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오늘 오전 7시 전후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다가 러시아 군용기 1대가 독도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해 군이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경고 사격을 하는 등 전술 조치했다고 23일 밝혔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지난 23일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독도 인근 영공 침범으로 인해 KADIZ가 새로운 안보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KADIZ는 국가안보 목적 상 외국 군용항공기의 식별을 위해 한반도 주변 상공에 설정한 임의의 구역을 말하며, 중국과 일본도 방공식별구역(CADIZ·JADIZ)을 설정해두고 있다.

이 구역으로 진입 시 비행 목적과 경로 등을 해당국에 사전통보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다.

하지만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으로 인정되지 않아 무력사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경고통신과 경고사격 외에는 침범하더라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긴급 출격한 F-15K 및 KF-16전투기들이 이날 중국·러시아 군용기를 향해 각각 23회, 17회에 걸쳐 접근하지 말 것을 경고했으나 응답이 없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중국은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이 아니며 국제법에 따라 각국은 비행의 자유를 누린다”고 하는가 하면, 러시아는 “관련 국제법 규정들을 철저히 준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 1월 외국 항공기가 동중국해 CADIZ에 진입하자 전투기를 출격시켜 “중국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왔다. 국적과 비행 목적을 밝혀라”라고 요구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중국중앙TV(CCTV)로 내보낸 바 있다.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 들어 KADIZ에 진입한 중국·러시아의 군용기는 각각 25차례, 13차례로 집계됐다. 군 당국은 이들 국가의 군용기 진입이 더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가 23일 중국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과 관련해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로 초치되고 있다. 2019.07.23.

현재 군은 외국 군용기가 KADIZ에 진입 시 전투기를 발진시켜 대응하고 있지만, 외국 군용기의 KADIZ 내 비행이 공세적으로 이뤄질 경우 군의 대응 강도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안보에 적신호가 켜진 곳은 한·중·일 3국의 방공식별구역이 모두 중첩돼 있는 이어도 상공이다.

정부가 2013년 제주 남단의 이어도까지 확대 선포한 새로운 KADIZ에는 우리 영토인 마라도와 홍도 남방의 영공, 이어도 수역의 상공이 포함된다. 이는 중국이 제주 남단의 KADIZ와 일부 중첩되고, 우리 관할수역인 이어도를 포함하는 CADIZ를 일방적으로 선포함에 따른 조치였다.

군의 한 관계자는 24일 “방공식별구역이 자칫 주변국의 화약고가 될 수도 있다”며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고 말했다.

군은 외국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하면 먼저 경고통신을 하고, 영공 침범행위로 이어질 경우 경고사격으로 대응한다.

그럼에도 즉각 퇴각하지 않으면 전투기에서 실제 화기 시스템을 가동하거나 격파사격 등 직접적인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당시 군은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하자 전투기 20대를 출격시켜 1차 80여 발, 2차 280여 발 등 총 360여 발의 경고사격을 했다. 외국 군용기의 영공침범도 처음이었고, 외국 군용기를 향해 경고사격을 실시한 것도 전례 없는 일이었다.

 

▲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가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로 초치되고 있다. 이날 오전 러시아 군용기 3대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한 뒤, 이 중 1대가 독도 인근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해 우리 군은 러시아 항공기에 경고사격을 가했다. 2019.07.23.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24일 “즉각 조사에 착수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 기기 오작동으로 계획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러시아 차석무관이 국방부 정책기획관과의 대화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번 비행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고, 중국과의 연합 비행훈련이었다”며 “계획된 경로대로였다면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의도를 갖고 침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한국 측이 믿어주기 바란다”며 “동일한 사안이 발생되지 않도록 한러 공군 간 회의체 등 협력체계가 발전되길 바란다”고 전했다고 이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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