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 점유율 80% 이상‥압도적
T맵을 차량용 서비스 플랫폼으로
모빌리티 분사해 4.5조 규모로 육성
‘규제’에 막힌 우버와 전략적 제휴
플라잉카 등 미래 시장에도 도전

▲ SK텔레콤 모델이 T맵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 ‘T맵’과 글로벌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이를 통해 ‘모빌리티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이에 따라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전면적인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업계 1위 카카오와 정면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SK텔레콤은 “전날 오후 이사회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에 발빠르게 대응하며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모빌리티 전문기업 설립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자사의 모빌리티 사업인 ‘T맵’과 ‘T맵 택시’ 등을 분할해 연내 ‘티맵모빌리티 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할 계획이다. 모빌리티 사업 물적분할을 논의하는 임시 주주총회는 내달 26일이며, 분할 기일은 오는 12월 29일이다.

SK텔레콤은 “티맵모빌리티 주식회사는 독립적인 경영으로 강한 추진력과 실행력을 낼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갖추게 됐다”며 “차세대 서비스 개발‧제공과 국내외 다양한 유력업체와 협력, 투자 유치 등을 발 빠르게 추진하며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1위 카카오 잡아라…SKT-우버 전략적 동맹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우버와 손을 잡았다. 특히, 국내 1위 모빌리티 사업자인 카카오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동맹이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카카오는 지난 2017년 카카오T 기반의 카카오모빌리티를 분사한 이후 택시 호출과 내비게이션 등의 영역을 빠르게 접수했다.

SK텔레콤의 경우, 내비게이션 앱인 T맵은 국내 시장점유율이 75%에 달하지만, 후속 사업인 ‘T맵 택시’, ‘T맵 모토’, ‘T맵 대중교통’, ‘T맵 주차’ 등의 모빌리티 사업은 카카오에 밀린다. 실제로 T맵 택시는 월 이용자 75만명 수준의 국내 2위 택시 플랫폼 사업자지만, 점유율은 20%에 그친다. 반면 카카오는 택시 사업부문인 ‘카카오T’ 시장점유율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는 지난 2013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핵심 기능인 승차공유는 정부의 규제에 막혔고, 이후 국내 택시사업자와 ‘우버택시’ 사업을 시작했지만 카카오T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양사는 글로벌 협력을 택했다. 티맵모빌리티는 자사가 가진 T맵 택시 드라이버, 지도‧차량 통행기술 분석 기술 등을 제공하고, 우버는 글로벌 서비스 운영경험, 플랫폼 기술을 제공해 새로운 택시 호출 사업을 전개한다. 택시 호출과 같은 e헤일링(hailing) 공동 사업을 위한 합작회사(조인트벤처)를 내년 상반기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 SK텔레콤 모빌리티 혁신 구조도 (인포그래픽=SK텔레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우버에서 1억5000만달러(약 1725억원)의 투자를 따냈다. 우버는 양사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티맵모빌리티에는 약 5000만달러(약 575억원)를, 조인트벤처에는 1억달러 (약 115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T맵을 차량용 SKT 플랫폼으로…“국내 모든 차에 탑재하겠다”

티맵모빌리티는 ▲T맵 기반 주차, 광고, UBI(보험 연계 상품) 등 플랫폼 사업 ▲IVI(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차량 내 결제 등 완성차용 ‘T맵 오토’ ▲택시호출, 대리운전 등 ‘모빌리티 On-Demand’ ▲다양한 운송 수단을 구독형으로 할인 제공하는 ‘올인원 MaaS (Mobility as a service)’ 등의 4대 사업 목표를 제시했다.

티맵모빌리티는 현재 T맵의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T맵 플랫폼을 국내 모든 차량에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T맵 플랫폼 100% 탐재는) 완성차 내부 탑재 또는 IVI,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가능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광고, 데이터 등 플랫폼 기반 사업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티맵모빌리티는 ‘구독형 모빌리티 모델’을 제시해 차별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인원 Mass의 경우, 렌터카, 차량공유, 택시, 단거리 이동수단(전동킥보드, 자전거), 대리운전, 주차 등을 모두 묶어 사용할 수 있는 구독형 상품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고객 안전’ 비대면 모빌리티도 확대한다. 이 서비스의 내용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감염병 예방 등을 목표로 지하철 객차별 혼잡도 실시간 제공, 목적지 주변의 차량 현황, 유동인구 정보 등이 언급됐다. 또한 주행 경로의 돌발 상황을 운전자에게 알려주고, 안전운전자에게 혜택을 주는 서비스 등도 강화할 예정이다.

플라잉카 등 미래 모빌리티에도 도전

SK텔레콤은 한 발 더 나아가, 티맵모빌리티를 활용해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등의 미래 모빌리티에도 도전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자사는 5G, AI, V2X(Vehicle to Everything), ADAS(운전자보조시스템), 양자기반 LiDar, 고화질 지도(HD맵), 5G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 등 다양한 미래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티맵모빌리티는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한 세기 동안 인류가 꿈꿔온 하늘을 나는 자동차(플라잉카) 등 미래 모빌리티의 한국 확산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SK텔레콤의 5G, AI와 T맵 기능을 활용해 최적의 하늘길을 설정해 주는 ‘플라잉카 내비게이션’ ▲높은 고도의 지형지물을 고려한 3차원 HD맵 ▲플라잉카를 위한 지능형 항공 교통관제 시스템 등을 도전 과제로 설정했다.

또한 SK텔레콤은 국내 모빌리티 산업이 건전한 경쟁 체계를 갖추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활발한 경쟁과 협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생태계의 질적, 양적 확장에도 적극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빌리티는 빅테크 기업 위한 핵심 사업…2025년 기업가치 4.5조 목표


▲ SK텔레콤의 ICT패밀리 구조도 (인포그래픽=SK텔레콤)


이번 티맵모빌리티 출범은 SK텔레콤이 빅 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이동통신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으로 사업을 개편하며 빅 테크 기업으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며 “모빌리티 사업은 SK ICT 패밀리의 성장을 이끌 5번째 핵심사업”이라고 밝혔다.


티맵모빌리티는 출범 단계에서 1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SK텔레콤은 이를 오는 2025년까지 기업가치 4조5000억원 규모의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은 티맵모빌리티를 SK그룹에서 자율주행자동차와 공유 경제를 주도하는 사업체로 육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5G는 결국 사물인터넷(IoT)으로 진화할 것이고 AI, 플랫폼, 맵과 융합해 5G 자율주행자동차 산업이 소비자향, 기업향 부문에서 모두 큰 폭의 성장을 구가할 것”이라 예측했다.

넬슨 차이(Nelson Chai) 우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국은 우버가 가장 먼저 진출한 국가 중 하나로, SK텔레콤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 시장 잠재력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모빌리티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승객 및 드라이버 모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호 SKT 사장은 “글로벌 최고 기업인 우버와 함께 고객들이 이동에서 발생하는 비용‧시간을 행복한 삶을 누릴 시간으로 바꾸고, 어떤 이동 수단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모빌리티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역량을 가진 기업들과 초협력을 통해 교통 난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플라잉카’로 서울-경기권을 30분 내 이동하는 시대를 앞당기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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