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3일자 VOA 방송 캡처화면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북한이 미국에 ‘크리스마스 선물’ 운운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이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많고,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미·북간 비핵화 협상이 물 건너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 뉴욕 연방 검찰이 최근 암호화폐 전문가를 체포해 기소하는 일이 발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 연방 검찰이 기소한 이 암호화폐 전문가는 북한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으며, 특히 한국과 북한의 암호화폐 교환을 촉진하기 위한 계획까지 수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암호화화폐거래소 업비트는 34만 2000개의 ‘이더리움’을 해킹 당했다고 밝혔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580억원 상당이다.

한국에서 암호화화폐 이더리움이 해킹당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공교롭게도 미국 시간으로 28일(현지시각) 미 뉴욕 맨해튼 연방 검찰은 LA국제공항에서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를 대북제제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캘리포니아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리피스는 싱가폴에 소재한 이러리움 재단에서 근무하는 이더리움 최고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소리(VOA)>와 미주 한인언론 <선데이저널> 등에 따르면, 그리피스는 지난 4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토론회에 참석했으며, 북한 관리들에게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기술에 대한 정보를 강의함은 물론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고 돈세탁을 위한 기술을 전수했다고 한다.

당시 그리피스의 강의 주제는 ‘블록체인과 평화’였으며, 해당 강의를 통해 돈세탁이 가능하고 대북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구체적 기술을 설명함은 물론 이 기술을 통해 글로벌금융시스템에서 독립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피스는 특히 평양 토론회 참석 직후 한국과 북한 간의 암호화폐 1개를 테스트 송금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선데이저널을 통해 해당 기사를 보도한 안치용 시크릿오브코리아 편집인은 “그리피스가 북한 방문 직후 한국과 북한 간에 암호화폐 테스트를 추진했음은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해 한국이 북한을 은밀히 지원할 수 있느냐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꼬집었다.

미 연방검찰은 지난 21일 대북제재위반 혐의로 그리피스를 비밀 기소한데 이어 28일 LA국제공항에서 그리피스를 체포한 뒤 29일 이를 공식발표했다.

제프리 버만 뉴욕주 남부법원 연방검사는 “그리피스는 본인이 전달해 준 고급 기술정보가 북한으로 넘어갈 경우 이를 통해 북한이 돈세탁을 하고 제재를 피할 수 있을 것을 알았다”면서 “그리피스의 행위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을 위태롭게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엔은 지난 8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광범위하고 더 정교한 방법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 약 20억 달러를 탈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북한은 주로 비트코인을 해킹했으나 지난 4월 그리피스가 평양을 방문해 이더리움 관련 기술을 강의함에 따라 이더리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지난달 발생한 580억원 상당의 업비트 해킹도 북한 소행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안치용 편집인은 “특히 그리피스가 한국과 북한 간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방법에 대해 시연을 보이려 했다는 점에서, 실제 한국의 친북인사들이 암호화폐를 통해 북한을 도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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