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으로 재산신고..실거래가 대비 절반
실거래가 재산신고·부동산 백지신탁제 필요성

▲ 지난달 5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 밀집 지역에 2020년 2분기 아파트 실거래가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오수진 기자] 국회의원은 재산을 정기적으로 공개한다. 하지만 재산이 많은 게 부끄러운지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가격’으로 신고해 실제 재산 현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시가격’ 또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재산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거래가로 신고하는 국회의원은 없다. 인사혁신처도 “실거래가는 시가가 아니라 취득가격”이라는 석연치 않은 해석을 내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국회의원)대부분 공시지가로 신고해 재산을 축소하고 막대한 세금 특혜까지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시세기준 부동산재산이 가장 많은 국회의원은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657억 7000만원)으로, 신고가액은 그 절반인 325억5000만원이다.

2019년 국회의원의 평균 신고액은 77억이었지만, 시세는 144억 2천만원으로 나타났다. 시세 대비 신고액 비율이 53.4%에 불과한 것이 현 실태다.

인사처가 올해 하반기 평가액과 실거래가격 중 높은 가격으로 신고하게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제출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다.

자신들도 부동산 재산을 숨기는 것은 분명 떳떳하지 못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한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안을 내지 못하도록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이해충돌을 견제하는 장치 중 가장 이목을 끈 것은 ‘부동산 백지신탁제’다. 부동산 백지신탁제는 고위공직자에 대해 주거용 1주택 등 필수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비슷한 제도로 2005년부터 시행된 ‘주식 백지신탁제’가 있다. 주식 백지신탁제는 재산 공개 대상인 고위공직자가 업무와 관련된 주식을 3000만원 이상 보유할 수 없게 하는 제도다. 당시 주식 백지신탁제와 함께 부동산 백지신탁제도 논의됐지만 무산된 바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는 부동산 백지신탁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 지사는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당시부터 백지신탁제 도입을 피력해왔다.

최근 신정훈 민주당 의원이 부동산 백지신탁법안을 발의하자 이 지사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라고 전했다. 이어 “좋은 정책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이라며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증식을 허용하면서 공정한 부동산 정책의 성공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공직자윤리법 개정법률안’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개정안은 공직자윤리법 제1조의 주식 백지신탁제'를 주식·부동산의 매각 또는 백지신탁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았다.

또한, 재산공개 대상자(대통령·국회의원·지자체장 등)와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하며 거주 부동산을 제외한 부동산을 신탁기관에 맡기고 180일내에 강제 처분하도록 한다.재산매각대상자와 이해관계자 모두 새로 부동산을 취득하지 못하며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처분시한 연장도 1회에 한해 90일 이내로 규정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의 주택이 팔리지 않는다면 백지신탁을 해서 타인에게 맡겨야한다”고 주장했다.

다주택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권 교수는 “공직자가 다주택을 가지고 있는 것은 판검사가 범죄자인 꼴”이라고 비유했다.

이어 “부모를 모시거나 자녀 학교문제 때문에 1가구 2주택을 가질 수 있지만 강남에 있는 주택을 가지는 건 안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투기 지역으로 묶인 강남 주택을 실거주 목적이라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국민들의 모범이 돼야하고 솔선수범해야하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 아닌 이상 다주택자는 주택을 팔아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백지신탁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아직 당 차원에서 구체적인 논의는 없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고위 관계자도 “이해 충돌이 실제 있을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스페셜경제 / 오수진 기자 s22ino@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