 장비도 이번 제재에 포함된다. 네덜란드 ASML이 미국업체 싸이머를 인수해 EUV 장비 광원 핵심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전세계 모든 반도체업체가 화웨이 공급을 중단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지난달 17일 이전에 웨이퍼 투입돼 생산 중인 화웨이 물량은 제재 발효 전날인 14일까지는 공급이 가능하다. 삼성전자와와 SK하이닉스도 지난달 17일 이후 화웨이를 위한 신규 웨이퍼 투입을 중단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화웨이는 반도체 기근을 대비해 최근 재고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반영하듯 D램 현물가격은 서버용으로 사용되는 DDR4 8GB이 지난주 8.5% 오른 2.8달러였다.

 

문제는 우리나라 반도체의 두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화웨이를 주요 거래처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화웨이는 국내 반도체 업체에게 큰 손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액은 208억달러(246800억원)로 애플(361억달러)과 삼성전자(334억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반도체를 많이 구입했다. 이 가운데 국내 기업으로부터 사들인 부품은 13조원에 달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를 주요 거래처로 두고 있다. 두 회사는 화웨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D램과 이미지센서, 낸드 플래시 메모리,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을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으로 반도체 사업을 다각화한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의 부담은 조금 더 클 것으로 보인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가 주력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화웨이 매출 비중은 3.2%, SK하이닉스의 비중은 11.4%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매출로 추산하면, 삼성전자는 73700억원, SK하이닉스는 약 3조원이 화웨이로부터 나온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거래 승인을 요청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매우 희박하다. 미국 정부는 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의 숨통까지 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거듭 드러내왔다. 미국 마이크론 등 자국 업체의 불이익도 감수했다. 현실적으로 승인이 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화웨이 제재에 타격을 입더라도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근이사(상무)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는데, 화웨이의 수요를 흡수한 업체들의 약진이 예상된다결과적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안 상무는 3분기 실적 영향에 대해서도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화웨이가 재고 확보에 나선데다 경쟁사들이 화웨이의 빈자리를 파고들기 위해 주문량을 늘릴 것이라며 거래처 조정 등에 따라 단기간 매출 공백을 생기겠지만 그 시일이 아주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에 대해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중국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전자가 화웨이 플래그십 모델을, 비보, 오포, 샤오미 등 자국 브랜드가 중저가와 하이엔드 모델을 대체할 수 있다해외에서 샤오미, 오포, 비보, 삼성, 애플, LG전자 등이 모두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지난달 21일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 반도체 수출에 영향을 받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의 조치는 화웨이만을 목표로 하고 있어 중국 첨단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국내 반도체 산업에 주는 여파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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